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이해 추모행사가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대중 현상'이라고 해야 할 이런 모습은 리더십의 부재를 경험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더해진 까닭이다.

이번에 <김대중 자서전>을 펴낸 도서출판 삼인의 홍승권 부사장은 "지난 보궐선거 당시 전라도 광주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를 하고 민주노동당이 많은 득표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만큼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적 리더십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중 자서전>이 얼마나 나갈 지 걱정했는데, 초판 2만 권이 모두 나갔다. 한편에선 그만큼 김대중 대통령 같은 의미있는 지도자를 갈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대성통곡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원고 교정과정에서 자서전을 읽으면서 그분의 아픔과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정치인을 넘어서 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민족화해를 위한 일꾼으로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고, 6년 감옥생활을 하고, 수십 년 동안 망명과 연금생활을 이어갔다. 파란만장한 삶을 마무리하면서 김대중은 “황혼이 찾아왔고 사위는 고요하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내 삶을 국민에게 고하고, 역사에 바치는 마지막 의식으로 알고 지난 세월을 경건하게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그 영혼의 기록이 <김대중 자서전>이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오는 8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김대중도서관 로비에 분향소를 두고, 10일 오후 5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 호텔에서 열릴 <김대중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필두로 17일에는 오후 6시30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영화배우 오정해와 문성근의 사회로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은 18일 오전 10시에 국립현충원 유품전시관 앞 묘역에서 있다. 그밖에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하는 강연회와 전시회 등이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며, 미국 워싱턴과 독일 베를린, 일본 오사카 등에서도 추도식이 준비되고 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해 종교계에서도 추모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기독교추모위원회 주최로 9일 오후 7시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추모예배를 하며, 불교에서는 11일 오후 7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추모법회를 연다. 원불교에서는 10일 현충원에서 김대중 대통령 열반 1주기 추모행사를 열고, 12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추모강연이 있으며, 학술세미나와 도서전시회가 준비되고 있고, 15일에는 전국 교당에서 추모법회를 동시에 열며, 기일인 18일 당일에는 전국 교당에서 타종식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6일 현재, 정작 한국 천주교회 측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해 아무런 추모행사도 예고된 바 없어서 김대중 평화센터 측 주변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환담을 나누곤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56년 6월 명동성당 노기남 대주교와 장면 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철규 신부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그의 세례명은 '토마스 모어'였으며, <자서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마스 모어가 "막강한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청렴한 생활과 종교적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며, 권력에 순종하지 않고 하느님을 따라  사는 삶에 대해 고뇌했음을 밝힌 바 있다. 또한 1970년대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민주화 여정에서 고락을 함께 나누었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는 메시지를 발표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숱한 정치적 고난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를 향한 길을 똑바로 걸어 오셨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갈라진 우리 민족의 화해를 위해 애쓰셨으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아모 5,24)는 주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신 참된 신앙인이셨다"고 소개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때 사형수였기에 누구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인권을 위해 몸 바치신 대한민국의 지도자였으며, 김 전 대통령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2009년 8월 19일 명동성당 지하성당에서 봉헌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미사(사진/한상봉 기자)

바로 다음날인 19일에는 김병상, 함세웅 신부 등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사제들이 명동성당 지하소성당에서 추도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강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찍 돌아가신 이유는 불의한 체제의 압박으로 갑작스럽게 목숨을 끊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충격 때문”이라며, 2009년 들어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이한 것을 묵상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아래서도 하느님이 우리 편인데 누가 맞서겠냐는 신앙으로 역경을 이겨낸 신앙인이며 시민의 길잡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대교구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종한 지 나흘만인 22일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추도미사를 봉헌한 바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