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짱똘]

휴대폰에는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특별히 남한 거주민 중에 휴대폰이라 불리는 통신기기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종사하는 직업 혹은 위치만 아니라면 휴대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토로하는 사람일지라도 지금 현재는 어쩔 수 없이 끼고 사는 것이 휴대폰이다. 심지어는 수도생활을 하는 스님이나 수녀님들도 형편에 따라 지니고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포함하여 전 국민의 필수품으로 지니는 것이 휴대폰이라 불리는 물건이다.

별별 기능이 들어 있지만 휴대폰의 기능 모두를 누구나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전화받기와 걸기, 메시지의 발송과 저장, 사진 촬영과 알람 등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제는 전화통 안에 저장된 자료의 활용과 충전에 대한 것이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전기를 어느 정도 먹어야 휴대폰은 체력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이용자들은 충전을 하는데 기종에 따라서는 ‘젠더’라고 불리는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저장자료를 보다 큰 저장공간인 컴퓨터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케이블’이란 장치 역시 필요하다.

교회의 연결 장치는 어디에?

휴대폰이라 불리는 통신기기를 원활히 사용하기 위해서도 이런 연결 장치가 필요할진대 세상일 다 품어야 하는 교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중간 매개자 혹은 중간 매개통로가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와 교황청, 교구와 교구, 단위본당과 교구청, 각종 신심 단체와 본당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런 일의 최소단위는 역시 각 개인과 교회의 관계이다. 결국, 누가 혹은 무엇이 양쪽의 마음과 마음을 전달하는 연결 장치의 역할을 할 것인가?

우선 지도자 혹은 리더라고 불리는 소임을 맡은 자들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교황청의 사정까지야 변방에 있는 필자로서는 알 길이 도대체 없지만, 한국교회 각 교구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다양하고 전문적인 의견의 청취보다는 아집과 고집 혹은 일방적 해석으로 이뤄진다면 애초에 ‘연결 장치’는 설 곳이 없을 것이다.

잘못된 ‘연결 장치’ 수두룩

연초에 발표되는 전국 교구장들의 사목교서 하나로서 교구민들이 교구장 주교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교계신문들이 때때로 준비하는 고위성직자의 인터뷰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통상 주교회의 소식이나 이런저런 동정을 통해 주교들의 뜻을 헤아리지만, 일반 신자들로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뿐이다. 얼마 전 인천과 부산교구에 상대적으로 젊은 보좌 주교들이 임명되었다. 그들 역시 신부로 있을 때와는 달리 주교가 된 이후 신자들의 눈과 귀에서 멀어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지역 본당에서의 일은 안 그럴 것 같지만 더욱 그렇다. 오히려 다양하고 세분화된 소통불량이 발생하고 있으며 큰 본당은 큰 본당대로, 작은 본당은 작은 본당대로 ‘연결 장치’는 찾아볼 길이 없다. 이 와중에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이른바 ‘돈’ 문제가 등장하면 이제는 아예 막장인 곳이 수두룩하다. 교회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겠지만 “개신교회는 뒤에서 돈을 요구하지만, 천주교회는 앞에서 요구한다.”라고. ‘연결장치’가 있기는 있지만 잘못된 ‘연결 장치’만 수두룩한 현실이다.

하느님도 못 알아들을 교리를 알려주는 ‘신학자 연결 장치’, 주교와 교구민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교구청 연결 장치’, 본당신부와 신자를 가로막는 ‘평협 연결 장치’ 등등 돌아봐야 할 곳이 수두룩 빽빽하다. 강가에 짱똘이 모자랄 판이다.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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