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만열사 22주기 추모미사 봉헌

5월14일 저녁 7시30분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3층에서 열사의 지인 30여명이 모여 '조성만(요셉)열사 22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조성만(요셉)열사는 1988년5월15일 명동성당 내 교육관 4층 옥상에서 “양심수 석방하라”,“조국통일 가로막는 미국놈들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할복, 투신해, 오후 7시 30분 운명했다.

▲조성만 열사
"몇 년 전 혈육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은 이 땅의 현실이며 노동형제들, 농민들, 학생, 공무원, 경찰, 사병 등등 반쪽이 된 조국의 구성원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차마 양심을 가진 인간을 편안케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모습의 원인들은 바로 한반도를 본국의 이득을 위한 땅으로 여기는 미국과 그 대리통치세력인 군사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중략) ...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른 아버님, 어머님 얼굴 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척박한 팔레스티나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행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조성만열사가 남긴 유서중의 일부분이다. 죽음을 앞두고 부모님을 떠올리며 괴로워했을 조성만 열사의 모습, 아마 예수도 죽음을 결심하고 홀로 남겨지는 성모님을 떠올렸을까? 조성만 열사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구원을 위해 죽음을 결심한 예수를 떠올리며 유서를 마무리 짓고 있다.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들어가고자 마음먹었던 24살 청년 조성만 열사, 사제가 되겠다던 꿈을 접은 채 1988년5월 짧지만 강렬한 불꽃처럼 생을 마쳤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의정부 교구 상지종 신부는 "22년 전 조성만 요셉 형제는 자신의 최후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 졌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조성만 열사를 이끌었던 하느님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십자가 죽음 후의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부활은, 진정 열사의 처절한 죽음을 넘어 우리 모두의 부활안에서 실현되었는지요?"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권했다.

이어서 상 신부는 "해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그의 부활의 증인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때로는 추한 세상 권력에 무릎 꿇지 않고 굳건히 걸어온 자랑스런 모습으로, 때로는 지난 한 해 동안 세상에 파묻혀 지내온 이기적이고 패배주의적이었던 자신을 통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조성만 열사를 기억하며 함께 하는 우리의 기쁨은 어둠의 세력을 깨뜨리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조성만 열사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라며 조성만 열사처럼 살기위해 다시 새롭게 삶을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지금 이 시간 조성만 열사를 기억하며 함께 하는 우리의 기쁨은 어둠의 세력을 깨뜨리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미사 말미에는 촛불을 켜고 조성만 열사의 유서를 낭독하는 촛불예식을 진행하였다. 미사를 마치고 '성민사랑' 공동대표 이원영(프란치스코)씨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원으로 '조성만 열사 평전' 책 편찬사업이 진행 중임을 설명했다. 이원영 씨는 "연말에 조성만 열사 평전이 나올 것 같다. 22년 전 한 젊은이의 고뇌는 이제 우리들만의 기억이 아니라 공식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신도 연합단체인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사무국장인 한경아(세실리아) 씨는 "그동안 386세대는 자살, 분신, 의문사 등으로 많은 친구를 잃어왔다. 천주교 열사 추모미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천주교 열사들이 많다. 교회 안 20대 젊은이들은 천주교 열사를 잘 모르고 있다. 먼저 가신 열사들의 뜻이 이어지도록 젊은이들에게 천주교 열사들을 잘 알려야 한다. 그들의 자료도 잘 정리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천주교 열사 합동 추모 미사는 5월 24일(월) 오후 7시, 서울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봉헌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조성만 열사 이력 및 유서 전문

[ 조성만 (요셉) 형제 ]
1964년 12월 전북 김제군 출생
1983년 전주 해성고 졸업
1983년 재수 당시 명동성당 청년연합회 소속 가톨릭 민속 연구회 가입
19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 입학, 2학기 휴학
1985년 2월 군입대
1987년 12월 구로구청 항쟁시 구류 10일
‘가톨릭 민속연구회’ 회장
1988년 5월 15일 오후 3시 30분 명동성당내 교육관 옥상에서 “양심수 석방하라”
“조국통일 가로막는 미국놈들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할복, 투신, 오후 7시 30분 운명

[ 조성만 열사 할복 투신 당시 남긴 유서 전문 ]

†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척박한 땅, 한반도에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고자 했던 한 인간이 조국통일을 염원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막아져서는 안됩니다.
조국이 분단된 지 어언 44년, 일제치하의 조국을 구하고자 자기의 삶을 버리고 싸워갔던 자랑스러운 독립군의 정신은,인류를 자기 나라의 이익을 뽑아내는 장소로 여긴 미국에 의해서 땅에 묻힐 수밖에 없었으며 그 대리통치세력인 해방 후의 정권들(친미사대주의자인 이승만,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육군사관학교의 후예들, 이들의 반민족적 행동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에 의해서 이 땅의 주인인 민중들은, 어느 한 구석 성한 곳 없는 사회에서, 민족의 바램인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이야기만해도 역적으로 몰려 세상에서 삶을 뿌리 뽑힌 채 갈수록 비인간화되는 모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몇년전 혈육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은 이 땅의 현실이며 노동형제들, 농민들, 학생, 공무원, 경찰, 사병 등등 반쪽이 된 조국의 구성원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차마 양심을 가진 인간을 편안케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모습의 원인들은 바로 한반도를 본국의 이득을 위한 땅으로 여기는 미국과 그 대리통치세력인 군사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올해 열리는 올림픽도 미국과 현 군사정부의 기득권 유지에 필요한 행사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으며,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를 영구분단화하려는 것은 이 민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입니다. 민족 문제의 해결은 조국통일로서만 가능하다는 사실로 볼 때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과 군사정부의 반민족적 행위는 우리에 의해서 막아져야만 합니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축출되어야만 합니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미국의 등장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을 동반했습니다. 민족의 독립을 외쳤던 제주도민의 학살인 4.3, 한국전에서 보여준 미군의 우리 민족(북한과 남한을 포함하여)에 가했던 살상, 5.16의 지원, 저 잊을 수 없는 80년 광주학살 등 오직 제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미국의 모습은 이 땅을 단 한발의 원폭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하고 있으며, 더 이상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민족 문제의 해결은 미국을 축출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민족반역으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군사정부는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오직 정권욕에 가득찬 현 군사정부는 이 땅의 현실을 은폐한 채 미국에 대한 사대적인 태도를 표명하며 정권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조국의 운명을 그네들 손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낳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민족의 한인 광주학살을 주도한 현 군사정부, 자랑스런 조국 아메리카의 후예들!

다가오는 올림픽은 반드시 공동개최되어야만 합니다.
분단고착화와 정권유지와의 타협에서 이루어질 올림픽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한과 북한이 같이 참여하여 민족화해와 민족통일을 이루는 기반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한국전쟁이후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어 살아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같은 형제라는 낱말을 잊고 살아 왔습니다. 통일이 국시가 아니라 반공이 국시인 현실 속에서 국민학교 음악책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없어지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으며, 퉁일에 대하여 논의했다고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가 채워지는 현실을 뜬눈으로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반민족적이고 도대체 누가 애국하는 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랬을 때만이 진정한 통일은 이루어질 수 있으며 한 민족이 함께 어울어지는 세상에서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남북공동올림픽을 거부할 집단은 현 군사정부와 그 밑에서 민족을 팔아먹는 사람들 이외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올림픽은 민족화해의 장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찢어진 우리나라를 하나 되게 해야 합니다. 진정한 언론자유의 활성화, 노동형제들의 민중생존권 싸움, 농민형제들의 뿌리 뽑힌 삶의 회복, 민족교육의 활성화,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문제를 쌓아놓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우리의 형제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현실은 차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에게 더 이상의 자책만을 계속하게 할 수는 없었으며, 기성세대에 대한 처절한 반항과,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남겨주어야 한다는 의무감만을 깊게 간직하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른 아버님, 어머님 얼굴 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척박한 팔레스티나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행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출처] 18년 전 명동성당 조성만 열사의 할복투신, 그리고 5월 열사|작성자 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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