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강하 신부, 주교좌목성동성당에서 장례미사

▲ 사진/한상봉 기자
안동교구 류강하 신부의 장례미사가 지난 11월 9일 안동 주교좌목성동성당에서 두봉 주교(전 안동교구장) 주례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봉헌되었다. 

1969년 대구교구에서 분리독립한 안동교구의 첫 사제서품자 3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류강하 신부. 41년전 첫 안동교구장이었던 두봉 주교는 첫 사제로 서품했던 류강하 신부의 선종을 바라보면서, "류 신부가 죽음마저도 열정적으로 맞이하면서, 모든 걸 비우고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갈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두봉 주교와 기탄없이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류신부가 서품 후 의성본당 주임신부로 갔을 때, '사제로 잘 사는 비결'이 있다며, "사제는 우선 제대로 먹고 자고 쉬어야 한다. 월요일에는 잘 놀고 해야 화요일부터 주일까지 열심히 본당 일을 볼 수 있다"고 말하자, 두봉 주교는 "웃기지 말라. 말도 안 된다. 사제는 본당에서 예수님이나 다름없다. 24시간, 365일 예수님처럼 기도하고 성사생활을 해야 한다"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러자 류 신부는 당황하며 "고맙다"고 말하고, 평생 기도하며 사제로 잘 살았다. 그래서 두봉 주교는 류 신부가 고맙다. 그래서일까? 류강하 신부가 안동의료원에 마지막 투병중일 때, 두봉 주교가 찾아가 "주님이 부르신다. 좋겠다. 참 축하한다"고 말하자, 류 신부는 호흡곤란으로 말은 못하고 박수를 그렇게 치더란다. 두봉 주교 말이 맞다고.

두봉 주교는 다만 류강하 신부가 자신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두봉 주교는 다시한번 "류 신부, 좋으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고별식은 류장훈 몬시뇰(전주교구 총대리)이 진행하였으며, 긴 고별사가 이어졌다.  가톨릭농민회 활동 등을 함께 했던 원로사제 정호경 신부는 이렇게 고별사를 이어갔다.

"이승을 살며 자네가 나누어 준 따듯한 마음 참 고마웠네.
그렇게 당당하던 그대의 풍채는 어디에 두고 피골이 상접한 채로 갔으니 몸도 비우고 갔구나.
지난 2월 병상에 누운 날부터 떠나가던 그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죽음을 묵상하며 준비하고 갔으니 마음도 깨끗하게 비우고 갔구나.
이렇게 몸도 마음도 다 비우고 갔으니
저승에서 우리 주 하느님과 예수님과 모든 성인들의 따뜻한 마중을 받았겠지.
저승에서도 이승의 인연을 생각해서 자네 뒤따라 가는 우리를 가끔 기억해주게.
머지 않아 다시 만나자고.
아멘."

▲ 정호경 신부가 '머지 않아 다시 만나자'고 고별사를 읽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동창신부인 최시동 신부(대구교구 원로사제)는 투병하던 류강하 신부를 만나러 왔다가 위로만 받고 돌아갔다고 전하며, 숨쉬기 조차 힘들어 산소통 2개에 의지해 연명하던 류강하 신부가 "최 신부, 숨 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지 알아?"하고 물으며 "내가 숨 쉴 수 있다면.."하였단다. 이어 "누가 사제직을 봉사직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40년 동안 사제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봉사하면서 살았냐, 봉사 받으면서 살아왔지. 나를 봐. 지금도 형수님한테 봉사받으며 살고 있잖아." 최시동 신부는 류 신부가 친구지만, 존경하는 사제라고 매듭을 지어 말하면서 "류강하, 잘 가게. 나도 곧 뒤따라 갈께."하였다.

고별사를 이어간 김창훈 신부(제주교구 총대리)는 류강하 신부와 더불어 지낸 신학교 생활을 회고하며, 한 성당에서 기도하고, 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한솥밥을 먹었다며, 류 신부를 참 사제이며 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안동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정동진 회장은 류 신부와 더불어 활동했던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회고하며, 독재정권아래서 가난한 농민들과 아픔을 나누던 시절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누었다. 

이성길 신부(안동교구 총대리)에 따르면, 안동교구장인 권혁주 주교는 마침 로마에서 회의가 있어 출국중이라 장례미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권 주교는 만약을 대비해 미리 두봉 주교에게 미사를 부탁해 놓았으며, 로마에서 같은 시간에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뜻을 전했다고 한다. 장지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농은수련원 성직자 묘원에 마련되었다. 

▲ 두봉 주교가 "주님이 부르신다. 좋겠다. 참 축하한다"고 말하자, 류강하 신부는 박수로 맞장구를 쳤다(사진/한상봉 기자)

▲ 미사에 참석한 유족과 친지들, 신자들이 슬픔을 나누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사제들이 류강하 신부의 명복을 빌며 국화를 드리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신자들에게 축복을 주고 있는 생전의 류강하 신부(자료사진/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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