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겨울>, 우리 삶의 평화를 되돌아보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까닭도 없다.
죄인은 우리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너희다.
내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빼앗고
우리를 끌고 가서 몹쓸 짓 시킨 너희가 죄인이다.”

▲ 빨간 기와집 앞으로 군인들이 끊임없이 줄을 섰어요.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올 때마다 나는 치를 떨었어요.

2010년 경술국치 100년인 8.15를 맞이하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끝나지 않은 겨울>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할머니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평화운동가 강제숙이 글을 썼다. <살림살이>,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등을 그린 이담이 왁스 페인트를 녹여 철필로 긁어내 그린 그림으로 이야기에 역사성과 사실성을 불어넣었다.

나는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요.
그게 내가 오늘까지 살아남은 까닭이에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끝나지 않은 겨울>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들이 전쟁으로 고통받거나 희생당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겪은 슬픔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강제숙은 저자의 말을 통해 “전쟁이 나면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가난한 이들이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일본의 사과를 넘어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강제숙은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위안부’ 할머니는 군인으로부터 “너는 오늘부터 하루코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날로 자신은 없어지고 ‘하루코’로서 군인들의 성 노리개가 되었다. 이제 겨울은 끝났는가? 여전히 기득권을 지닌 이들은 사회의 약자들을 폭도나 이기주의자로 이름 붙이며 마음대로 몰아붙인다.

▲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 보려 해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데 내가 산 세월을 돌아보니 내내 한겨울이었어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농사짓던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 재개발 때문에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철거민들, 강과 들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모든 생명이 자신의 삶을 빼앗기고 기득권자들에게 짓밟힌다.

강제숙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먼저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배봉기 할머니의 삶을 뒤따라가며 “우리 아이들에게 이 할머니들 이야기를 꼭 들려주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힘없는 이들을 억누르는 폭력을 없애나가기 위해 우리는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외쳐야 한다. 그들의 떨리는 음성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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