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서 가난한 이들의 벗, 선우경식 요셉의원장의 장례미사
4월 21일 오늘 선우경식 요셉의원장의 장례미사가 명동주교좌성당에서 9시에 있었다.
선우경식 원장은 1987년 서울 신림동에 요셉의원을 연 이래로 지난 20년 동안 의료진 20여 명과 일반봉사자 600여 명의 도움을 받아 노숙자, 행려자, 알코올의존증 환자, 그리고 건강보험증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 40여만 명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에게까지 인술을 베풀어왔다. 이처럼 요셉의원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가족이 없거나 거처가 일정치 않아 치료를 받고도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2000년에는 ‘성모자헌의 집’을 운영하여 일시적 쉼터로 제공하고 있으며,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을 위해 ‘1996년부터는 '목동의 집'도 운영해 왔다.
한편 요셉의원은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재활센터를 세우고 물레실습장과 중국음식점을 개설하여 다시 살아갈 방도를 찾아 주었다. 또한 선우경식 원장은 요셉의원에 밥을 굶고 오는 사람이 많아서 “배고픈 환자에겐 약보다 밥을 주는 게 급하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사를 제공하고,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옷을 나누어 주고 봉사자들을 통해 이발과 목욕도 시켜 주었다.
이런 선우경식 원장을 두고 그동안 언론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슈바이처’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행려병자의 천사’라고 부르곤 했는데,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본받아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06년 5월 20일 뇌졸중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고, 그해 10월 23일에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그동안 항암치료를 받는 중간에도 틈틈이 병원을 방문하여 환자 진료를 하면서 직원들과 봉사자들을 격려해 왔는데, 그 사랑 안에서 향년 63세로 지난 4월 18일 별세하였다.
사회복지법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요셉의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장례미사가 열린 명동주교좌성당은 발디딜 틈이 없이 조문객이 찾아들어 선우경식 원장의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길을 지켜보았다. 장례미사를 주례한 정진석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은 강론을 통하여 선우경식 원장을 “가난한 이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 준 살아 있는 성인같은 분”이라고 말하였고, 고인의 친구이기도 한 조창환 시인(한국가톨릭문인협회 회장)은 “검은 옷 입은 수도자보다 경건하고, 부름 받은 성직자보다 신성하고, 눈물 많은 여인보다 더 순결한 영혼은 하느님도 바삐 불러 곁에 두고 싶으신가 봅니다. 더 없이 낮아지고 아낌없이 비워내던 삶, 퍼주고 또 퍼주어도 샘솟던 사랑으로 몸 바쳐 쓰러질까봐 이제 그만 쉬시라고 손잡아 불러올리신 크신 뜻이 있으셨나 봅니다.”하며 조사를 낭독하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하였다.
오후 10시 반쯤 장례미사를 마치고 운구가 성당문을 나서자 조문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변에 서서 고인의 관이나마 어루만지며 눈물지었다. 선우경식 원장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천주교 길음동성당 묘원에 안장되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2008년 4월 21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