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 산책] -천안함 해군들의 장례를 지켜보며

公無渡河 (공무도하) 님이여 물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님이여 그예 물 건너시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 님을 어이할꼬


복음서에 의하면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가 부활하고 그 부활의 신비 안에서 그분이 바로 메시아, 즉 그리스도임을 확인한 그의 어머니와 제자들의 환호와 증언은 그 겪은 슬픔을 녹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 기쁜 나날이 지나고, 부활한 그리스도는 위로자 성령이 오실 것을 약속하고 승천하기 이전에 유언을 남겼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십시오.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였듯이 그대들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요한 15.9-12). 사랑은 그래서 메시아의 권고이고 하늘이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그 첫째 문을 여는 열쇠이다. 이 열쇠에는 죽음을 이겨낸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각인되어있다. 이 사랑의 열쇠는 빗장이 걸린 마음들을 열고 위로하고 치유한다.

그런데 우리네 마음은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가, 갑자기 여름처럼 더워졌다가 예고 없이 비를 퍼붓기도 한다. 부활한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직도 우리는 위로 받을 수도 없고, 부활을 노래할 수도 없다. 부활을 기뻐하기에는 아직 많이 이르다. 그 차가운 바다 수십 길 물속에 아들을 묻었고, 남편을 묻었고, 사랑하는 친구를 묻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바다의 어디쯤에 있는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이 왜 죽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면 아직도 많이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고조선 때에 지어졌다는 그 오래된 진혼곡을 다시 불러본다. 그렇게라도 하면 작은 위안을 얻을까 싶은 부질없는 마음 때문이다. 그 막지 못한 죽음을 애도하며, 또 그렇게 노래하다 아내마저 그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하니, 애닮은 그 사연에 빗대어 오늘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고통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한치윤의 <해동역사>에 의하면 진나라 최표의 <고금주>에, "조선의 병사 곽리자고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술병을 들고 물을 건너갔다. 뒤따르는 그의 아내가 말려도 미치지 못하여 결국 그이는 물에 빠져 죽었다. 그러자 한탄하던 그 아내는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부른 뒤 자신도 빠져 죽었다. 자고가 집에 돌아와서 그의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였더니, 여옥은 그 말을 듣고 슬퍼하며 공후를 가지고 그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사람마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그 소리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가르쳐 주고, 널리 퍼지게 하였으니 이를 공후인이라 불렀다" 한다. 이름도 전해지지 않은 한사람의 죽음을 애도한 이 노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잊혀지지 않고 또다시, 또다시 편곡되어 불린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죽음에 함께 애도하는 여전히 진한 안타까움이 함께 전해온다.

이렇듯 죽은 이와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노래가 어디 우리에게만 있으랴. 아들 예수의 죽음에 맞닥뜨린 어머니, 나자렛의 마리아를 위로하는 동방교회의 노래가 전해온다. 성금요일이 지나고, 유대교의 안식일인 그 토요일 아침에 로마의 마리아 대성당에서는 아들의 죽음을 위로하고 부활을 희망하는 비잔틴 교회 전통의 “어머니의 때 (시간)”라는 위로의 전례가 거행된다.

부활에 앞선 그 죽음과 침묵의 시간이 아직 우리가 견뎌야 할 “때” 이기에 올해에도 거행된 이 전례에서 시편 118편과 함께 엮어지는 후렴구 «tropari» 의 내용을 소개하며 아직 부활을 실감나게 맞을 수 없는 이들에게 한줌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 아름다워야 할 오월에, 그 어머니께 기쁨을 드려야 하는 달에 아직 못다한 위로의 노래를 바친다.

▲ 사진출처/민중의 소리

시편 118편과 TROPARI 1

죄 없는 어린양의 피를 바라보네,
죄 없는 그 양은 상처입고 신음하고,
그를 보는 모든 이들 슬퍼하며 함께 우네.
산들과 골짜기, 그리고 모든 이여
우주의 만물이여, 목놓아 우세:
하늘의 어미! 나와 함께 슬퍼하세.

온 세상이 동요하고 뒤집어지고
만물은 나와 함께 모욕으로 쓰러지네.
말씀이여, 모든 것을 담아내며 지탱하는 이여.
나의 주여, 당신의 빛을 향한 만물들 사이에서
이제껏 나는 고통을 몰랐나이다. 그러나,
이제 나의 영혼은 고통으로 채워졌나이다.

오 주여, 비탄과 눈물을 쏟아내며
마음이 찢긴 성모께서 말씀하시네
“아들아, 네가 어찌 너를 묻으랴?
아버지의 말씀, 나의 생명, 나의 평화
어찌 네가 무덤에 묻힌 사흘을 견딜 수 있으랴
내 마음은 그 깊은 곳에서 찢기고 뚫렸다네.
누가 나에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샘처럼 울게 만들었는가?”
이렇게 하느님의 신부가 신음하네

“생명이며, 너는 죽는가? 그래서 무덤에 눕는가,
너 그 죽음의 힘을 무너뜨리려고,
너 그 황천에서 죽은 이들을 살려내려는가?
예수, 나의 기쁨,
너는 어두운 무덤 속에서 빛나는 나의 빛,
낮추신 하느님의 신비!”

숨겨진 지하에서 타오르는 횃불
저승의 그리스도, 그의 몸을 비추네:
어두움을 흩뜨리는 생명의 빛이여
예수, 나의 주여, 세상의 임금이여,
왜 이 죽음의 땅에 내려왔는가?
아담의 자손들을 구원하기를 갈망하는구나!

“예수, 세상의 빛이여, 나의 빛이여,
나의 유일한 열망이여, 나의 위안이여!”

TROPARI 2

당신의 두 손으로 나를 빚으시고 숨을 불어 넣으셨으니;
내가 이해하게 하소서, 그러면 당신의 계명을 배울 것입니다.
당신을 신앙하는 이들이 나를 보며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주여, 당신의 숨이 이미 넘어간 것을 알아차리고
죄 없는 어머니께서는 울며 소리치셨나이다:
“나의 생명! 죽은 이들 속에 묻혀 늦어지지 말아라.”

당신이 자비를 내리시면 나는 살겠나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법이 나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이유 없이 나를 억압하던 위선자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나는 당신의 법을 묵상할 것입니다.

당신은 나무에서 내려져 요셉의 무덤에 눕혀지고,
오 말씀이여, 당신의 비문에는:
부활하소서, 오 주여, 우리를 구하러 오소서!
새로 꾸민 무덤에 당신을 내려놓았네.

나는 당신의 구원을 기다리기에 지쳤나이다;
당신의 말씀 안에서 희망할 뿐
당신의 약속을 쫓기에 나의 눈이 시어지고,
나의 입은 “언제 내게 위로를 주시렵니까?” 하고 중얼댑니다.

당신을 묻은 무덤은
죽음으로부터 신비하게 솟구쳐 올라오는
우리들의 육신을 새롭게 하려는 새로운 무덤이네.
뻔뻔한 것들은 내 뼛속까지 구멍을 내고
당신의 법을 지키지도 않습니다.
진실은 당신의 모든 계명에 있으나
하릴없이 나를 억압하나이다:
나의 도움이여 어서 오소서.

“황천에서부터 당장 올라오라, 오 나의 생명,
죽은 이들 사이에서 살아 당당히 걸어 나오라,
칠흑 같은 지옥의 문들을 부수고!”

잠시도 내가 땅에서 추방되지는 않았으나,
나는 당신의 명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따라 나를 살려주소서
그러면 나는 당신의 말씀을 그대로 지키겠습니다.
주여, 당신은 지하에 숨어있고,
죽음의 어둔 밤이 당신을 감싸지만,
영광스러운 태양처럼 다시 나타나소서!

주여, 나는 고통을 견디기에 지쳤나이다.
당신의 말씀에 따라 살도록 허락하소서.
주여, 내 입술의 찬양을 기뻐 받으시고,
당신의 법을 가르쳐주소서.

그 좁은 무덤 속에 갇혀있을지라도
모든 창조물들이, 예수, 당신을 외쳐 부르네.
진정한 하늘과 땅의 주인!

나는 내 하느님의 명을 지키리니
오 악인들이여 나에게서 떠나라.
당신의 말씀에 따라 나를 도와주소서, 그러면 내가 살리라,
나의 희망에서 나를 실망시키지 마소서.

”영원한 빛이며, 마음의 기쁨이여
언제 또다시 너와 기쁨을 누릴까?”
주의 어머니는 탄원하며 울부짖네.

당신의 얼굴이 종들 앞에서 빛나게 하시고,
나에게 당신의 법을 가르치소서
나의 눈에서 강물처럼 눈물이 넘쳐나니,
당신의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무덤은 당신을 감싸 안네
살아있는 말씀이여, 죽음에서 부활하며
죽을 운명의 존재들을 꿈에서 깨우리라
당신의 집을 향한 열망이 나를 삼켜버렸으나,
나의 원수들은 당신의 말씀을 잊었나이다.
당신의 말씀은 온전하고,
당신의 종은 그 말씀을 사랑하나이다.

땅 한끝자락에 묻힌 낟알이여
넉넉한 수확의 꽃을 피우리라
죽음에서 당신의 아들들을 깨워 일으키리라!

온 마음을 다해 간청하오니, 주여ㅡ, 내게 응답하소서;
당신의 언약을 지키리이다.
당신께 청하오니, 나를 구하소서
그러면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리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어머니는 무덤에 드러누운 주검을 향해 부르짖네;
“일어나라, 이미 네가 예고했듯이!”

당신의 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큰 평화가 있고,
그의 나아가는 길에서 실패하지 않으리라.
주여, 당신에게서 구원을 기다리며,
당신의 명령에 따릅니다.
주여, 어서 돌아오소서, 살아있는 이들에게로,
당신을 낳으신 동정녀 어머니의
그 깊은 괴로움을 흩으소서.

주여, 나의 부르짖음이 당신에게 이르게 하시고,
당신의 말씀에 따라 이해하게 하소서.
당신의 면전에 간청하오니,
당신이 약속하신 그대로 나를 구하소서.

TROPARI 3

“어머니, 나를 위해 울지 마소서,
이 어두운 무덤 속에 갇혀있다 생각하지 마시고
영원한 아들은 빛을 흔들어 깨우리니,
힘과 영광으로 부활하리니,
영원한 영광으로 일어서서
사랑과 믿음으로 당신께 노래하리니”.

응송 1
처녀가 당신에게 빛을 주었을 때,
고통을 모르는 복 받은 여인이었네;
이제, 나의 주여, 당신이 죽은 것을 보네,
그 칼이 나의 가슴을 꿰뚫었네.

부활하라, 아들이여, 내게 기쁨을 다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부활하라, 아들이여, 내게 기쁨을 다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부활하라, 아들이여, 내게 기쁨을 다오.

응송 2
요셉은 주님의 주검을 달라했네
그리고 새 무덤에 그 몸을 뉘이었네;
순결한 무덤에서 일어나야 했다네
마치 어머니의 순결한 태에서 나오듯이.

어머니 보여주소서, 당신의 부활한 아들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어머니 보여주소서, 당신의 부활한 아들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어머니 보여주소서, 당신의 부활한 아들을.

기도
동정녀의 아들이여, 동정녀의 하느님, 이 세상의 창조자!
당신의 어머니는 고통 중에 있고, 당신의 어머니는 지혜의 원천
당신의 처음과 당신의 한일을 당신은 알고 있네.
당신은 인간을 구하려 올 바로 그 사람
그 치욕적인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이리니.
당신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리니, 마치 어린양처럼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의 죄를 흩어버리고
오 주여, 모든 이를 구하리니.
고뇌를 겪은 이, 바로 당신.
하느님처럼 영원으로 남은이
성녀께 당신을 드리신 이
당신께 소리치네:
오 나의 아들, 나의 하느님!

침묵의 성모
침묵의 성모여 말씀을 듣고 품어 안는 이여, 미래의 여인이여 우리의 길을 열어주소서.

기다리는 이의 침묵, 현존을 벗겨내는 침묵
침묵의 성모여 말씀을 듣고 품어 안는 이여, 미래의 여인이여 우리의 길을 열어주소서

소통하는 침묵, 기다리는 이의 침묵, 성체를 모시며 살고 있는 이의 침묵
침묵의 성모여 말씀을 듣고 품어 안는 이여, 미래의 여인이여 우리의 길을 열어주소서

기도하는 이의 침묵, 평화안에 있는 이의 침묵, 그 자신의 영혼 안에서 완성된 이의 침묵
침묵의 성모여 말씀을 듣고 품어 안는 이여, 미래의 여인이여 우리의 길을 열어주소서

침묵하는 불쌍한 이의 침묵, 감사를 즐겨하는 이의 침묵
침묵의 성모여 말씀을 듣고 품어 안는 이여, 미래의 여인이여 우리의 길을 열어주소서

축복
동정녀의 신앙
그 강한 모성의 힘으로
우리의 삶을 비추소서
부활한 주님을 만나는
우리의 걸음에 함께 하소서
아멘.

원문) http://www.celebrazionimariane.net/testi/Oradellamadre.pdf  
원곡) http://www.celebrazionimariane.net/Registrazioni/Ora1/ora1.htm  

Acclamazione di_lode6,220 Mb Ascolto
 

최우혁/ 미리암,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회원, 로마 떼레지아눔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고 마리아눔에서 마리아론을 공부하고 최근 귀국했다. 현재 서강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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