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국선언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신명기 30장 20절)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1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협정을 미국 정부와 체결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이미 알려진 대로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민들은 잘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점입니다.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이 미국 국민보다 훨씬 열등한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우리 쇠고기 생산자인 농민도, 소비자인 국민도 모두 원치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누구를 위하여 미국산 쇠고기를, 그것도 광우병 위험 때문에 미국민들은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수입하려고 합니까?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임으로써 생긴 병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바로 그런 사료를 축산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질서를 파괴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의 결과로 생긴 광우병의 공포 앞에 내 몰리고 있습니다.

광우병 우려 미국 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한 후 ‘국민과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말로는 국민과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을 계속 펴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5월 29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를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이라는 것이 정부의 의지를 국민에게 관철시키는 과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 소통은 정부가 국민과 대화하며 국민의 의사를 받들어 국정을 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을 깊이 우려하는 것은 이 결정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며, 특히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사회는 지나친 물질만능주의, 상업주의의 영향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먹을거리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되어 국민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마땅히 이런 먹거리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큰 미국산 쇠고기를, 미국 국민이 먹는 것보다 훨씬 나쁜 조건으로 수입하려 합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국민을 기만하면서 진행되는 이명박 정부의 생명파괴적인 정책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반도 전역의 생태계 파괴를 몰고 올 한반도 대운하도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국토해양부의 ‘운하지원팀’과 수자원공사의 ‘대운하 추진기획단'에서 암암리에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을 속이기 위해 ’물길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른다 해도, 그것이 여전히 한반도 대운하 만들기임이 한 양심적인 연구원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롯해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증진을 위해 국가나 공공기관이 수행해야 할 일들을 민영화하겠다는 주장도 국민의 생존권을 크게 위협하는 정책으로 생각되어 심히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거스르는 정책들의 시발점이 될 징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자아냅니다. 더구나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생명윤리법까지 통과시켰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으로써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법을 보전하는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교회의 사명에 따라 우리는 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게 미국과 재협상해야 함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아울러 생명존중과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을 펴 나갈 것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뜻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2008년 6월 2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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