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주일 미사 거행


6월 6일은 이땅의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현충일을 맞아 사흘 연휴에 들어가는 6월 5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시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광우병 쇠고기)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이하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인 6월 8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는 정만영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예수회 소속 사제)의 주례로 주일미사가 거행되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와 사랑의 씨튼 수녀회 소속 여성 수도자들, 가톨릭노동장년회 회원과 일반 신자들이 1백여 명 남짓 참석한 조촐한 미사였지만, 국민행동 마지막 날을 미사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었다.

이날 미사는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정만영 신부가 촛불집회에 참가한 몇몇 신자들과 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전날 저녁 소식을 들은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석하여 조촐하면서도 성대하게 바칠 수 있었다.

이날 독서는 지금까지의 국민행동을 더욱 확신하게 하는 내용으로 읽혔다. 로마서 4장 18절부터 25절까지의 제2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아브라함은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너의 후손들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하신 말씀에 따라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을 믿었습니다."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주는 것이다. 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일지언정 언젠가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이라는 국민의 일관된 희망을 재삼 확인하게 해주는 듯하였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박순희 아녜스 대표. 이날 미사는 72시간 국민행동에 개별적으로 참가한 박순희 씨와 정만영 신부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루어졌다.

이날 미사는 사전 공지가 없었으나 1백여 명의 수도자와 신자들이 참석하여 국민행동 마지막 날을 더욱 뜻깊게 하였다.


이제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기를...

이날 강론을 통해서 정 신부는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당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소리가 저에게는 베드로의 닭울음소리였습니다. 수도자요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사회의 가난한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였다.

정 신부는 복음 내용을 바탕으로 강론을 이어갔다. "예수님은 많은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세리 마태오를 부르셨습니다. 죄를 짓는 현장, 세금 걷는 곳에서 마태오에게 거룩하게 '나를 따라라.' 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마태오를 빗대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응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씨는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반대하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셨습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미성숙한 사람으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입니다."라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는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듯이, 이명박 대통령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쇠고기 협상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서는 하면 안 되는 말, '재협상할 수 없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스스로 루비콘 강을 건너갔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풀어야 합니다." 정만영 신부의 일침이다.

미사가 끝나자 삼삼오오 온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제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도하였다. 쓴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 자승자박의 시간을 풀어내고 결자해지하는 결단을 보여주기를 기도하였다.

 

 

 

 

 

 

 

 

 

 

 

 


/두현진, 사진 박오늘 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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