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여옥]

"많은 사람들은 무기비축을 가상의 적에게 전쟁을 단념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것을 국가 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같은 전쟁 억제수단과 관련하여 막중한 도덕적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315항) 

추석연휴를 며칠 앞두고 조금씩 들떠있던 9월 17일 금요일 오후, 찢어질듯한 전투기 굉음이 서울하늘을 뒤흔들었다. 갑자기 전쟁이라도 난건 아닌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 전투기 소음의 정체는 28일에 열리는 한국전쟁 60주년 서울 수복기념 행사 축하비행을 위한 사전답사 때문이었다. 불과 며칠 전인 15일에도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에서 당시의 작전모습을 재연하고 돌아가는 전투기 소리에 시민들이 놀라기도 했다. 올해는 정부가 주관하는 한국전쟁 기념행사 중 하나인 '9·28 서울수복' 기념행사와 국군의 날 행사가 통합해서 치러져 평소보다 큰 규모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2010평화군축박람회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는 2010년 10월 2-3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린다.
10월 1일 국군의날은 한국전쟁 당시 38선을 돌파하고 북진한 날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 국군의날이 있는 10월에 개최되던 방위산업전시회는 2009년부터 우주항공분야의 ‘서울 에어쇼’와 육군의 지상무기 중심의 ‘디펜스 아시아’가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로 통합되면서 2년에 한번씩 열리게 되어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대신 이번 국군의날 행사에서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 일대에 ‘10대 명품무기’를 전시한다고 한다. 이렇게 성능좋은 무기의 국산개발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지만, 엄청난 세금을 투자하여 개발할만큼 지금 우리에게 그 무기들이 필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차, 장갑차, 자주포, 헬기, 훈련기 등 많은 무기들을 끊임없이 국산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고, 성능좋은 무기도 계속 구입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무기수입국이고, 방산수출액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 2009년 1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15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무기를 많이 사들여도 오히려 평화지수는 떨어졌다. 경제평화연구소(IEP)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3위였던 한국은 10계단이나 하락해서 43위로 나타났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이라며 방위산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그 무기들이 어디로 팔려나가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채 무기수출로 인한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전쟁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 게다가 ‘조국 방어’와 무기수출은 상관이 없다.

무기는 단순히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무기는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무기거래액은 증가하고, 넘쳐나는 무기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다. 강한 무기들로 무장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무기들은 누군가의 평화를 위협하고 삶을 위태롭게 한다. 위협을 느낀 또다른 누군가는 무기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끊임없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가 보유한 핵무기는 지구를 수십번 파괴하고도 남을 정도지만 여전히 핵무기공장은 무기를 만들어낸다. 막대한 세금이 그렇게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낭비되고 있지만 세계는 더 위험해져만 간다. 강력한 군사력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절대 평화를 지킬 수는 없다.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군비경쟁이 아니라 군비축소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적인 협력을 위해 애쓰고,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군비를 늘리고 무기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주변국들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무장갈등과 군비경쟁보다는 평화공존을 위해 교류를 확대하는 길을 찾고, 평화에 반하는 방위산업을 국가의 미래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가치있는 사회적 투자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 강한 군대와 무기를 위해 더 이상 우리의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평화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맘껏 펼치자.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전쟁을 위해 우리의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바로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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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10년 10월 2-3일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평화군축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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