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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시사비평]

‘일단 저질러라. 그리고 밀어붙여라.’

지난 2년여 MB의 국정 추진 방식은 늘 이런 식이었다. 80%가 넘는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4대강 공사는 그 대표적 경우다. 아예 반대 자체가 불가능하게 말뚝 박아놓으려는 듯 철야작업에다 군인력까지 동원해 전광석화로 강행하고 있다. 일단 추진해놓고 나면 그만이라는 독선과 오만이다.

이런 방식은 인사정책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강부자 고소영 코드 인사라는 냉소적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론수렴이나 사전검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던 행태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단 임명해 놓고 보는 MB식 인사정책은 늘 후폭풍에 시달렸다.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무리하게 펼치다 방송 자체의 공공성을 죽여 버린 KBS·MBC 사장 교체가 단적인 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나오지 말라."

인물도, 절차도, 명분도 모두 부적절한 양경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임명 사태 역시 그러하다. 양경자가 누구인가. 지금 뜨거운 이슈가 되는 장애당사자 여부야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으니 제쳐놓고서라도 그가 과연 그런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선 누구나 의문을 품게 하는 인물이다.

지난 6월 23일 제291회 임시국회 제3차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대로다. 그날 연계고용제도나 더블카운트제도 등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기본적인 정책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동문서답하거나 담당 실무자에게 대신 답변케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거듭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나오지 말라."는 질책을 여당국회의원에게서 듣기도 했다. 심지어 장애인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하다 ‘정신병자’라는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전문성 부재야 말할 나위도 없고 장애인복지 마인드나 장애인에 대한 존중의식 같은 기본적인 철학과 자질마저도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명박스러운 세상, 장애인 복지 퇴행 거듭해

그런 인물을 지난 MB 대선캠프의 일원으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논공행상하듯 장애인고용을 총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그것도 낙하산 인사로 앉히려는 이 오만한 정권에서 480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을 조금이라도 읽어낼 수 있을까.

사실 현 정권 들어 장애인복지와 관련 정책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가진 자는 우대하고 가난한 자는 홀대하는 ‘부우빈홀’(富優貧忽)의 정책기조 아래, 4대강 대운하 터 닦기 공사비 수십 조에 비하면 푼돈 수준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관련 예산이 실질적으로 축소 당하는 이 ‘명박스런 세상’에서 모든 소외계층과 함께 장애인의 삶의 질 역시 급전직하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송구영신의 바로 그날, 장애인 관련 예산이 기초장애연금, 활동보조서비스, 여성장애인 출산장려금, 탈시설 장애인 자립정착금 등 그 핵심 부분이 삭감당한 채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되어 장애인계를 경악시킨 사건은 그 상징적 예이며, 이번 사태는 그 연장선에서 빚어진 것으로, 이 모든 것이 장애인에 대한 MB의 그릇된 인식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가 망사되어서야.. 잘못 알았으면 빨리 그만두어야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능력 있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일할 때 그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역으로 그런 인사정책을 펼치지 못할 때면 오히려 ‘인사가 망사’가 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결격사유가 드러난 후보들은 여론의 압박에 밀려 퇴진하곤 했다. 그런데 유독 장애인 관련 인사에서는 안하무인의 이런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번 장애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권에 문외한인 사람을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으로 임명시킨 것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 480만 장애인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7월 12일 과천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가진 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면담에서 정부 측 관계자가 "장기적 시각으로 봤을 때 양 이사장이 장애인공단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능력검증의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왜곡하는 MB식 오만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삽질을 그만두어라

경제학 용어에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이라는 의미를 지닌 매몰비용(sunk cost)이란 개념이 있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를 강행하고자 하는 측의 주장이 흔히 이미 30% 이상 진행된 공정도와 이제까지 든 매몰비용 때문에서라도 4대강사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매몰비용에 집착하게 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게 경제학 상식이다. 오히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삽질을 그만 멈추는 것이다."라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충고처럼 잘못된 과거의 판단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련 없이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인사정책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추는 것이 더 큰 잘못을 확대·심화시키지 않는 최선의 길이다. 따라서 장애인계의 요구와 민의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로 양경자 이사장은 사퇴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 파행을 거듭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빠른 결단이 요구된다. 이미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레임덕만 가속화시킬 이런 ‘오기의 정치’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지극히 정치적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는 다시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의 용단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정중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어둠 속에 갇힌 불꽃’(http://cafe.daum.net/bulkot ) 지기,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연구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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