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인가-호인수]

뚱딴지같은 가상이다. 1년 365일을 다 만우절로 만든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사방에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웃음공화국이 될까? 어림없다. 필경 얼마 못 가서 콩가루공화국이 될 게 뻔하다. 비록 장난삼은 거짓말이라도 자꾸 해 버릇하면 결코 헤어나지 못한다는 말씀을 우리는 철들기 전부터 귀 아프게 들어왔다. 거짓말은 으레 또 다른 거짓말을 낳기 때문이다.

하찮은 거짓말이 한 개인이나 가족에게 주는 피해는 가히 치명적일 수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을 일삼는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불행히도 mb정부는 출생부터가 거짓의 보에서 비롯됐다. “BBK는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는 자신의 동영상 앞에서 mb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게 아니다”라고 딱 잘라 부인했다.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다. 도깨비에 홀렸나? ‘부자’의 꿈에 부푼 ‘우리’는 그의 멀쩡한 거짓말에도 아랑곳없이 손목에 힘주고 그를 찍어 청와대로 보냈다. 벗을 수 없는 원죄다.

그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청와대 뒷산의 통절한 반성도 촛불의 배후를 캐고 유모차 엄마들을 연행하면서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났다. 한반도대운하 계획이 다수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을 때 보인 그의 언행을 보자. “그래, 안한다. 안하면 될 거 아냐?” 쉽다.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그는 슬쩍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표를 바꿔 달더니 팔을 걷어붙였다. 그 ‘살리기’도 속임수였다. (한겨레신문 8월 16일자 참조)

‘알아서 기는’ mb맨들은 지난 17일자 방송 예정이던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도 막았다. 거짓의 탄로가 두렵긴 했나보다. 천안함 사건도 그렇다. 정부의 조사발표 외에는 아예 입도 뻥끗 못하게 한다. 0.00001%도 못 믿겠다는 도올의 발언이 훨씬 더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국민들이 찍소리 없이 조용하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저항의 목소리가 감당 못하게 커지면 그제야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태도, 그는 과연 이런 짓을 언제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까? 나는 요즈음 비로소 우리나라에는 후퇴의 역사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인천교구 소속이니 인천교구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내년이 교구설정 50주년이 되는 해로 교구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이미 몇 차례 이야기한 바다. 그런데 최근에 전해들은 소식은 또 다시 나를 슬프게 한다. 50주년기념 영성센터 건립 건이다. 교구는 조감도와 기도문을 만들어 교우들에게 돌리고 ‘바다의 별 성모상’을 별도로 제작해서 지구 단위 순회기도회를 개최토록 했다. 일방적으로 본당마다 모금할당액을 정하고 주보 1면에는 매주 약정액과 납부액을 기재한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이다.

문제는 강화도 신학교 근처에 지으려 했던 300억 원짜리 건물을 무슨 까닭인지 짓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이란 하다보면 뜻밖의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은 백번 인정한다. 하지만 기존의 목표가 어긋나서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면 교구는 먼저 대내외에 정확한 사정을 밝히고 여러 사람들(평신도와 성직자 수도자, 특히 돈을 낸 분들)을 불러서 모금 중단 등, 중론을 모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그게 안 보인다.

언제부턴가 주보에 ‘영성센터건립을 위한’이라는 구절도 사라졌다. 교우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정성껏 돈을 내는데 교구는 입 꼭 다물고 받기만 한다. 영성센터 건립도 다양한 기념사업들 가운데 하나니 뭉뚱그려 편리한대로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인가? 언제 어디에 지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짓는 것은 분명하니 잘못도 거짓도 아니라는 판단?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이제라도 교구는 정도를 가야 한다. mb정부처럼 사람들의 신뢰를 잃기 전에.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고강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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