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을 위한 포럼 열려 종교세력의 정치참여에 대해 치열한 논쟁

지난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장충동 만해NGO센터에서 한국 종교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는 개혁을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와 한신대학교 학술원이 공동으로 주최하였는데, 개신교 장로 출신의 대통령과 이를 비호하는 뉴라이트운동연합이나 기독교 사회책임과 기독당 등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종교NGO들의 향방에 대한 심도 있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보수 진영의 정치적 행동주의는 교세확장 프로젝트

이진구교수(호남신학대)는 “종교의 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찬반논의보다는 무엇을 위한 정치세력화이며 무엇을 위한 시민운동인가 하는 점”이라고 하였다. “정치세력화에 주력하는 종교집단이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자기 집단의 ‘제도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이진구 교수는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로 오면서 종교계는 ‘보수진영의 대반격’이라고 부르는 ‘정치적 행동주의’가 나타나고 있는데, “소수의 대형교회와 전쟁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한기총”이 우익세력과 연합하여 정치세력화에 나서고 있으며, 기독교사회책임 등 개신교 NGO들이 출현하고, 지난 2007년 5월에는 ‘가톨릭뉴라이트’도 창립되었다고 한다.

이교수는 이들을 “공동선이 아니라 좌파정권 청산의 구호아래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고 있는 특정 이데올로기 집단이며 선진화 담론의 미명아래 소수 특권 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이익집단”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출현한 기독당이나 가정당 역시 특정 종교집단의 ‘교세확장 프로젝트’로 해석한다. 따라서 이진구 교수는 “한국종교계에서 아직은 정치세력화의 실험보다는 권력감시 역할이 더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정리한다.

정치화된 종교가 어느 정도까지 추해질 수 있는가

한편 강원돈 교수(한신대)는 한기총으로 대변되는 개신교 교권세력의 사상적 기반을 ‘근본주의’에서 찾았다. “근본주의자들은 이른바 바른 가르침을 확정짓고서 교회와 세상의 일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때로는 전통문화를 우상숭배로 배척하고, 때로는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관심과 사회적 참여를 금기시하고, 때로는 사회주의를 무신적 사탄의 논리로 타기했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주의적 교권세력은 미국문명의 우월성을 찬양하고 하느님이 마지막 때에 미국을 도구로 삼아 수행하실 위대한 일들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이러한 친미 반공적 개신교에서 카리스마적 지도자 반열에 오른 대형교회 지도자들은 “국가조찬기도회 등을 통하여 그동안 독재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하느님의 도우심을 빌어줌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권력자들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았다”고 말한다.

덧붙여 강원돈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동떨어진 냉전적인 사유, 남북한의 평화체제 구축에 반하는 반북 선동과 미국 네오콘 이데올로기의 수용,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서 공존과 상생에 역행하는 종교문화적 배타성, 타종교에 대한 정복주의적 접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용인과 옹호, 성공주의와 물질주의” 등에 사로잡혀 있는 개신교 보수세력은 “비판과 성찰의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옹호하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찬양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언행은 “정치화된 종교가 어느 정도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하였다.

정교분리 원칙이 신자들의 세속생활과 신앙생활을 분리시킨다

가톨릭교회의 정치세력화 문제를 ‘정교분리 원칙’을 중심으로 다룬 박준영 지국장(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국장)은 가톨릭교회의 정교분리 원칙은 불가피하게 “신자들의 세속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게끔” 만들기 때문에, “복음과 삶을 일치시키려 할 때는 항상 벽에 부딪힌다”고 보았다. 그리고 열심한 신자가 많아질수록 정교분리는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박 지국장은 이런 점에서 근본주의뿐 아니라 해방신학 역시 정교분리원칙에 도전하는 것으로서, “교회 안에서 재충전된 진보적 힘이 현실사회 안에서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에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1974년에 창립한 뒤로 본격적으로 사제 중심의 정치개입이 진행되었는데, 평신도운동은 1990년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결성되면서 그 힘이 집결되어 그 일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직간접으로 정치에 참여하였으나, 가톨릭노동청년회는 교회 자체가 노동자층을 잃어버려 쇠퇴하였고, 농민회는 장기적인 생태 생명운동으로 확산되면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현재의 천정연 안에 남아 있는 활동가들이 준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천주교 신자 일반의 정치적 지향을 대표하고 있지는 못하는 현실이며, 여전히 정의구현사제단만이 준정치적 단체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신자 대중의 의식화와 개별적 정당정치 참여 독려해야 한다

박 지국장에 따르면,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된 이래 가톨릭교회의 정치 참여는 ‘평신도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고 하며, 2008년 4월에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가톨릭인이 81명으로, 절대적 비율이 늘어났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은 “가톨릭 신자층이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사회의 주류 지배집단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대체로 가톨릭교회 지도부의 입장을 따르지 않으며, 좁은 의미의 가톨릭 정치세력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하였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에서 진보 세력의 정치세력화는 “우선 신앙에 바탕을 두고 더 많은 신자 대중을 진보적 의식화하고, 이들이 개별적으로 정당 정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모델”이라고 제시한다. 그러나 이렇게 나아가는 데 교회 지도부가 “신앙과 생활의 구분을 부추기는 데서 이익을 얻고, 많은 신자가 그것을 신앙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현실이 저항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상봉 20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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