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친목도모하는 '동아리' 아니다.. 교회의 정체성 다시 확인해야
-4대강 사업은 십계명에서 금한 '도둑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주교회의 기관지인 <경향잡지> 7월호를 통해 낡은 정교분리 원칙과 교회의 탈세상적 태도를 공박하며 가톨릭교회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당한 이유를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서 소상히 밝혔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영적 구원만' 가르치지 않는다 

▲ 강우일 주교 (사진출처/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강우일 주교는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구원이란 정신적, 영적인 구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구원이 정신적, 영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라면 예수님께서 굳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실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기가 두렵다"며 교회는 영혼의 구원만 돌보라는 발언을 해 오던 교회 안팎의 불만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강 주교는 "교회가 이어받은 예수님의 사랑이 개인적인 사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 대한 사랑"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이 세상과 무관하게 하늘 높은 곳에 좌정하고 계신 추상적인 신"이 아니라 "이 세상에 깊은 관심과 연민을 갖고 다가오시며 개입해 들어오시는 분"이고, "고역에 짓눌려 탄식하며 부르짖는 이들을 굽어보시고, 울부짖는 이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의 고통을 속속들이 아시고, 그들을 그 고통과 억압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우리를 그곳으로 파견하시는 분"임을 강조했다. 

예수는 세상에 침묵하지 않았다

강우일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이 세상과는 아무런 인연을 맺지 않고 초연하게 산야에 묻혀서 명상과 기도와 영신적인 수련에만 몰두하신 분이 아니"라면서, "예수님은 나자렛에서 30여 년을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사시면서, 그 시대의 세상이 차별하고 억압하고 외면하였던 보잘것없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시고, 그들 가운데 함께 계시며,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신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예수는 탐욕과 불의와 죄악으로 얼룩지고 억압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나 개인의 마음의 평화,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라며 "교회의 일원이 되고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이 사랑하신 이 세상에 포함된 불의와 고통, 슬픔과 연민, 다툼과 평화를 다 함께 끌어안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과 함께 고민하고, 예수님과 함께 참된 의를 실천하고, 예수님과 함께 연민과 수난의 길을 걷는 고달픈 여정"이며,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영육으로 안락하거나 편안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만은 의미하지 않고...본질적으로 피곤하고 고달픈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피곤함과 도전을 마다하면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며 "교회를 생각이나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인생 ‘동아리’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수많은 종교 단체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진실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주교는 "만일 오염되고 타락하고 폭력의 도가니라고 할 이 세상 한복판에서 씨름하며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과 평화를 선포하지 않는다면 그런 교회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강우일 주교는 지난 6월 14일 양수리 성당에서 봉헌된 생명평화 미사에 참석하고 강변순례에 나섰다.

가톨릭 사회교리, 사목적 도구이며 그리스도교적 선택의 지침

한편, 강우일 주교는 교회는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라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를 통해 세상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세월이 흐르고 교회가 더 널리 퍼져 나가면서 사랑의 실천은 성사 집전과 말씀 선포와 더불어 교회의 본질적인 영역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과부와 고아, 죄수, 병자들과 온갖 궁핍 속에 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성사 집전과 복음 선포만큼 교회에 본질적인 것입니다. 교회는 성사와 말씀을 소홀히 할 수 없듯이 사랑의 실천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22항) 

강 주교는 사회교리의 효시가 된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에서부터 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진리 안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교황들은 무려 20여 편의 교황교서를 발표하며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와 관련하여 복음의 진리와 정의에 입각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선포하여 왔음을 상기시키며, 이 모든 사회교리가 집대성되어 2004년 <간추린 사회교리>로 발표되었고, 이 문서는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복합적인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사목적 식별의 도구이며, 그리스도교적 선택의 지침서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을 '도둑질'하는 것

강우일 주교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2402항을 참조해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판했다. 십계명의 일곱째 계명인 ‘도둑질하지 마라’는 말씀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명령이 아니라, "태초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땅과 그 자원, 자연계 전체는 온 인류가 공동 관리하도록 맡기신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모든 인간이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명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교회는 "지구 곳곳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유해 지역으로 만드는 생태 위기의 전망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인용해 "자연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 더미가 아니라 창조주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인간이 둑을 쌓고 모래를 파가고 흐르는 물길을 막아 강의 숨통을 끊고 있다."라며 "교회는 현재 4대강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공사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4대강 문제뿐 아니라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줄곧 사회적 발언을 해 왔으며, 강우일 주교는 지난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함께 ‘생명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지난 6월 14일 양수리 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 행한 강론에서는 "주교 개인이 아니라 주교단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이미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라면서 "천주교 신자들도 4대강 사업을 막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자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할 만큼 확고하게 4대강 사업에 대한 교회 입장을 천명해 왔다. 

오는 7월 5일(월) 오후 2시에는 ‘낙동강 생명평화미사’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의 주례로 경남 창원시 사파동 성당에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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