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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자의 감옥행은 여전히 계속된다[시사비평-여옥]
  • 여옥 ( . )
  • 승인 2010.08.29 22:05 | 최종수정 2010.08.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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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970-80년대에 집총을 거부하다가 구타, 고문 등의 가혹행위로 숨진 이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었다. 2010년 8월 4일 서울고등법원은 군대에서 집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해 숨진 정모 씨의 유가족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심에서는 국가의 배상 청구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군 당국이 가혹행위를 하고도 진실을 감추려고 했기 때문에 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국가의 반인권적 폭력과 가혹 행위로 숨진 점이 인정된다”고 첫 진상규명 결정을 내린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군의문사위는 결정문에서 “이들의 사망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종교적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군 및 국가의 반인권적 폭력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국가는 이들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이들의 죽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것은 비로소 최근에 와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군사정권시절에는 총을 들지 않겠다고 하는 행위가 맞아죽을만큼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변해서 30년 전의 국가폭력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병역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 것이 민주화된 한국의 현실이다. 여전히 국가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국방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는 제한적이고,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폭력의 하나로 군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병역거부운동이 처음부터 마주쳐왔던 문제들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통제가 가능할 것 같던 국가권력 기구들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사회적 합의와 민주화의 성과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모습들을 목격하고 있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도 그 중 하나이다.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2009년부터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가 허용되어야 했다.

   
▲종교와 양심과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를 대체할 복무제는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3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정의민, 오태양, 나동혁, 유호근, 임태훈, 고동주씨 등 11명에 대해 한국정부에 보상 등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배은주 기자)

국방부가 2007년 9월에 발표했던 안에 따르면 병역거부자들에게 2009년 1월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이후 제도 도입 준비를 미뤄오던 정부는 연구용역보고서 중에 극히 일부분인 여론조사 부분만을 발표하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무기한 연기해버렸다. 총을 들지 않는다고 해서 때리거나 고문하는 식의 직접적 폭력은 사라졌지만, 이미 끝났어야 할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병역거부 흐름은 외국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과정이 단기간에 일어나며 빠른 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평화주의를 기반으로한 소수종파의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주류 종교의 병역거부가 인정되기까지는 수십, 수백 년이 걸렸다. 그 이후 반전․평화주의 등 정치적 신념의 병역거부가 등장하고 인정받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친 저항과 갈등, 치열한 논쟁의 과정을 통해 그 권리가 점차 확대되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병역거부 문제가 공론화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신념의 병역거부자들이 나타났고,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다양한 쟁점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소수자의 인권보호 차원을 넘어 종교와 국가의 관계, 종교의 자유 확장, 군대의 본질과 군사주의, 병역과 시민권의 문제, 안보와 평화의 문제 등 많은 쟁점들이 산재해있지만, 군대와 연관된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기는커녕 비난과 오해로 인해 소모적인 찬반논쟁에만 머물러있기 일쑤이다.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는 군대와 군인이라는 것이 가진 의미를 사회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특수한 안보적 상황을 이유로 군대에 대한 논의는 금기에 가까웠고, 오히려 미화시키고 신성하게 만들어온 사회에서 병역거부자의 존재는 군대가 전쟁을 위한 도구이고 살인을 위한 조직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지금도 900여명의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있지만, 평화에 대한 상상력은 가둘 수 없다. 양심의 자유를 넘어서 국가가 강제하는 징집과 전쟁,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활동을 통해 병역거부는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모두의 몫이다.

여옥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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