[기자일기] 이 시대 예언의 목소리를 듣다.

오늘날 인간은 인간끼리만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자연과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온난화로 말미암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이런 행위에 대한 자연의 준엄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난 11월 29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가 “포크레인과 탱크를 녹여서 농기구로!”라고 외친 것은 이 시점에 딱 들어맞는다.

그 외침은 구약성경의 이사야 예언자가 지금 여기 한국에 와 있다면 외쳤을 목소리라고 생각된다. 11월 28일(일) 주일 독서 중 이사야 2장 4절의 구절은 이렇다.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기원전 8세기부터 지금까지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목소리’를 모든 인류가 목청껏 외쳐왔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자연과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니, 이사야의 외침이 더욱 간절하다.

▲ 2010년 4월 19일, 200여 명의 남녀 수도자들이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출발해 창녕 남지 19공구를 거쳐 우포까지 순례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도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우리 생명의 어머니인 4대 강과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간의 전쟁이다. 전국 곳곳에서 굴착기가 강바닥을 긁어내고 있다. 긁어낸 준설토를 팔아먹고 직선화된 강 주위에는 유원지가 들어설 것이다. 개발이익을 위해 우리는 어머니인 자연에 전쟁을 선포했다.

아직 휴전 중인 우리는 전쟁 속에 살고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 이전 지난 10년간 평화통일의 꿈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저기서 다시 ‘전쟁’이라는 단어를 거론하고 있다. 북쪽의 포격으로 상처받은 국민을 위로함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로지 응징만을 강조한다. 남쪽의 포격으로 상처받은 북쪽의 인민들은 또 그렇게 ‘응징’을 소리높일 것이다.

이사야 예언자의 목소리가 과거의 목소리가 아니라 현재 살아계신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려면 그리스도인이 더욱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개발이익을 위해 가난한 자와 말 없는 자연을 굴착기로 몰아내서는 안 된다. 원수를 탱크로 짓밟아버리겠다는 생각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살생도구가 농기구로 바뀌어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잇는데 인류가 헌신할 꿈을 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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