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짱똘]

#1. 오~쓰리쿠션

절묘한 미술작품이나 도자기 앞에서 나오는 탄성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주회장에 울려 퍼지는 고고한 음악을 듣고서 나오는 탄성도 아니었다. 대학교를 막 입학했던 시절 출입을 시작한 당구장에서 만난 이른바 고수들이 보여주는 쓰리 쿠션을 보면서 입에서 쏟아진 말이었다. 어디 그 뿐이랴. 아침마다 스포츠신문 들고 뒷간가면서도 예술을 하러 간다는 친구도 있었다. 예술이란 말과 행위가 이른바 예술가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 기술, 의지, 몰염치. 그들만의 예술

불가의 조계종이 만든 사찰이 아닌 일반인이 만든 절을 이른바 ‘민간인사찰’이라고 부른다는 농담이 세간에 흘러넘쳤다. 한마디로 허무개그였다. 그렇게 시작된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가공무원들의 범죄는 몇 사람 구속으로 막을 내렸다. 누군가가 몸통도 자르고, 꼬리도 자르고 난 후 국민들에게 던져준 것은 냄새나는 내장 몇 조각에 불과 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라고 지목한 공직자 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7개는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으로 모두 망가졌다. 이중 4개는 자성물질을 접촉시켜 못쓰게 만들었고, 다른 3개는 '이레이저'라는 전문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삭제해버렸다. <미션임파서블>의 톰 크루저라도 들어간 것일까? 다른 곳도 아닌 정부종합청사 내에 있던 컴퓨터를 누군가가 부수는 기술, “난 모른다”고 버티는 의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김영철 전 총리실 사무차장에게 슬쩍 미루는 몰염치. 한마디로 예술이다. 예술이야.

#3. 까마귀 날아간다

‘민간인 사찰’에 덤으로 묻어 나온 것이 정치인 사찰이었다. 이른바 부록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어서인지 처음에는 입들을 무겁게 했다. 그렇지만 그 속이야 얼마나 부글거렸겠는가? 결국 수사가 흐늘거리자 그들도 열 받은 표시를 드러냈다. 세상 사람들이 불법사찰의 몸통 혹은 윗선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껄껄 웃으며 차관급 인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차관급 2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언론에 '왕(王)차관' 얘기가 나오더라.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던데..."라고 운을 떼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지만 까마귀가 날아갈 일이다. 대통령은 이어 "이른바 실세 차관을 그렇게 부르는 모양인데, 나에게 그런 실세는 없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 좋아한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의 말도 한마디로 예술이다. 예술이야.

#4. 인사청문회 색다른 예술의 극치

개, 돼지의 사료로 쓰더라도 북한 동포들에게는 절대 지원 할 수 없다는 초지일관 대북정책도 예술이며, 남북협력기금은 묶어 놓고 통일세를 신설하자는 광복절 ‘말씀’도 예술이었다. 남북협력기금의 2008년, 2009년 집행률은 각각 18.1%, 9.8%에 그쳤다. 그 결과 2008년엔 8천억이 남았고, 2009년엔 1조 원이 남아 두 해만 해도 1조 8천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이 남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들이 예술의 도를 넘는 것에 이르면 예술가들의 설 자리는 정말 묘연하다. 정치만 그렇다면 술자리 안주로 삼는 맛도 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대표 신부가 몇 년 전 삼성비리를 폭로한 대가로 멀쩡한 나이에 3년째 무보직 ‘안식년’에 처해있고 그것은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는 추기경의 짙은 그림자극 또한 예술이다. 예술이야.

#5. “쫌!” 혹은 “마!”

예술은 예술가가 하자.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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