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아홉번째 노동자주일 맞이해...기념미사 통해 담화문 발표

 

"교회는 사회문제의 핵심인 노동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노동문제에 대한 구체적 응답이 구원여정을 향해가는 지상 교회의 역할임을 자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인천교구는 5월2일 오후3시 인천 가톨릭회관 강당에서 제9회 노동자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교구장 담화문을 발표했다. 1955년 비오 12세 교황이 5월 1일을 ‘노동자들의 수호자 성요셉 축일’로 선포한바 있고, 인천 교구는 한국천주교회 교구 중 유일하게 노동자주일을 설정하고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했다.

이날 미사는 교구장 최기산(보니파시오)주교가 미사를 주례했고, 약 150여명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했다. 최기산 주교는 매년 노동자주일 미사 때마다 직접 미사를 주례하며 노동자들을 격려해 왔다.

▲최기산(보니파시오)주교

최기산 주교는 미사 강론 중에 예수님도 30세까지는 가난한 노동자로 살았음을 강조하고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새로운 사태(노동헌장)>를 설명했다. 최 주교는 교황회칙 <새로운 사태>가 노동운동이 무엇인지 복음적으로 해설한 문건임을 이야기하고, 노동운동이 사회근본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기산 주교는 "옛날 그리스에서는 사랑을 4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 두 번째 형제 사이의 사랑, 세 번째 남녀 사이의 사랑, 네 번째 자신을 희생하는 아가페 사랑이다. 오늘 현실은 세 번째 육적인 사랑만이 사회에 넘쳐난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예수님 십자가의 사랑, 아가페 사랑이 사회에 넘쳐나야 한다."며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의 희망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사가 끝나갈 시간 참석자들은 국내 교구 중 유일하게 '노동자 주일'을 설정하고, 노동사목을 지원하는 최기산 주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5월2일 천주교 인천교구는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라는 제목 교구장 담화문을 발표했다. 인천 교구는 담화문 중에 "최근 무리를 빗고 있는 공무원과 교사들의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무리한 처벌과 압력은 노동의 존엄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동훈 신부

이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나눈 인터뷰에서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2차장(정의평화, 환경, 노동담당) 장동훈 신부는 노동자 주일을 맞이해 "노동이 갖고 있는 신성한 가치, 노동을 통한 자기완성과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현재 노동조합 전임자를 회사 측에서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회사 측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과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급증 등 많은 문제가 있다. 노동자 주일을 통해 잘못된 사회모습을 복음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80-90년대 인천교구 노동사목은 노동자들의 쉼터,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시민사회단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 교회의 몫은 따로 있다. 새롭게 변하자는
모토를 정했다. 교회는 좀 더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노동자 중에서도 더 어려운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등 현재 시민사회단체가 하지 못하는 어려운 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 고 이야기 했다.  

2010년 제9회 인천교구 노동자 주일 교구장 담화문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인천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둔 올해는 노동자 주일이 제정된 지 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주일은 노동자의 수호성인인 성 요셉 축일을 기념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인권옹호와 인천지역 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하고 나아가 노동하는 모든 이들의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인천교구의 노동자를 향한 사목은 1977년 부평 공단지역에서 시작된 이래 3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교구는 인천, 부천지역의 공단 노동자들을 위한 인성 교육과, 노동자 문화 활동 지원, 상담,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 등 현장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습니다. 또한 우리교구는 이주 노동자들이 밀집된 공장지역과 교구의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주노동자무료진료소 등을 중심으로 각국의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어린이 사도직’, ‘가톨릭 노동장년회’와 같은 교회 노동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그동안 노동자들을 향해 보내주신 교우 여러분들과 사목자들의 따듯한 사랑과 관심의 열매이며 약자들과 늘 함께하라는 스승예수의 가르침을 교회가 끊임없이 기억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다양한 노고들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저는 1891년 레오 13세 교황님의 회칙 ‘새로운 사태’가 반포되던 한 세기 전을 떠올려봅니다. 더불어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던 사회와 함께 빠르게 붕괴되던 노동의 신성한 가치와 노동현장의 다양한 소외를 목도하며 교회의 역할을 되묻고 깨달았던 레오 교황님의 혜안이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공동체에 여전히 필요한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차별적 경쟁만을 종용하는 신자유주의의 범람과 세계 경제 불황은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전반의 침체를 초래했으며 더 나아가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인 비정규직의 양산과 대량 실업사태 그리고 극빈층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나라 안팎에서, 좁게는 인천지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자본의 이기와 독주는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을 차별과 빈곤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는 한 세기 전 교회가 가르쳤던 노동과 자본 간에 있어야할 공생과 상생의 원칙이(새로운 사태, 15항) 아직도 요원한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문제가 단순히 노동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성원들의 존엄과 인간성에 관한 사회문제이며, 더 나아가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라는 스승 예수의 가르침에 교회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응답할지를 깨닫게 하는 신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정부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빈곤층은 전체 가구 수의 15%로 3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약 1000만 명의 국민이 최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등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또한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90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그들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49.9%에 불과합니다.

인천지역에서도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문제와 세계적 악기회사의 일방적 폐업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복직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생활해야만 하는 가슴 아픈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노사는 스스로 하나의 운명 공동체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래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와 기업의 노동정책이 오히려 노사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최근 무리를 빗고 있는 정부의 공무원과 교사들의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무리한 처벌과 압력은 국제적 노동기구가 공히 인정하는 정상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노동의 존엄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들은 “교회가 거듭 촉구해온, 노동자들의 권리를 수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장려하라는 요구는 오늘날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존중되어야 합니다.”(진리안의 사랑, 25항)라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최근 가르침에서 알 수 있듯이 풍요롭고 윤택하게만 보이는 현대사회의 또 다른 단면의 엄중함과 이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깨닫게 합니다.

일찍이 교회는 “노동을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인간은 또한 예수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참여한다.”(사목헌장, 67항)라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의 정식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회문제의 핵심인 노동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노동문제에 대한 구체적 응답이 구원여정을 향해가는 지상 교회의 역할임을 자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날 교회는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되어 공존과 사랑, 연대 등의 인간사회를 지탱하던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는 세상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우리의 이웃들은 여전히 실직과 비정규직, 부당한 임금으로 인간 누구나 노동을 통해 실현해야 할 품위와 존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공동체 정신을 상실한 이 사회에서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으며 흉악한 범죄사건과 가족 해체 등의 사회적 일탈현상의 가장 우선적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둠과 죽음의 문화가 사라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며 부활을 살고 기쁨과 정의를 몸소 실천하는 참 신앙인의 의무임을 기억합시다.

로마인들이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두려워 떨던 제자들에게 주님은 평화를 선사하십니다. 그리고 부활한 주님을 체험한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며 세상 끝날까지 늘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오늘, 어둠과 죽음의 문화가 드리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스스로 빛으로 살아가길 바라시는 마음으로 주님께서 약속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 20)

부활의 한 가운데, 아홉 번째 노동자 주일을 축하하며 교회와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깊은 연대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0년 5월 2일, 기쁜 노동자 주일에
천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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