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후보 사퇴를 보며.. 다시 ‘큰 싸움’ 위해 힘 모아야할 비상시기

나는 이중당적자이다. 민주노동당원으로 활동하다 잠시 사회활동을 접고 떠나있다 지난 해 다시 돌아왔을 때 당은 분열되어 있었고, 옛 동지들이 마침 모두 진보신당으로 옮겨가 있어 정서적으로 가까운 신당에 입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껏 민주노동당에 탈당계를 내지 않아 본의 아니게 이중당적자가 된 상태다. 굳이 민주노동당의 당적을 정리하지 않은 것은 옛정만이 아니라 두 당의 재통합을 바라는 은근한 심사에서였고 아직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작은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진보의 넉넉한 마음

어느 정도 예감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화된 분당사태는 ‘국민승리21’로부터 시작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함께했던 내게 한없는 아픔을 안겨주었으며 사회를 떠나 국외자였던 당시의 나를 안타깝게 했다.

시민운동에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늘 바랐던 점이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여정에서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 큰 틀에서 서로 아우르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진보의 넉넉한 마음이었다. 그렇잖아도 소수자(minority)인 진보는 갈라섬으로 더욱 소수자가 되어 스스로 사회적 배제를 심화시키는 꼴이니,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진보야말로 통합의 리더십과 연대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아쉬움을 늘 느꼈다. 특히 ‘공공의 적’을 목전에 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시 ‘큰 싸움’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비상시기

지난 해 다시 돌아왔을 때 우리 사회는 촛불시위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상태였고, 집권 2년차 MB의 정치행태는 벌써 퇴행적 파탄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87체제 논쟁이 차라리 낭만적으로 느껴질 만큼, 이미 1987년 이전으로 죄다 되돌아간 현실을 보며 나는 다시 ‘큰 싸움’이 필요한 비상시기라고 판단했다. 6월항쟁 때와 같이 ‘공공의 적’을 향해 국민의 힘을 결집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불행하게도 징조는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다. 삽질에 의해 유린당하는 4대강에서, 전쟁불사를 외치는 남북현실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로 치닫는 서민들의 생활현장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재앙의 징조를 더해가는 MB의 비민주적이고 반생명적인 정치행태는 우리의 싸움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너무나도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반MB 민주대연합’ 움직임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건 진정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여장부 심상정의 눈물은 척박한 진보 현실의 눈물

▲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 (사진출처/민중의소리)
심상정 경기도지사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격 사퇴했다. 비록 ‘반MB 민주대연합’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었지만, ‘MB정권 심판’이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중도하차를 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선택을 보며, 진보의 꿈조차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현실, 대의명분 앞에선 고유의 꿈마저 접을 수밖에 없는 현실, 참으로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고도 가슴 아프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지했고, 진보적 정치인 가운데 누구보다 가장 아꼈던, 전문성과 실천력을 겸비하면서 늘 외유내강의 탄탄함을 잃지 않았던 당당한 여장부 심상정.

“저는 지난 30년 동안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와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위해 한 뼘,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워왔습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당당히  민주화 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자욱한 실밥 먼지와 기름 냄새 가시지 않은 구로공단에서 이 나라의 딸들과 함께 노동운동을 해왔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는 하루하루 배우고, 노력하는 가운데 국민의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 자신의 소개글에 눈시울이 적셔지는 까닭도 그러하다.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적 애정과 제도적 배려 필요

그러기에 이번 결단이 이 땅의 진보정치의 쇠락과 퇴보를 부르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큰 싸움’의 대회전을 통해 진보적 세상의 꿈을 담금질하여 더욱 숙성시키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의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심상정과 진보세력의 분투노력과 함께 ‘반MB 민주대연합’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민주세력,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진보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제도적 배려가 요구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심상정의 고뇌에 찬 결단과 뜨겁게 흘린 눈물은, 유난히도 진보에겐 척박했던 이 땅에 진보정치의 씨앗이 확고히 뿌리내려 큰 나무로 자라날 그날이 오면, 진보정당이 제1야당 더 나아가 집권당이 될 꿈만 같은 그날이 오면, 산고의 진주알로서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는 더없이 중요하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의 말이 아니래도 선거결과는 결국 우리들의 정치수준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지표이다. 현명하고도 신중한 한 표 행사가 요청된다. 백욕이 불여일표(百辱이 不如一票)이다.

정중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다음카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지기,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연구위원, 지체장애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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