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발표하고 6.10 촛불문화제 참여
2008년 6월 10일 부산에서도 3만여 개의 촛불이 하늘을 밝혔다. 문화제는 저녁 7시부터 시작되었는데 조직별로 근처 다른 곳에서 간단히 행사를 하고 서면으로 모이는 일정이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원로, 종교계 인사들 100여 명은 삼보일배로 쥬디스태화 쇼핑몰 앞을 출발해 서면로터리-전자랜드-밀리오레 앞 사거리-부전도서관-부산은행 부전동지점 앞을 거쳐 다시 쥬디스태화 앞에 도착했다. 부산민예총 등 문예 단체들은 오후 6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 모여 풍물패를 앞세우고 서면까지 거리 행진했고, 민주노총 부산 본부는 저녁 7시 범일동 소재 현대백화점 앞에 집결한 뒤 2㎞ 떨어져 있는 서면까지 행진을 했다.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은 부전역에서 서면까지 오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네 갈래가 한 데 모여 밤 9시쯤에는 서면 8차선 도로로 모두 나가 자리를 펴고 본격적으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3만여 명의 시민이 모인 촛불문화제는 사람들의 끝을 볼 수 없었다. 흥행 대박영화를 보러나오듯이 평소 집회에 나오지 않던 시민들까지 거리에 나왔으니 대박집회다. 의사, 약사, 한의사 100여 명은 흰색 가운을 입고 나왔고 수녀들도 촛불을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하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노래와 음악들이 풍성해서 함께 앉고 선 사람들은 즐거웠다.
발언대에 오른 정정수(75) 할머니는 “나는 암 것도 모르고 밥만 먹고 사는 사람인데, 하도 답답해서 나왔습니데이. 학생들 참~많아서 좋네예. 근데 이거 다~필요없데이. 학생들 엄마 아빠를 설득시키야 되는기라. 시장이고 구청장이고 부산사람들은 다 한나라당 찍어주고 대통령도 이명박 찍어줘서 나라가 이래 된 거 아이가. 부산사람들이 사실은 밉지만, 이렇게라도 모여서 할 말은 하니까 그래도 다행이고 지금 위에서는 무서울낍니더.”라며 한 소리 부러지게 하고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자유발언과 공연을 이어나가던 중에 사회자의 소개말이 들렸다. 지금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사제들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으며, 성명서를 낭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천주교의 이름을 걸고 사제들이 성명을 발표한다니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워낙 큰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평소 집회에서조차 보기 힘든 발언, 공연, 종교인들의 선언에 감동마저 받는 분위기였다. 사제단이 따로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촛불을 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로 운을 뗀 사제들은 “오늘 우리들이 들어 올리는 정의와 평화의 촛불들이 ‘제2의 6월 항쟁’으로 불타올랐으면 좋겠다.”면서 <백성의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은 정당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과 태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분노에 공감하며 이명박 정부와 위정자들이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들이 위탁한 정치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에게 미국과 재협상할 것과 국민들이 행진을 평화롭게 진행하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새벽 2시쯤 서면로터리에서 집회가 마무리되었다. 경찰병력이 서울로 집중되었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전경과 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나고 평화로운 집회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리고, 새벽 2시까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는 서면은 생활정치의 현장이었다.
/이명순 200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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