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인수 칼럼]

“천주교의 신부님 맞으세요?”라고 시작된 헬레나님의 댓글을 보고 화가 나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옳으니 어디 한번 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저의 언행이 헬레나님이 평소에 그리시는 바람직한 사제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돌팔이 사제’의 그것으로 여겨졌나 싶어섭니다. 그게 겁나서가 아닙니다. 어쩌면 제가 신앙생활에 정진하시는 헬레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헷갈리게 해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섭니다. 굳이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우리 천주교회에는 헬레나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교우들이 적지 않게 계시니 이 기회에 최소한의 변명쯤은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섭니다. 편의를 위해서 헬레나님의 댓글을 옮기겠습니다.

"천주교의 신부님 맞으세요? 어떻게 이런 기사를 계속 쓰시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인데, 교회가 돈독이 오른 듯이 호도하는 저의가 뭡니까? 인천교구에서 영성센터를 짓겠다면 꼭 필요하니까 짓겠다는 것이고 봉헌은 자기 처지에 맞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각자 알아서 할 것이고 처지가 어려우면 하느님의 선한 사업이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로 협력하도록 격려해주시고 만약 교구에서 정말 잘못되고 있다면 전 신자들의 희생과 금식기도로 40일 철야기도로 속죄의 기도회를 갖는 것은 어떠실지요. 주교님께 순명서약을 하신 신부님의 이런 모습은 양떼들의 영성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모든 것을 허락하시는 주님의 뜻을 찾고 그 안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자녀들이 되도록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헬레나님은 일개 사제인 제가 목자이신 주교님의 뜻에 툭하면 딴죽을 걸어 쪽박마저 깨려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묻고 주교님께 순명서약까지 한 사제로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충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또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하느님은 오류나 하자가 조금도 없으신 분이지만 사람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왠지 교회의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교회 조직표의 ‘윗분’일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혹 아랫사람들을 모두 양으로, 윗사람을 목자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양이고 목자는 오직 예수 한 분뿐인데 말입니다. 특별한 성인군자가 아닌 보통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이 얻어터져 쓰러져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립니다. 그것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지요. 비록 그렇더라도 아랫사람은 그저 말없이 눈감고 순명하는 게 도리라는 사고는 옳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건전한 비판이나 직언이 없는 사회는 썩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섭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합니다. 물론 말하는 사람도 당연히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지요. 그래서 대화와 토론과 논쟁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mb정부에 제일 못마땅해 하는 점이 바로 이 광장이 닫혀 있다는 것 아닙니까? 헬레나님은 mb정부는 명박산성을 쌓았지만 우리 교회는 아니라고 보십니까? 수많은 이들의 반대를 깡그리 무시하는 대통령의 4대강삽질 밀어붙이기와 몇몇 교구의 대형 기념사업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주교님께 순명하는 것이 사제인 저의 도리요 의무입니다. 누가 저에게 네가 안 하는 순명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있냐고 따지고 든다면 대답이 참 궁색해집니다. 순명의 정의부터 다시 짚어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한 번 더 고백합니다. 이 교회에 속한 말단 조직원으로서 상사의 뜻을 선뜻 받들지 못하는 것은 진정 저의 아픔이요 고민입니다.

언제나 주님의 평화 안에 계시기 바랍니다.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고강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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