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uario di Greccio

그레치오 성지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에게는 베들레헴(Betlemme)과 같은 곳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예수님이 탄생한 베들레헴을 순례하고 싶었지만 너무 먼 여정이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래서 1223년 겨울, 성인은 그레치오를 아기 예수의 탄생이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여기’ 우리 가운데에 현존하는 사건임을 체험하고자 성탄대축일 전야에 동네 사람과 동물들을 한 자리 초대하여 역사적인 그 순간을 재현했다. 오늘날 대림절과 성탄대축일 동안에 교회에서 거행되는 성탄구유예절 전통은 이 유명한 살아있는 구유 사건으로부터 유래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직접 만든 동굴에 들어선 구유 경당에 있는 1400년대 제작된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이 기념비적인 사건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제대 왼쪽 벽에는 무릎을 꿇고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그 옆에 서서 그 광경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보이고, 오른쪽 벽에서 요람에서 아기 예수를 보듬어 품에 안고 행복한 표정으로 젖을 먹이는 성모 마리아와 그 옆에 겸손하게 앉아 있는 성 요셉을 만날 수 있다.

 

 

베드로와 나는 그레치오 성지를 여러 번 방문하였는데 한 번은 박 프란치스코와 변 아가다 부부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였다. 세례명이 프란치스코인 박승우씨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들을 물어물어 방문하였는데 그중에서 그레치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구유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이 예쁜 가족을 한 컷에 담아 보았다. 제대 앞에 묵상을 하고 비좁은 복도를 돌아가다 보면 성인이 머물면서 기도했던 자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박 프란치스코와 변 아가다 가족

이어서 목재로 된 수도원 내부가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대성당과 연결된 복도를 지나면 구유들이 전시되어 있는 대성당 2층 공간이 보인다. 1972년부터 현재까지 순례자들로 하여금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생한 체험을 함께 나누도록 성지 대성당의 위 아래층에 세계 곳곳의 구유를 설치하여 연중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곳 한쪽에서 한국 구유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수도원 내부


 


대성당 순례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수도원 난간에 서있으면 아랫동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운 성지의 파노라마를 음미할 수 있다. 또한 대성당 왼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보면 프란치스코 성인을 통해 일어난 성체 기적을 재현하는 모자이크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대성당 옆 벽화

 
성지 앞 파노라마

프란치스코 성인의 자취가 남아 있는 성지를 순례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사실은 심심산중에 깎아지른 산을 올라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바위틈에 동굴을 파고 자신의 기도처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이곳 성지의 구유 경당과 수도원도 절벽을 안쪽으로 파서 그 안에 공간을 마련하여 되도록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최금자 김용길 2008-04-22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