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선 징계성 인사... 삼성비리 연루자는 광복절 사면되었는데

 

▲ 전종훈 신부의 청년 사제 시절. 그에게도 아름다운 사제로 촉망받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첫 안식년 발령 시 교포 사목으로 가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전 신부는 거절했다. 한창 국내에서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하던 그를 국외추방하려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청주교구 교구장 재직 시 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를 맡았던 신성국 신부를 비롯한 여러 명의 사제를 특별한 사유 없이 교포 사목으로 떠나 보낸 적이 있다. (사진/한상봉 기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에 대한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지난 8월 인사조치가 "삼성 비자금 폭로 보복인사"라는 비판이 다시 나왔다. 

8월 17일 자 <한겨레 신문>은 천주교서울대교구가 지난 8월 5일 사제인사에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를 주도했던 전종훈 신부에게 안식년 발령을 냄으로써 2008년 이후 3년째 안식년을 보내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사에 앞서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는 전종훈 신부에게 맹인선교공동체를 맡으라고 제안했으나, 전 신부가 "과거 인사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본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정진석 추기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안식년을 연장했다. 전종훈 신부는 2008년 수락산성당에 부임한 지 1년 반 만에 안식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천주교 사제는 사목활동 10년을 넘어야 1년간의 안식년을 받는 게 통례여서 전종훈 신부에 대한 안식년 발령이 물의를 빚었다. 한편 이 당시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원로이며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역시 보좌신부도 없는 청구성당 발령으로 이례적인 인사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번 8.15 광복절 특사에서 삼성 비자금과 관련된 이학수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 유죄가 확정된 전직 고위 임원들이 모두 사면을 받은 한편 서울대교구는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제기한 전종훈 신부에게 3년째 안식년 발령을 냄으로써, 정진석 추기경의 여전한 보복성 징계 감행은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었다.

한편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2009년 안식년 발령에 앞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가 전종훈 신부에게 "(추기경이) 삼성문제 관여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느냐"며 "해외 교포 사목으로 가거나 사제단 대표에서 물러나면 본당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의구현전구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13일 자에 "최근 서울대교구 사제인사 명단에는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의 이름이 빠져 있다. 삼척동자라도 그가 3년째 사목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사제단이 2007년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와 범죄를 고발한 일을 두고두고 괘씸하게 여기는 것이다.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고 슬프다. 인사권 행사가 고작 이런 수준이라면 세상의 폭군보다 나을 게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16일 <한겨레신문>에서 "정 추기경은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고, 부정에 눈감고, 부패한 정권에 아무런 말을 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시기에 역사적 고민이 없는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함 신부는 "천주교가 삼성의 눈치를 보진 않겠지만, 불의에 침묵하며 공범자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서울대교구의 이번 인사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문정현 신부는 지난 10일부터 명동성당에서 1인 기도를 시작했다. 한편 서울대교구의 이희연 문화홍보팀장은 "면직이나 정직 등과 달리 안식년은 사제생활을 하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징계가 아니다. 사제 인사는 교구장의 고유 권한으로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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