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촉구 천막농성 1,150일째, 촛불평화미사

▲사진/두현진 기자

때이른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작은 천막이 있다. 비정규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촉구하는 농성천막으로 이제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한다. 천막 농성이 시작된 지 어느덧 1150일이 지났다. 

10월 30일 농성 천막 앞에서 약 50여명의 학생과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수회 정만영 신부의 주례로 촛불 평화미가가 봉헌되었다.


정만영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복음에서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세관장 자캐오와 예수님 만남이 나온다. 예수님은 상처받은 자캐오의 마음을 알아보시고 위로해 주신다. 오늘날 비정규 대학 강사도 자캐오 처럼 사람대접 받지 못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 강사들의 어려움을 하느님께 하소연 하기 위해서이다. 하느님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다르다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알고 계신다는 믿음으로 기도하자"고 말했다.

농성 중인 김동애(데레사)씨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고건 위원장은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을 통해 ‘대학시간강사제도 개선방안’을 설명했다."고 밝힌 후, "일부 언론에서는 이 방안이 비정규 대학 강사들의 숙원인 교원지위 회복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보다 더 후퇴된 안이다."라고 비난했다. 김동애씨는 "정부가 진정으로 비정규 대학 강사들과 대학교육을 염려하고 하고 있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전제한 후 "현재 대학이 정교수를 채용해야 할 비율이 61%인데 사회통합위원회 안은 41%로 낮아져 있어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이 부실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통합위원회 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천막농성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학교육 문제를 방치할경우 필리핀이나 남미처럼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사회가 될것이라고 말하는 김영곤 교수

현재 김동애 씨와 더불어 천막에서 농성 중인 김영곤(62세) 고려대 세종컴퍼스 경영학부 비정규 교수를 만났다.   

요즘 날씨가 추운데 천막생활에는 어려움은 없는가?
-천막농성을 한지 1150일이 되었다. 보통은 12월 초부터 내복을 입는 데 11월도 안된 지금 내복을 입었다. 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가 와서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치료하고 있는데, 집에서는 거실이 있어 날이 추워도 걱정이 덜한데, 이곳 천막은 밖으로 바로 연결돼 춥고, 건강에 해로운 것 같다. 천막생활은 농성관련 일이 많아,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 나름대로 분석하고 이론의 틀을 만들고 싶은데 안타깝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점이 있다면?
-고려대 세종 컴퍼스 경영학부에서 노동역사, 노동의 미래 등을 가르친다. 지난 산업사회는 기업에 취직하면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사회여서 자기 삶을 설계하고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를 분석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도록 교수가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학생들을 찬찬히 잘 챙기고 수업시간에 사회의 핵심 쟁점이나 사회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고고학 학생이 수업시간에 강사에게 '4대강 개발 현장에 역사유물이 훼손당하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물어볼 경우 강사가 '우리한번 토론해서 방법을 찾아볼까?'라고 말할 수 없다. 학교에서 쫓겨난다. 농담처럼 ‘학점 잘 따서 취직 잘해라’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감성이 활발한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이끌어 주지 못한다. 원인은 강사에게 교원지위가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농성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관련 상황은 어떤가?
-10월25일 사회통합위원회에서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되, 법정 교수 임용비율 20%를 비정규 교수로 쓰는 안을 내 놓았다. 현재 대학에서 정규직 교수 채용 의무비율이 61%인데 사회통합위원회 안대로 된다면 정교수 임용비율이 41% 낮아진다. 이럴 경우 교수가 연구나 강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없고 지식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양성할 수 없다.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필리핀이나 남미처럼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천막농성을 하면서 책을 내고 있는데 설명 부탁한다.
- 강사문제 관련해서 <비정규 교수 벼랑끝 32년>을 2008년에 출간했다. 2009년에는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와 <한국의 공동체 자기고용>을 냈다. <한국의 공동체 자기고용>은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하고 소유하고 경영하는 노동조직 형태를 연구한 것이다.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아시아 지역, 노동자 단결권을 어떻게 신장 할것인가?'란 주제로 지난 10월초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 세미나 갔다 왔다. 세미나가 끝나고 케손씨티 리잘 공원에 있는 철거 현장을 방문했다. 필리핀 정부가 30억 달러 들여서 월드 뱅크를 세우려고 현지주민 2,500가구 15,000명을 철거시키려 한다. 주민들은 일자리 문제, 학교문제 등으로 싸우다가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 용산보다 심각해 보였다. 마음으로라도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심정을 말해 달라.
-네 번째 천막에서 맞는 겨울이라 별다른 느낌은 없다. 대학교육 문제가 해결 되려면 학생,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4년에서 6년 동안 1억원 들여 대학을 보내지만 학생들은 대학졸업해도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판단력을 가지지 못한다.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사회를 바라볼 판단력을 갖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집단 지성으로 창의력을 갖추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나서 국회의원들이 학교보다도 학생 학부모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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