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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라는 이름을 정의와 평화, 사랑과 생명 등의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야.천주교도시빈민회, 시청 앞에서 천막미사를 드리다.

   

48시간 촛불집회 마지막 날인 6월 22일, 오늘 오전 11시에 시청앞 광장 한 귀퉁이에서 천주교도시빈민회에서 주관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되었다. 주일미사를 대신해서 봉헌되는 이 미사는 지난 2박3일 동안 서울시청 정문 옆에 마련된 천주교도시빈민회 천막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대접해 왔던 사제와 평신도 활동가들과 주변에 모여든 회원들이 바치는 것이라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이다.

이날 미사는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정만영 신부(예수회)가 주례하였으며, 30여명의 천주교도시빈민회 회원 및 신자들이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지만, 1980-90년대에 이들이 산동네와 철거촌에서 봉헌하던 공동체 현장미사를 다시 기억하게 만들었다.

이날 미사에서 이강서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렇게 축제처럼 시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이 선행학습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와 미순이 효순이 촛불집회, 노무현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등을 통해 이미 시위문화를 학습해 왔으며” 이렇게 축적된 좋은 경험이 오늘의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다고 하였다. 한편 예전에 보았던 “<왕의 남자>라는 영화를 통해 임금과 같은 권위있는 사람도 비판할 수 있고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신부는 오늘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임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아직도 남북 사이에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마음을 모와 기도해 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강론을 마치면서 “우리는 여지껏 ‘예수’라는 이름을 불러왔지만 이제는 예수라는 이름을 정의와 평화, 사랑과 생명 등의 이름으로 바꾸어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깊이 체험했다”고 고백하면서 “이 자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하는 학교와 같았다”고 하였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파견성가를 부르기에 앞서 미사를 마치며 사제가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하던 말이 정말 절실하게 전달된 주일미사였다. 이는 아마도 이들이 며칠동안 몸으로 실천하고 시민들과 어우러졌던 경험이 이들의 모든 말을 받쳐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줄곧 시청앞 광장에서 시민들과 밤을 지낸 이강서 신부는 미사를 마치고 인터뷰를 통하여 “개인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와 이렇게 천막을 치고 광장에서 지내는 것은 참 느낌이 다르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서 왜 여기서 천막을 치고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김신부는 “하느님께서 이곳 시청 앞 촛불집회 안에 새로운 방식으로 현존하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도 그분을 따라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젯밤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미사에 참석한 다니엘라 수녀는 “우리들의 운동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을 열어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이 시대에 대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기미를 엿보았다”면서, “특별히 이번 경험을 통해 예전에 운동권이었든 비운동권이었든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든 체험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생명으로 다시 새롭게 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상봉 200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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