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백찬홍 | 출판사 평사리

지난 6월 22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전쟁60년평화기도회'에 조지 부시가 초청되었다. 7만 여명의 개신교 신자들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개신교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며,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미국에 대한 친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편지를 보내고, 부시를 '친구'라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구는 부시만이 아니다. 그가 축사를 보낸 그 개신교 집단이 곧 그의 지지세력이자 발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즉시 평소 존경하던 조용기 목사를 찾아갔다고 전한다. 이명박 정부의 친위그룹인 뉴라이트 세력 역시 이들 보수적 개신교 세력이 주력부대다. 이들은 때만 되면 성조기를 들고 서울광장에 모여 세를 과시하곤 했다. 

이번에 백찬홍 씨가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는 책을 펴냈다. 정치적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종교세력이 과연 종교의 본령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백찬홍 씨는 '들어가는 글'에서 커피전문점보다 많다는 교회 숫자는 여전히 증가추세이며, 해외에 파송하는 선교사 수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이며, 강남을 비롯한 신도시의 잘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천주교 성당이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고 지적한다. 종교가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띠지엔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은 한국였다"고 써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보수적 개신교 인들은 한미작전통제권 회수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찬성 등을 표방했고, 노골적으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촛불정국에선 촛불시위를 좌파세력의 음모라고 몰아붙였고, 한반도 대운하를 경제살리기라고 옹호했다. 그래서 시민들은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권 시절을 '죽지 못해 지낸 시절'로 평가하고 있다.   

백찬홍 씨는 한국외대와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기독청년회 상임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과 에코피스아시아의 운영위원장 겸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등이 책을 펴냈으며, 그동안 <오마이 뉴스>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칼럼을 연재해 왔는데, 종교권력의 문제와 사회적 책임, 특히 개신교의 물신적 경향에 가치없는 비판을 해왔다.  

그는 책을 통해 종교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뒤엎는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산티아고 순례에 대해 그 길이 본래 십자군의 경로였다고 일갈하고, 영화 <아바타>를 두고 로마 교황청이 흥분한 이유를 캐물었다. 한국에서는 ‘예수’로 시작되는 교회와 ‘그리스도’로 시작되는 교회가 치열한 싸움을 한다는 것. 한때 ‘민주화의 메카’였던 명동성당으로 대표되던 천주교회가 지금은 강남과 분당의 중산층을 위한 종교가 되었다는 것. 그래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들이 ‘유배’되고 제2의 김수환 추기경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 왜색종교라던 ‘창가학회’가 알고 보면 일본군국주의와 싸운 모범적인 종교라는 것. 등등의 많은 사실과 정보를 전해준다. 

이 책을 두고 김인국 신부는 "사람의 존엄을 드높이자는 게 종교라면 돈을 주인으로 삼으려는 자본주의와는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종교의 운명이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대개의 종교들이 줏대 없이 자본을 찬미하거나 맥없이 돈을 편들고 있다. 이에 백찬홍은 종교의 본령이 무엇인지 매섭게 따져 묻는다. 제발 사람 곁으로 돌아오라고 예언자의 목청을 돋운다"고 말했다. 

씨알재단 이사장인 김원호 씨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예언자적인 사명을 갖고 기존 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제까지 당연시 되거나 필연시되었던 종교관행을 과감히 포기할 것을 외치고 있다. 그의 외침은 마치 모성애에 바탕을 둔 절규라 할 수 있다. 이 피맺힌 절규를 받아들여, 우리 사회의 종교가 자연, 생명 그리고 평화에 기반을 둔 참 종교로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표현했다.  

백찬홍 씨는 마지막 글에서 그리스도교 역시 엄밀히 말해 '현세적 종교'라고 말한다. 예수가 귀신을 축출한 것도 로마제국 치하에서 민중들의 현실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함이었고, 그 시대의 아웃사이더들을 위로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한다. 덧붙여 예수가 부활승천 이후에 최후심판을 위해 재림한다는 설은 중근동 종교의 영향을 받아 덧씌워진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세와 죽음을 이용해 신자들을 관리하고 현상유지를 도모하는 교권세력의 작품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의 신앙은 깨달음을 통해 이웃을 돌아보는 삶이어야 하고, 전통교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삶이어야 한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너무 성직자에게 의존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성직계급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와 풍요한 물질적 제공은 그들을 타락시키고, 그들 스스로 해방과 각성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평신자들이 스스로 수행하고, 생태친화적 삶을 살라고 주문한다. 사회적 연대활동과 소수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신앙인을 높이 평가하며, 붓다의 말처럼 "신분이 아니라 말과 행동, 즉 진리를 향해 얼마나 정진했느냐에 따라서 그 존재가 규정된다"고 말한다. 깊은 영적 성찰과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 하는 정도가 그의 삶을 빛나게 할 것이라는 지혜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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