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심포지엄에서 한국교회 언론문제 다뤄
-평화방송/신문에 대한 질문 많으나 대답은 궁색해.."현실 때문에.."

한국사회와 교회언론의 현주소를 가늠해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10월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1층강당에서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주최로 '말을 트다, 길을 트다'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손석춘 원장(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슬픔과 절망의 언론을 넘어'라는 주제로, 이석우 보도국장(평화방송)은 '교회언론의 시대적 책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으며, 논평자로 김유진 사무처장(민주언론시민연합)과 김유철 편집위원(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이 나섰다.

▲안충석 신부가 여는 말을 통해 교회와 언론의 사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안충석 신부는 아름다운 가성(歌聲)으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바다의 님프 사이렌 신화를 인용하며, "권력에 아부하는 매스미디어의 슬픔과 절망을 넘어서야 하는데, 평화방송은 복음을 통한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사명을 포기했다"고 질책하며, "이 자리가 언론의 본래적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다.   

한국언론의 '입에 발린 사랑'

▲ 손석춘 원장
첫번째 발제를 맡은 손석춘 원장은 "2010년 한국 사회에서 기쁨과 희망을 찾기란 어렵다."고 전제한 뒤에, " ‘20대 80’이란 말이 상징하듯이, 대한민국 국민 20%는 부익부를 누리고 있지만, 80%에 이르는 대다수의 삶은 빈익빈으로 추락하고 있다. 80%의 국민에게 오늘의 한국 사회는 기쁨도 희망도 주지 못한다"며, 기쁨과 희망을 나눠야 할 언론이 전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 언론은 "기쁨과 희망의 가능성을 가리고 슬픔과 절망을 ‘강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석춘 원장은 조선.중앙, 동아일보를 주범으로 지적하며,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조선일보는 1면보도에서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제목으로 삼을만큼 대다수 언론이 '사랑'을 중심에 두고 편집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추기경 추도사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다"며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하자"고 제안했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이명박 당선자가 김 추기경을 찾아갔을 때, 추기경은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양극화로 갈라진 사회를 하나로 통합해 달라"고 당부하며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정책은 누가 보더라도 ‘가진자 중심의 정책’이었는데, 어느 언론도 이 대통령에게 추기경의 당부를 실천하라고 촉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 원장은 한국의 신문시장을 독과점한 신문이 즐기는 글로벌스탠더드는 곧 세계화이고, 세계화의 핵심은 신자유주의라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대폭 줄이고, 외국 투자자들에 국내 시장을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작은 정부를 구현해야 한다는 시각,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기사와 사설의 뒤에는 언제나 ‘글로벌스탠더드’ 또는 ‘세계화’라는 말이 이어졌다."고 분석하면서, 그러한 태도가 김수환 추기경이 걱정한 사회 양극화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가장 큰 책임이 한국 언론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아니면 공산주의라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석춘 원장은 "이처럼 이미 대자본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 상위 20%를 대변하고 있는 신문과 방송이 그런 일을 소홀히 한다면, 그에 맞서 우리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빛과 소금이어야 할 종교가 그 중요한 담당자가 되어야 옳지 않을까" 물었다. 

이어 손 원장은 차가운 지금여기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사랑이 ‘사회적 상상력’을 담고 있어야 한다"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게 가로막는 세력이 엄존하는 데 있다."며 그들을  줄곧 대변해오고 있는 게 바로 이 땅의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장에 언론개혁이 필요한데, 이는 깨어있는 시민운동과 종교가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하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대중매체가 등장하기 전 종교는 그 시대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했다"며, "기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세력에 맞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평화방송 이석우 보도국장, 교회언론 현황만 제시.. 쟁점은 변명에 그쳐
"가톨릭 언론 역시 우리사회 최고의 언론 브랜드로 발전이 가능"

▲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장
한편 교회언론에 관한 발제를 맡은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장은 교회매스컴 현황과 해와 가톨릭 언론현황을 보고하고, 서울대교구에서 설립한 평화방송/신문을 중심으로 교회언론의 보도에 대한 분석자료를 제시하고, 교회언론의 과제를 내놓았다.  

이석우 보도국장은 교회매스컴으로 평화방송/신문, 가톨릭신문, 인터넷굿뉴스, 주교회의 홈피, 주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아시아가톨릭뉴스를 차례대로 나열하면서, 평화방송 TV는 교계뉴스를 알리고, 라디오는 일반뉴스를 중심으로 보도한다고 밝히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회가 설립하지 않고 평신도가 설립한 비판 언론"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석우 보도국장은 교회언론의 과제를 살피면서, 먼저 교회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교회 언론은 복음의 정신을 포괄적으로 전달하고 구체적 사회쟁점의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다. 구체적 해석과 방법론은 일반언론이나 전문가가 할 일이고 교회는 기본정신과 근본정신을 표명한다."는 관점이며, 교회의 현실적인 면을 함께 고려한 관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언론은 우리 사회의 예언자가 되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비판 기능을 담보해야 한다. 예언자는 골방에서 결코 기도하지 않는다. 공론의 장으로 나와 하느님의 소리, 백성의 소리를 전하고 불의한 지도자를 꾸짖는다."는 관점도 있어서 어느 한편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교회장상의 발언을 참고로 제시했는데, 파딜랴 교황대사가 2008년 7월 9일 부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한 촛불시위에 관련한 교회의 현실참여에 대해서 일반 원칙을 제시했는데, "모든 시민은 자신의 입장을 평화적 방법으로 표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으나, 미사와 같은 성찬의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기도이며 평화와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수단이 돼야 하는데, 이러한 미사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대사는 인권과 생명 등에 대해 "한국교회는 이러한 문제들에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나라 교회도 한국교회의 이런 좋은 면을 배우면 좋겠다." 말하며, "교황님은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잘 대처하면서 특히 자선활동과 같은 나누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석우 보도국장은 "가톨릭이념과 저널리즘의 충돌과 조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교회정신은 사랑과 용서, 화해를 추구하는데, 반면 저널리즘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조하기 어려운 이 두 정신의 조화에 늘 고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선 지적 후 반성하면 포용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회언론의 프로그램 및 뉴스 제작상의 열악한 환경을 거론하며, "상업적 제작을 지양하다보니 광고수입이 저조하고, 그래서 제작재원 및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양질의 작품 제작에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도덕의 상징인 가톨릭은 최고의 도구이자 우리 사회 최고의 브랜드"라며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시 가톨릭이 경건하고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나라 전체가 애도한 사례를 들었다. 

한편 교회언론은 "정파와 정권, 이념, 상업권력으로부터 대체로 자유로우므로 사실과 진실 추구에만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성공 가능성의 사례로 "사회 주요현안 및 고위 관계자(정부, 국회, 사회 각계 등)에 대한 정통 인터뷰 프로그램을 개발, 진일보한 본격 시사프로그램(‘열린세상오늘’)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해 언론계에 라디오 언론이 중요하게 부상하게 된 주역의 역할을 하였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석우 국장은 "교회언론 종사자들의 노력과 교회 및 신자들의 관심이 어우러지면 가톨릭 언론 역시 우리사회 최고의 언론 브랜드로 발전이 가능하다"고 맺었다. 

평화방송/신문은 설립이념에 충실한가? 아니면 편집방향이 바뀌었나?

▲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논평에 나선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도덕성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을 안 쓰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고 말하고, 4대강 문제에 대해 천주교 주교단에서 성명서를 발표해도 일체 보도하지 않는 조선,중앙, 동아일보의 태도를 비판하며, 이러한 한국사회 안에서 종교의 책무를 요구했다. 김유진 처장은 본래 가톨릭신자였지만,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 보여주는 모습의 불일치로 고민하다 교회를 떠났다고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며, 가톨릭교회가 예수의 사랑, 평화, 평등 정신으로 시대의 고민을 피해가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어 논평에 나선 김유철 편집위원(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은 이석우 보도국장이 평화방송에 몸담고 있음을 감안해 처음부터 <평화방송/신문>이 설립이념에 얼마나 충실하다고 평가하는지 물었다. 설립이념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편집방향이 바뀐 것인지 다시 물었다. 또한 서울과 광주, 대구, 부산, 대전방송국의 운영은 각 교구에서 인사와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는 교구에 대한 교회언론의 감시기능은 가능하다고 보는지? 향후 독립적인 가톨릭계 신문 혹은 방송의 출연은 가능하다고 보는지? <평화방송> 라디오 보도부문(13.1%)에 비해 TV의 보도부문(3.7%)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는데, 보도기능 허약에 대해 보도국장으로서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다.

이어 김유철씨는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장이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사회적 민감사안에 대해 주요인물 인터뷰 등을 하였고, 다른 언론매체에서 이를 인용보도하고 있다고 했는데, "문제는 이른바 ‘민감사안’을 교회언론이 보도 했느냐 안했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민감사안’을 어떤 입장으로 어떻게 보도했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석우 국장이 교회언론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의 대립을 소개했는데, 본인과 <평화방송>의 방침은 어떠한지 물으며, "어떤 관점이든 교회언론의 관점이 예수· 교회· 세상· 언론’에 대한 일관된 관점이 아니라 때때로 장상의 기호에 따라 움직이는 스스로의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따져 물었다.  

덧붙여 “가톨릭이념과 저널리즘의 충돌과 조화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선 지적 후 반성 포용 지향”을 방법론으로 제시했는데, 과연 <평화방송/신문>에서 ‘지적’은 이뤄지고 있냐?"고 물으면서 "교회외부에 대한 지적보다 더 시급한 교회 내부에 대한 ‘지적’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16개 교구를 가진 한국천주교회는 작은 조직이 아니며, 신자수가 5백만이 넘으며 30명이 넘는 주교단과 1500여 본당, 3500여명의 성직자, 10만 명이 넘는 수도자가 있고 의료, 학교, 문화, 복지시설 등 다양한 관할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문외한 탓이겠지만 교회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하여 교회언론에서 그동안 어떠한 견제 혹은 비판기사라도 본 기억이 없다."고 비판했다.  

교회언론은 장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 김유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보완토론으로, 김유철 편집위원은 한국교회의 아킬레스가 '친일'문제라며, ‘민족문제연구소’는 2008년 4월 29일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4800여명의 대상자 중 가톨릭계 대상자 7명을 발표했을 때, 서울대교구 대변인은 단 하루 만에 반박성명을 발표하였고, 교계신문들은 5월 11일자 신문을 통해 일제히 스트레이트기사, 해설기사, 사설 등을 통해 관련인사들의 무고함을 주장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런데 2009년 <친일인명사전>이 가톨릭계 인사 7인의 대상자를 포함한 채 발간되었지만 서울대교구와 교계신문들은 이전의 반응과는 달리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교회와 교회신문들은 친일로 지명된 장면 씨와 노기남 대주교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의미 있게 진행하고 보도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냐고 따졌다. 

한편 "교회언론은 언론으로서 독립된 관점을 지니기보다는 늘 교회장상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그런 일들은 1988년 <평화신문>이 창간되기 전까지는 <가톨릭신문> 유일창구 이기에 더욱 그런 경향이 짙었으며, 현재 발행되고 있는 두 개의 신문도 언론의 본래적 기능으로 보자면 오십조 백보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두 신문이 좀 더 나아 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업은 반복된다"며,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5월 28일자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 사설은‘군사혁명과 반공정책-반공은 국토통일보다 중요하다’였으며, 1961년 9월 24일 1면 톱은‘재건국민운동 천주교 서울교구 촉진회 결성’이 실렸다. 쿠데타정부가 급조한 재건국민운동은 일제말 시행된 국민정신총동원 혹은 국민총력연맹과 조직이 흡사하였으며 천주교 서울교구 촉진회 총재 노기남 주교와 고문 신인식 신부는 공교롭게도 국민총력 천주교 경성교구연맹 이사장과 이사였으며 그 대가로 친일대상자로 지명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가톨릭시보>는 1961년 10월 1일 사설 ‘재건국민운동과 가톨릭생활관-서울교구 촉진회 결성을 보고’, 동년 11월 12일 사설 ‘재건국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라’를 통해서 그 정당성을 옹호하고 나섰다."며 "교회의 통철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못한 점이 결국 권력 앞에서 같은 류의 잘못을 반복하게 된 것은 아닐까?" 물었다. 

한편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화려한 휴가’ 대국민작전 직후 나온 <가톨릭신문> 1980년 6월 1일자 사이드톱 기사는‘광주 성직자 수도자 전원 무사’였는데,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이 학살당했고 민심은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소식을 입으로 전할 때 교회언론의 일차적 관심은 ‘제 식구’ 그것도 성직자 수도자로 눈을 돌렸다며 문제 삼았다. 그후 교회신문의 톱 자리에는 전두환씨의 사진과 함께 관련기사가 실렸으며, 공교롭게도 이후 해당 신문사 사장신부는 주교회의 사무처장 신부와 함께 국가보위 입법위원이 되었던 점을 언론의 눈으로 보자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나아가 2008년 5월 여학생들이 시작한‘촛불’은 이제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는데, 그당시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는 교회신문에서는 오랫동안 ‘촛불’이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으며, 2008년 10월 29일, 11월 5일, 12일 연이어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사제단이 삼성비자금 등에 관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를 보도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물으며, "교회언론에도 이른바 관계자들의‘작업’이 통하나? 아니면 미리 알아서 하는 일인가"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천주교회에 언론은 있는가?".. "내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언론이 부담스러우면 기관지로.. 가야

논평을 마무리하면서, 김유철 위원은 "교회언론 특히 교회신문들의 자기성찰은 있기나 한지, 내부의 성찰이 어렵다면 외부의 회초리에 대하여 맞을 자세는 되어 있는지?, 교회언론에‘침묵의 카르텔’은 없는지?, ‘부끄러운 언론’의 모습에 대한 자기비판의 용기는 사라진 것인지?"에 대해 공박했다. 이어, 언론의 기능은 사실보도(거울)와 비판기능(횃불)인데, 교회언론에서 그것이 실행되고 있지 않다면 교회언론의 언론 기능 상실이거나 혹은 교회언론에 대한 지나친 언론대접,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며, 교회언론의 소통의 부재와 실종을 꼬집었다. 또한 "박수는 있지만 감동 없는 언론, 뉴스는 있지만 이슈 없는 언론, 교리는 있지만 예수 없는 교회언론"에 다가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며, "한국천주교회에 언론은 있는가?" 물었다. 

▲ 사진/한상봉 기자

한편 답변에 나선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장은 "교회언론은 교계제도 안에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며, 평화방송이 설립이념에 충실한지 여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회기관에 대한 교회언론의 감시기능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교구가 스폰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회언론이 어렵게 운영되는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운영은 쉽겠냐?"며 "기존 교회언론의 보완적 기능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하고 있다고 보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후원해 주면 좋겠다"고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켰다. 

교회언론이 장상의 기호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국장은 "내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교회언론이 사회문제와 교회문제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데까지 지적하고 있다"며 "그런데 굳이 지적해야 되느냐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적 민감사안에 대한 보도에 대해 "민감한 사안을 다루게 되면 찬반견해가 쏟아지고, 찬반이 극명하게 갈라지는데, 공정해야 하는 교회언론으로서 어느 한 세력의 편을 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석춘 원장은 발제를 들으면서 "성전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했다면서, "돈을 벌면서 신문방송을 하는 자가 아닌지" 반문했다. 또한 "보수적인 관훈클럽 사람들도 인정하듯이, 언론이 공정해야 한다는 뜻은 사회적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편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공평'이다."라고 부연설명했다.

"성전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종합토론 시간에 한 참석자는 "교회언론이 사회적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보편적이라는 가톨릭'에 맞지 않는다"면서 "교회의 사명이 이 세상의 복음화인데, 그 사명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교회언론은 개인의 소유물이거나 개인의 사설조직으로 독립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석우 보도국장은 "그러다 건물이 무너지면 어찌하나? 가장 나은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유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은 "그런 식이라면 이완용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평화방송이 그래도 나쁜 언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좋고 나쁨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매듭을 짓고 가자는 것이다. 그걸 두루뭉실하게 '사는 게 죄 아닌가', 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려면, 차라리 주보나 기관지라고 말해야 옳다. <경향잡지>는 기관지라고 하니까 말 안 한다. 그런데 평화방송/신문은 '언론'을 표방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안충석 신부는 "조중동은 조중동이니까, 그걸 깔고 국민들이 듣지만, 평화방송은 가톨릭 이름으로 언론을 하니까,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더욱 큰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교회는 정치질서에 관해 복음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사제들이 뭘 안다고 나서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걸 도대체 교회가 안 하면 누가 하느냐. 언론은 정론직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양승규 교수는 "이렇게 언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라며, "참된 교회가 없으니 올바른 교회언론도 없다"고 일갈했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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