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일 회장(사진 출처/한살림 홈페이지)
평생, 이 땅의 농업과 생명 살림의 꿈을 실천해 왔던 인농(仁農) 박재일 한살림 명예회장이 19일 05시 20분 향년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박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4년 김지하 시인 등과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바 있다. 감옥에서 나오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인연을 맺고 1968년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 잠시 교편을 잡았다. 그 뒤 원주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을 펼치면서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주민자치와 협동조합운동, 생명평화운동에 관심을 두고 평생을 매진했다.

고 박재일 회장은 1973년에 가톨릭농민회에 참여하고 1982년부터 1984년까지는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1985년에는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듬해인 1986년 12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유기농 쌀과 참기름, 유정란 등을 직거래하는 한살림농산을 설립해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원리에 따라 서로 돕고 의지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말부터 고 박재일 회장이 이끌어온 한살림은 친환경농산물의 도농 직거래를 통해 우리 사회에 유기농업에 대한 이해와 저변을 확산시켰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어울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를 복원시켰다. 한살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는 최대의 생활협동조합으로 자라나는 동안 다른 생활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 박재일 전 회장은 1991년에 시작된 '우리밀살리기운동'에 공동대표로 앞장섰으며, 1994부터 2002년까지는 사단법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고 박재일 전 회장이 한살림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진 생명농업이라는 화두는 결국 1990년대에 친환경농업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옛 농림부에 친환경농업관련 부서가 설립되게 하는 등 친환경농업에 대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고 박재일 전 회장의 한결같은 뜻과 노력은 이미 22만 5천여 소비자 조합원과 2천여 세대 생산자들이 참여한 한살림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실적인 대안을 확산해가는 것으로 결실을 보아가고 있으며, 고 박재일 전 회장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철탑산업훈장, 서울환경상 대상, 친환경농업대상, 정일형·이태형 자유민주상, 일가상 등을 수여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이옥련 여사와 딸 순원, 정아, 소현, 현선, 주희 씨, 사위 유인상, 조경상, 정길상, 김철환 씨가 있다. 장례는 인농 박재일 선생 한살림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1일 6시30분, 추모식 8시 방배동 성당. (02)6931-3625 (자료제공/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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