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에 대한 선택과 집중... 언론사도 하나의 교회
-곧은 언론 위해 재정자립 필요..소액후원자 7천명 모집 추진중

“뉴스앤조이는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여름, 30대 젊은 기자 4명이 한국교회의 어제를 반성하고 오늘을 고백하며 내일을 고민하는 참 증인이 되겠다는 소망을 품고 창간한 인터넷 신문입니다. 무엇보다 금권과 교권에 얽매이지 않고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 언론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000년 8월. 그렇게 시작된 개신교 인터넷 언론 ‘뉴스앤조이(News & Joy)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4명의 기자로 시작해서 현재는 7명의 기자와 4명의 실무자가 일하고 있는 합정동의 뉴스앤조이 사무실을 찾았다. 이제 1년 반 남짓이 된 ‘지금 여기’는 10년 차 선배에게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들은 어떤 시간을 살아내고 있을까? 뉴스앤조이 김종희 편집장을 만났다. 

▲ 김종희 편집장이 처음 제안한 "돈 모아"라는 구호를 기자들이 "손 모아"로 바꿔 현수막을 만들었다(사진/정현진 기자)

가장 아픈 손가락, 교회 개혁

<뉴스앤조이>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교회 개혁에 있어 뉴스앤조이와 함께 공조체제를 이루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곳은 기독교 ‘윤리’가 개인차원의 윤리에 머문다는 것, 특정 교회의 문제가 아닌 대형교회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특정교회를 비판하지 못하는 것은 교회의 후원을 받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던 2000년 당시, 목사 세습 문제가 터졌고 일반 언론에서도 관심거리가 됐는데, 막상 교회 내에서는 이것을 ‘세습’보다는 목회의 계승, 대물림으로 이해됐고 세습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뉴스앤조이>가 세습 문제를 유일하게 다뤘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내부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서 강경 대처를 원하는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단체가 '교회개혁실천연대‘다. 그들은 <뉴스앤조이>와 함께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교회 개혁에 대한 선명하고 강한 운동  단체'를 표방했다. 

“실천연대와 뉴스앤조이는 대부분 같은 문제를 공유하지만 해석하거나 다루는 방식은 다릅니다. 실천연대는 상담 등의 역할을 하고 뉴스앤조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기사화하고 알리는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서로 강약 조절을 하기도 하죠.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존중해주는 관계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야기하는 교회 개혁은 ‘교회의 주인은 예수여야 하는데 사람이 주인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김종희 편집장은 “이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문제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런 일들의 원인은, 사목자든 평신도든 서로 머리노릇을 하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면서 이 부분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상황은 좀 다른데, 성직자를 거론하면 교구나 성당 전체가 문제삼는 가톨릭의 경우 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사람에 대해서는 포용, 사안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 김종희 편집장

<뉴스앤조이>는 사회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언론보다 잘 쓸 수 없기 때문이고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와 사회의 매개가 있는 부분, 예를 들면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나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과 개발을 추진하던 조합 지도부의 한 사람이 같은 교회에 다녔는데 그것에 대해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하는 것들이다.

‘선택과 집중’은 한편으로 존재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뉴스앤조이>의 지지자들 성향이나, 후원 상황을 보면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도 있고 보수적인 사람도 있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보수적인 사람이더라도 교회는 비합리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예를 들었다. 

지난 2001년에 뉴스앤조이 1주년에 대한 기사가 한겨레와 중앙일보에 한 날 실린 적이 있는데 이때 후원이 급격히 늘어났다. 분석을 해보니 대부분이 중앙일보를 통해 들어온 이들이었다. 중앙일보 독자 중에 개신교 신자들이 많기도 할 것이고, 자체 해석으로 중앙일보 독자들은 사회문제에는 닫혀도 교회문제는 열린 이들이 많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이후에 사회문제를 한번 다루면 그 독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이런 부침들을 겪으면서 김 편집장은 확신을 가졌다. 

“교회 개혁이라는 우리의 소명과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진보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진보든 보수든 교회 개혁을 위해서 함께 갈 수 있는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교회 개혁에 매진하자는 것으로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종합지가 아닌 전문지로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수익창출 모델 통해 재정과 대안활동을 동시에

▲ 10월 30일에 열린 뉴스앤조이 10주년 기념행사에 불여놓은 패러디 포스터 "먹고 기도하고 후원하라"

몇년 전, <뉴스앤조이>가 지금과 달리 폭넓은 기사 게재를 지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으니 후원자를 모으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결국 모순을 안고 대형교회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대형교회들은 <뉴스앤조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고액후원으로 '보험'을 든다는 식이었다. 그런 구조로 가니 교회 개혁을 원하던 핵심 지지자들은 ‘뉴스앤조이 답지 않다’면서 실망했다. 내부적으로도 갈등을 겪게 되고 기존의 기자들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편집장은 한동안 <미국판 뉴스앤조이>를 만들다가 지난해 가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재정문제와 관련해 새롭게 마음 먹었다. 첫 번째가 대형교회 후원을 끊기 위한 소액후원 캠페인이었다. 작년 10월부터 올 해 봄까지 이어진 ‘교회 개혁의 험한 길을 함께 걷는 길동무’ 라는 캠페인이다. 약 4만 명의 온라인 회원들을 상대로 1만원 후원을 호소했다. 목표는 구약시대 엘리아에게 준비시킨 7천명의 백성들과 같은 7천 명의 후원회원이었다. 현재 1천 5백 여 명이 후원, 매월 2천 만원 정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덕분에 여유가 생겼지만 아직도 직원들의 월급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계속 길동무 찾는 작업을 할 계획이고 이미 후원하는 이들에게는 한 명씩 더 추천을 부탁해서 후원자를 늘려가고 있다.

김 편집장은 <뉴스앤조이>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도록 후원 구조를 바꾸는 것과 동시에 재정 안정을 위한 방법으로 '수익모델 창출'을 구상했다.

“외국은 NGO들이 수익사업을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후원에 의존합니다. 우리도 수익사업을 통해 목적사업을 이루려고 생각했죠. 쇼핑몰 운영과 유학원 사업입니다. 쇼핑몰을 통해 공정무역 상품과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고 유학원도 같은 맥락에서 건강한 유학 풍토를 조성하려는 것이죠. 이것은 상호 신뢰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뉴스앤조이를 믿는 이들이 상품도 믿고 사며 만족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를 통한 가치 창출을 추구합니다. 공급자나 생산자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판매 수익의 일부를 북한이나 농촌, 이웃돕기에 씁니다. 또 공정 무역과 유기농 농가 직거래에 참여하면서 생산자와 뉴스앤조이를 모두 도울 수 있고 나쁜 소비를 지양할 수 있는 길이 됩니다. 이것은 뉴스앤조이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활동이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왜 돈을 버는가? 좋은 일을 오래, 잘 하기 위해서...

현재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이고 그나마 자꾸 교체가 된다. 일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힘이 들어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되면 더 힘들어진다. 주 7일 24시간 근무라고 반 농담처럼 말했지만 엄청난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없다. 물론 경제적 보상만을 바라는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것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편집장의 생각이다.

“직원들 월급이 아직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쉴 시간도 없어요. 저의 목표는 직원들의 경제적 상황을 최소한의 수준으로나마 올리는 것이고, 사람을 늘려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직원들은 못 믿겠다고 합니다. 사람을 늘리면 일도 더 늘릴 것이라면서요...(웃음)”

그러면서 김 편집장은 10년이 된 <뉴스앤조이>지만 생산되는 내용들은 10년 짜리가 아니라 여전히 1-2년 수준이라면서 안타까워한다. 외적인 요인으로 기자들이 1-2년차를 못넘기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안스럽고 그만큼 기자로서의 연륜이 쌓이기 힘드니 아쉽다.  기사를 잘 쓰려면 오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그는 말한다.

▲ 사무실은 젊은 기자들로 넘쳐나 활기를 띠고 있었다.(사진/정현진 기자)

구약의 예언자부터 세례자 요한처럼, 외쳐야 할 것을 외칠 뿐

“저는 이 일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없습니다. 기대감이 없으니 지치지 않죠.”

가끔 사람들은 '교회개혁'이란 게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아서 지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해 김 편집장은 “지치는 것은 기대감이 있을 때죠. 그런 기대에 못 미치면 지치죠. 하지만 나는 우리가 비판한다고 해서 바로 교회가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의연하게 말한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사람들을 향해 외칠 때, 상황이 바로잡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은 늘 멸망을 경고했지만 결국 그렇게 됐지 않습니까. 당시 백성들의 ‘배교’란 하느님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종교적으로는 하느님을 믿고 실생활에서는 바알을 섬긴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성전에서는 하느님을 섬기면서 실제로 생활에선 맘몬을 섬깁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역시 기대없이 외치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많은 예언자들이 했던 것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구조의 변화보다 사람의 변화가 소중하다
기자보다는 목회자의 마음으로...

10년 동안 끊임없이 이 길을 오게 한 것은 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받아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교회안의 다툼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자가 아닌 상담자, 목회자의 마음으로 만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툼 끝에 문제를 알리고 지지를 얻고자 언론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그런 싸움의 대부분은 성직자와 그 측근의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틀어질 때 일어납니다. 권력을 두고 머리싸움 하는 거죠. 그런 싸움에서 이긴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런 싸움의 본질을 찬찬히 알려주면 소수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고 구조 개혁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서 뉴스앤조이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 편집장은 원래 목회자를 꿈꿨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에게 이 일을 그만 두고 목회를 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더 큰 목회라고 말하고 실제로도 그런 마음으로 일한다고 한다. 교회의 부패는 끝이 없고 그러는 한, <뉴스앤조이>의 일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가사거리가 고갈될 염려가 없다며 웃는다. 전체 구조의 변화보다는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변화, 김 편집장에게는 그것이 가장 소중하다.

언론사로 또 하나의 교회로 살아가는 <뉴스앤조이>. 이번 10주년 행사때도 떠났던 이들이 찾아와 함께 축하해주었던 따뜻함에 후배 기자들은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잘 해낼 것, 당당할 것, 정체성을 가지고 길게 바라볼 것, 그것이 뉴스앤조이가 앞으로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자세다. 그 길에 응원과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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