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 성경, 다른 손에 교리서]
미사는 평화의 미사이다. 미사를 드릴 때 주교는 행복의 조건인 평화로 우리를 초대한다. 미사 중에 가장 중요한 순간인 영성체를 하기 전에 우리는 서로 평화의 인사를 하고,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그리스도께 두 번 자비를 구하면서 평화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미사 강복과 더불어 사제는 우리를 평화의 사도로 파견한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주교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또 사제는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한다. 그 응답으로 신자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하고 대답한다. 미사 중의 평화 예식에서는 사제가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하면, 모두가 서로에게 “평화를 빕니다.”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곧이어 사제가 축성된 빵을 나누는 동안 신자들은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하고 나서, 우리는 모두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신다. 그리고 사제의 강복을 받고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라고 파견을 선포하는 사제의 말에, 우리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하면서, 평화의 사도로서 가정으로, 직장으로, 이 사회로, 넓은 의미로 이 한반도까지 파견되어진다.
그런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는 평화보다는 전쟁의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의 신앙이 잘못되어 있는지, 우리의 성체신앙이 왜곡되고 빗나간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지금 많은 신자들은 이 모든 것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반면에 어떤 사람은 우리가 잘못 뽑은 남한의 지도자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미국과 중국 때문이라고 말한다. 외부적 원인으로 볼 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평화의 사도인 우리 신자들은 보다 내적인, 보다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신앙의 규범에 의하면 평화의 위협과 전쟁의 원인은 만연된 불의와, 불평등과 불공정, 시기와 질투, 불신과 교만으로부터 온다.(가톨릭교회교리서 제2317항 참조) 모든 분야에서 불의와 불평등이 난무하여 공정한 거래가 파괴된 지역에, 그리고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차고 신뢰가 깨져 서로를 믿지 못하며,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이미 평화에 위협이 되는 싸움의 불씨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이 같은 불씨가 커지다보면 전쟁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일 혹은 평일미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이 같은 전쟁의 불씨를 먼저 우리 마음 안에서부터 없애달라고 기도하기위해서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평화의 사도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투신하겠다는 다짐을 하기위해서이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평화의 사도로 이렇게 파견된다.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
(Go in the peace to love and serve the Lord.)
주님을 정말 사랑하고 섬긴다면 평화의 일꾼이 되십시오!
"개인들과 국가들 사이에 만연된 불의와, 경제 사회 분야의 지나친 불공정과 불평등, 시기, 불신과 교만은 끊임없이 평화를 위협하며 전쟁의 원인이 된다. 이런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평화를 이룩하고 전쟁을 피하는 데에 이바지한다.
인간은 죄인이므로, 전쟁의 위험이 인간을 위협하고 또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러하겠지만, 인간이 사랑으로 결합되어 죄를 극복하는 그만큼 폭력도 극복할 것이다. 그때에 성경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다. '백성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가톨릭교회교리서 제2317항)
조성학/ 신부, 청주교구 증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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