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짱똘]

독자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갸륵한 정신

조선일보, 일단 상호가 확실하다. 보통 신문들은 신문 이름을 '제호'라고 부르지만 조선일보는 '상호'라고 부르는 것이 온당하다. 왜냐하면 장사개념이 농후한 신문이니까 당연히 상호다. 아무튼 그 상호가 북쪽 나라 이름과 같다. 공개된 장소에서 북쪽 나라 국호를 마구 지껄이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릴 염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덕분에 많은 국민이 북쪽 나라 이름을 매일매일 입에 달고 사는 형편이다. 하긴 그 이름은 북쪽 나라 이전에 100여 년 전 안팎으로 시달리다 결국 국호를 빼앗긴 왕조의 이름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어느 쪽을 벤치마킹한 것일까? 아무튼 조선일보, 상호가 마음에 든다. 

조선일보, 중소기업 살리기 정신이 마음에 든다. 요즘은 그럴 리 없겠지만(?) 한 때 자전거, 선풍기, 그릇 기타 등등 중소기업체가 만드는 온갖 상품을 구독 기념품으로 끼워주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다. 선풍기도 삼성이나 LG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체 것을 골라주었으니 중소기업을 옹호하는 정신이 정말 대단한 것이다. 하기는 서울 강남 같은 곳은 그런 구질구질(?)한 것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본다고 했으니 따지고 보면 강남 동네 역시 조선일보만큼이나 쿨한 곳이다. 때때로 무거운 구독선물 들고 다니는 것을 염려하여 상품권을 주었다고들 하니 이 또한 독자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갸륵한 정신 아닌가? 아무튼 조선일보, 그 정신이 마음에 든다. 

순박한 역사 샘들을 물 먹이듯

조선일보, 그 박력 넘치는 진취성이 정말 멋있다. 한민족 반만년 역사를 가리켜 남을 침범한 적이 없는 평화로운 민족이라고 가르치는 순박한 역사 샘들을 물 먹이듯, 북한이 꿈지럭하기만 해도 군인신문으로 돌변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북한에 대한 호전성만 있지 일본군이나 중국군(조선일보의 속마음으로는 중공군), 러시아군(역시 소련군이 조선일보에는 제 맛이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 진취성이 갑자기 떨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진취성만 해도 그게 어딘가? ‘이에는 이’가 아니라 여차하면 아예 주석궁으로 탱크를 밀고 가라고도 했다니 정말 통쾌한 맛이 있지 않은가? 아무튼 조선일보, 그 박력 넘치는 진취성이 마음에 든다.

조선일보, 초지일관 된 의리가 정말 멋있다. 그 잘났다는 정치판만 하더라도 철새란 철새는 다 모여 있고 심지어는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왔다 갔다 하는 몽유병자가 수두룩한 판에 조선일보의 오로지 일관된 필력이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정의옹호, 문화건설, 산업발전, 불편부당”이란 태평로 본관에 걸린 사자성어 사시를 한글로 압축한 “오로지 힘!”이란 조선일보의 지향점은 정말 배울 만한 것이다. 힘 있는 자 편을 들고, 힘 있는 자를 위해 쓰고, 힘쓸 사람을 미리 알아 모시는 조선일보의 초지일관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튼 조선일보, 확실한 의리가 마음에 든다.

세월이 가도 연구대상은 늘 필요하다

조선일보, 어떤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친화력 정말 멋있다. 노동자 편이 아님에도 노동자들이 보게 하는 친화력, 농민의 편이 아님에도 농민들이 보게 하는 친화력, 오로지 강남을 위한 강남에 의한 강남의 신문임에도 강북 달동네에서도 보게 하는 친화력, 서울 중심적 보도에도 산골구석까지 보게 하는 친화력, 종교를 불문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야를 불문하고, 좌우를 불문하고,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일단 보게 하는 감칠맛은 구린내도 나지만 대단한 매력이다. 아무튼 조선일보, 끈질긴 친화력 마음에 든다.

내가 비꼬아서 말을 했든, 진심으로 말을 했든 조선일보는 꿈쩍도 안 할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일보는 초라한 시골서생과 말싸움해봤자 낯 그슬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선일보는 맷집과 함께 비위도 좋은 것이다. 아무튼 난 조선일보가 넘 마음에 든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으면 좋겠다. 세월이 가도 연구대상은 늘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수무강을 빈다.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