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는 허수아비가 되기 싫어요.
벼이삭도 없는 광장에서 팔을 벌리고 서서
무엇을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제 입술이 퉁명스럽게 미운 것은 제 잘못이 아니랍니다.

저를 들판으로 보내 주시든지, 아니라면 팔이라도 내리게 해주세요.
제발 저를 그림 앞에 세우지 마세요.
성전처럼 보이지만 성전도 아닌
오래도록 공사 중인 그 공사는 언제나 끝이 나는지요?
주님, 저는 그저 살아있고 싶어요.
생생한 성전 앞에 서고도 싶고
아니라면 생생한 들판에서 참새라도 쫓고 싶어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손을 모으고 고개 숙이지만
그럴수록 못견디게 괴로운 제 심정을
당신은 아시지요? 당신은 아시잖아요.

그림 성전이 무너져 내리는 날, 그때야
저를 그만 놓아주실 것인가요?
제가 사람들 손을 잡아끌어
춤을 추게 하실 껀가요?

그러면 그때까지, 좋아요, 그 때까지
벌받는 자세로 그 자리를 지킬 께요, 우리 주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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