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짱돌]

빙고!!

이명박과 손학규. 오세훈와 김문수. 이 조합은 무슨 조합일까?
개신교회에 다니는 두 사람과 천주교회에 다니는 두 사람이다. 빙고!
이명박과 오세훈. 손학규와 김문수. 이 조합은 무슨 조합일까?
똑같은 시점에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인수인계한 관계다. 빙고!
이명박과 손학규· 김문수· 오세훈. 이 조합은 무슨 조합일까?
현직 대통령과 언젠가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세 사람이다. 빙고!
손학규와 이명박· 김문수· 오세훈. 이 조합은 무슨 조합일까?
멀쩡한 강을 앞에 두고 “나는 반대편” 혹은 “나는 찬성편”하고 손드는 사람들이다. 빙고!

 
 
 

 

 

 

팔뚝에 그려진 ‘一心’들

그러나 단순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없이 복잡한 동네가 이 동네다. ‘원래’ 혹은 ‘초심’이라는 말은 애초에 통하지 않는 동네가 또한 이 동네다. 학생운동가로서 한일협정에 반대하여 6·3항쟁에 나서기도 했던 이명박 대통령. 환경운동연합의 창립멤버였으며 2003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민주화세대에게 한나라당은 5·6공 잔존세력에 불과하다”고 직언을 한 오세훈 서울시장. 학생운동을 통해 김근태, 고 조영래를 만나고 이후 투옥생활과 무시무시한 계엄사령부의 모진 구타(79년 부마민주화운동 관련)까지 당했지만 그 이후 민자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손학규 민주당대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5·3 인천투쟁 등을 거치며 깨달은(?) 바를 실현하고자 이재오와 함께 1990년 현재의 민노당 이상의 민중당을 창당했지만 갑작스런 더 큰 깨달음(?)을 통해 민자당에 입당하여 현재의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

“내가 왕년에...”하고 말할 만한 사람들이다. 인정한다. 위에 말한 네 명의 왕년은 어디 내어 놓아도 부끄럼 없는 개인의 발자취이며 동시에 한국의 현대사이고 한국인 모두가 겪은 신산스런 세월들이다. 네 명 모두 파란만장한 세월을 산 사람들이며 앞으로도 자진해서 파란만장을 이어갈 의지의 한국인들이다. 저잣거리의 누군들 파란만장하지 않은 세월이 없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앉아 저녁뉴스 톱의 자리에 드는 네 명의 인물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착각

“인생이란 것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사에 정답이 있겠는가? 초지일관도 좋고, 깨달음의 길도 좋으며,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다. 어느 길인들 하늘의 길 아닌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아무리 봐도 하늘의 길은 아닐성 싶다. 스포츠로 치면 점잖게 샅바싸움으로 시작하는 씨름 같기도 하지만 어느 샌가 피투성이의 격투기로 변하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돌아서서 서로를 격려하는 올림픽 폐막식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씨름이든 격투기든 하물며 올림픽 폐막식이든 모두 규칙이 있는 것이다. 적어도 ‘쌩쑈’는 아니라는 것이다. 때때로 정치에 관한 말들이 술안주로 오르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들이 ‘쑈’ 로 시작해 ‘쌩쇼’를 거쳐 노래방 수준에도 못 미치는 ‘쇼쇼쇼’로 끝나는 것에 불과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하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에게는 그 착각이 유효하다.

예수 믿는다고? 하늘도 기대하지 않는다

의인 몇 사람만 있으면 무너질 세상도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신앙의 뿌리인데 대통령이 예수 믿고, 제1야당 대표가 예수 믿고, 서울시장이 예수 믿고, 경기지사가 예수 믿는다고 한국 정치판과 나라꼴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의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아무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마저도.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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