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인가-박영대]

요즘 문정현 신부님이 명동성당에서 홀로 기도하고 계신다. 시위 성격의 일인기도인 셈이다. 지난 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이 명동 들머리에서 4대강 반대 단식기도를 하던 중 명동성당 사목위원들로부터 들었던 얘기, 젊은 후배사제들에게 “그러려면 사제 옷을 벗고 하라”고 한 얘기를 도저히 잊을 수도 참을 수도 없기 때문이란다. 단식기도를 끝낸 뒤 공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 명동성당 측은 무반응이다. 특별히 ‘고약한’ 명동성당이 아니라 ‘평범한’ 다른 성당에 갔더라도 정의구현사제단이 환대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요즘 4대강 반대 사제들이 본당에서 강론을 했다가 신자들로부터 항의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미사 강론하는 중에 큰소리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정도면 미사 뒤 찾아와서 또는 나중에 전화나 메일로 항의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왜 이런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심해질까? 왜 이리도 수상한 일이 한국천주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명동성당에서 기도에 들어가는 문정현 신부(사진/한상봉 기자)
지난 3월, 봄 정기총회를 끝내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주교회의가 사회 현안에 대해 분명하게 견해를 밝힌 것은 정말 드문 일이고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더 드문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주교회의 발표가 있은 다음 곧바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에는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성당에 가서 미사 드리기가 무섭습니다”라는 전단 광고가 실렸다.

이 비슷한 광고가 전에도 실린 적이 있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7월 2일, 3개의 단체 이름(뜻있는 천주교평신도전국협의회, 천주교 뉴라이트 전국협의회, 천주교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으로 “한국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전단 광고가 조중동에 실렸다. 2008년 광고가 정의구현사제단을 문제 삼은 것이라면, 2010년 광고는 주교회의 결정을 문제 삼고 있다.

평신도가 이처럼 주교 개인도 아니고 주교회의 전체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단체의 이름으로 하긴 했어도. 그런데 비겁하게 단체 이름 뒤에 숨어서 뒷담화만 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교구장 한 분은 교구 교수모임에 미사를 드리러 갔다가 교수 한 명으로부터 4대강 관련 주교회의 결정에 대해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일들이 하나의 징조라고 생각한다. 이제 서로 다른 정치 견해가 교회 안팎을 넘나들며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기 시작했다는 징조. 이제 보수 성향의 천주교 신자들은 자기 정치 견해와 다른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다. 항의를 조직하고 행동한다. 심지어 조중동과 같은 교회 밖 보수언론과 뉴라이트와 같은 교회 밖 인맥도 서슴지 않고 동원하고 있다. 혹시 지난 3월 말의 수상한 광고는 주교회의 결정이라고 주눅 들지 말고 총궐기하라고 보수 신자들에게 촉구하는 일종의 봉화가 아니었을까. 실제 주교회의 결정이 못마땅했던 보수 성향 천주교신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 주교님들이 이번 일은 잘못하신 거야. 바로잡아야 해.’

교회쇄신을 위해서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 사제가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했다. “지금 성당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은 대부분 먹고살만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조중동을 보고 한나라당 당원이다. 이들 중심으로 성당이 움직인다면, 천주교가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옳은 지적이다.

이제 평신도 중심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교회쇄신의 필요를 더욱 절박하게 느끼는 요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제, 수도자, 평신도 구분을 넘어서는 진보신앙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찌할 것인가? 아직도 진보 사제들은 자꾸 사제들끼리만 뭘 하려고 하니. 평신도로서 아쉽고 섭섭하고 걱정스럽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