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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 콜롬보 성지Santuario di Fonte Colombo

   
 


폰테 콜롬보는 해발 550미터에 위치하여 빽빽한 초목들로 둘러싸여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217년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하였다. 원래 이곳은 파르파의 베네딕도 수도회 소유였으나 적막한 가운데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 방문한 성 프란치스코에게 이곳을 기증하였다. 그 당시 이곳에는 은둔지 (수도원), 성 프란치스코 경당 (Cappellina di San Francesco), 마리아 막달레나 경당 (Cappella di Maria Maddalena)만이 있었다.

 

   
성지에서 본 파노라마


 

   
수도원 회랑

 
 

   
수도원 내 종탑


 

   
성지 내부

 
우리가 처음으로 이곳 성지에 왔을 때 어느 나른한 오후였다. 성당이 위치한 성지 정면 마당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어디를 가나 유적지나 공터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맞부딪치는 것이 바로 고양이 무리이다. 우리나라 야생 고양이는 몰래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해결하지만, 이탈리아 고양이는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아주 편안하고 품위 있게 식사를 한다.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베드로는 그 중에서 경계를 눈빛을 풀지 않고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양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밖의 강렬한 햇빛에 안구의 조리개가 최대한으로 조여있는 상태에서 어둠침침한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한 동안 사물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다. 잠시 후 눈조리개가 열심히 작동하더니 조여진 내 눈동자에 거동하기도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수사님이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엄숙하게 성체조배를 하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나는 베드로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흉내를 내면서 이 순간을 포착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성당 스텐드그래스


 

   
할아버지 수사님

프란치스코 성인은 1221-1223년 여름과 가을에 아시시의 레오네, 볼로냐의 보니쪼 수사들과 함께 회칙을 쓰기 위해 이곳에서 머물렀다. 성령의 이끄심에 의해 성인과 동료 수사들은 산위에 올라가 빵과 물만으로 단식하며 기도 중에 성령이 말씀하시는 데로 회칙을 작성하였다. 예수님이 참나무 위에 프란치스코 성인과 동료 수사들에게 발현하시어 회칙 준수를 당부하셨다. 그리하여 폰테 콜롬보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시나이’로 불린다.

첫 번째 회칙은 총대리 수사의 부주의로 분실되었다. 성인은 다시 이곳에 와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전번 회칙과 동일한 회칙을 썼다. 성인이 회칙을 다시 쓴다는 소식을 접한 수사들이 이곳 성지까지 찾아와 너무 엄격한 회칙이라면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인은 예수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물었다. 그분께서는 “프란치스코, 이 회칙에는 네 뜻이 아니라 내 뜻이 담겨져 있다. 나는 회칙이 글자 그대로 다 준수되길 바란다. 내 비록 인간의 나약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내 은총이 그 보다 더 위대함을 또한 알고 있다. 회칙 준수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수도회를 떠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프란치스코 성인은 바로 복음을 전파하기 동양으로 위해 떠났는데 여행 도중에 심한 눈병(오른쪽 눈과 눈썹의 모든 신경이 타들어가는 통증을 동반한 병)을 얻어 1225년 11월에 다시 이곳으로 와서 이듬해 1226년 4월까지 머물렀다. 성인은 이곳에서 한 의사에게서 눈병 치료를 받았다. 성당 건물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프란치스코 성인이 눈 수술을 받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눈 치료한 방

   
프란치스코 청동상

수도원 (Romitorio) 아래에는 일명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봉헌된 작은 경당이 있다. 성당의 제대 왼쪽에 뚫린 창문 벽에는 T (그리스어 Tau, 십자가를 상징함)자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를 직접 썼다고 한다. 제대 정면에 있는 프레스코 벽화 중앙에는 성서를 손에 들고 있는 그리스도가 계시고, 그 왼쪽에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 오른쪽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위치하고 있다. 성당 왼쪽 벽에는 글라라 성녀 (17세기), 오른쪽 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15세기)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 경당 정면

   
타오 십자가

성지의 가장 아래쪽에는 성인이 기도했던 바위 틈 사이에 위치한 성스러운 동굴(Sacro Speco)이 있다. 이곳 동굴에서 한 사람이 옆으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는 협소한 공간에 오랫동안 칩거하면서 밤낮으로 기도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동굴 중간에는 성인이 계셨던 그 당시에 있었을 법한 나무 십자가가 놓여 있다

   
성스러운 동굴

성지 곳곳을 다 방문하고 나서 기념품을 전시회 놓은 방에 들어가 이곳 성지 책자를 사려는 데 잔돈이 없어 수도회 수련자들이 직접 만든 타오 (Tao) 십자가를 더 사고 지폐를 헌금함에 넣었다. 책자를 통해 성 프란치스코 경당이 성지 내에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성당 안에 두 명의 수련자가 제대 꽃꽂이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수사에게 성 프란치스코 경당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경당이 수도원 내에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그냥 성당을 나왔다. 잠시 성지 마당에서 서성이고 있는 데 그 수사가 우리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장상에게서 방문 허락을 받았다며 우리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성 프란치스코 경당

성 프란치스코 경당에 대한 책자 내용을 읽지 않았더라면, 경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용기를 내어 수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면 갈 수 없었던 경당을 방문하게 되어 기뻤다. 매사에 미리 포기하지 말고 먼저 물어보고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체험했다.

/최금자 김용길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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