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남녀 수도자들 시국미사 봉헌하고 촛불집회 참가

지난 6월 21일 오후 4시에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회관 4층 성당에서 한국남자수도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시국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는 김창선(레오나르도, 작은 형제회) 신부의 주례로 예수회 등 수도회 사제들의 공동집전으로 200여명의 남녀수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헌되었다. 미사 시작에 앞서 김창선 신부는 “이렇게 남녀 수도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해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 드린다”는 풍자 섞인 이야기로 시작하였는데, “우리 수도자들은 불의를 고발하는 것뿐 아니라 평화로 나아가는 정의구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수도자들이 교회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빌었다.

마태오 복음의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주제로 김정대 신부(프란치스코, 예수회)가 행한 강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CEO라고 생각하고 제 생각대로만 밀어붙임으로써 제대로 된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하면서 “이번 촛불시위는 촛불바람이며, 성령이 이끄시는 것”이라고 하였다. 성령의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것인지 모르는 것처럼 촛불시위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불어왔다면서 “수도자들이 성령의 바람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김신부는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려는 천박한 문화 속에 경쟁만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교육도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부추겨 아이들을 “우정과 사랑 대신에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경제성장만을 위해 그 경제성마저 의심스러운 대운하로 국토를 파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쁨과 희망사목연구원에서 창간한 <기쁨과 희망>의 박경미 교수가 쓴 글을 인용하며, “고난을 물질화한 것이 가난”이며, “가난은 제거하기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는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을 무작정 극복하려고 하면 물질의 노예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김신부는 예수님이 ‘가난한 사람은 복되다’고 말한 것은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천박한 삶을 강요받는 현실을 비판하였다. 그런데도 “기도를 잘하면 재물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신앙은 천박하고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이며, 이것은 종교의 본질도 신앙의 본질도 아니”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가 주어진 것을 나누어 가질 생각을 하지 않고 물질에 집착하는 한, 당장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나 대운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다시금 언제든지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김정식(로제리오) 씨가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줄곧 성가를 이끌어 갔으며, 미사에 뒤이어 진행된 토론회 중간에도 노래를 들려주어 분위기를 한층 돋구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정루시아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교회는 왜 항상 뒷북을 치느냐”면서 우리 교회가 충분히 이런 문제에 나서지 못했음을 고백하였고, 우리 교회가 자신의 정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못해서 신자들도 갈라져 있음을 개탄하였다. 또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의 보수언론 구독거부 운동을 수도회 차원에서도 벌여 나가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박순희(천정연 공동대표)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민주주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면서, 유신 때에는 악으로 깡으로 싸웠지만 요즘은 기쁨과 쾌감을 느끼며 촛불집회에 나가고 있다”고 하였다. 그밖에 최금자(우리신학연구소 청소년대안교육센타 활동가)씨는 가족, 교회에 만연된 이기주의를 지적하며 수도회도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미사와 토론을 마친 뒤 간단한 식사를 나누고, 곧바로 시청 앞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였다.

/한상봉 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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