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태국 치앙마이에서 이동학교 개최

2023년도 이동학교에 참가한 치앙마이 및 치앙라이 교구 소속 청년과 관계자 40여 명. ⓒ황경훈
2023년도 이동학교에 참가한 치앙마이 및 치앙라이 교구 소속 청년과 관계자 40여 명. ⓒ황경훈

태국 북부 치앙마이 및 치앙라이 교구 청년의 단체와 ‘사랑과 일치의 토착민 공동체’(CLUMP) 소속 청년들은 전통적 토착 종교와 가톨릭 신앙이 자연과 하나가 됨으로써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차런 난타카우(Charoen Nanthakau) 신부는, 창세기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창조한 분이 하느님이며 따라서 인간은 피조물로서 신의 창조물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창조주 하느님은 생태계 보호에 인간이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수록 각 종교인의 신앙이 깊어 지고 성숙해진다”고 설명했다.

CLUMP 대표인 차런 신부는 각 종교가 생태계 보호를 위한 의례를 따로 행하지만 때로는 함께 모여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정신으로 연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하느님의 창조와 육화를 상징하는 십자가와 영(Spirits)을 숭배하는 토착 원주민(Indigenous Peoples)의 종교 전통을 나타내는 상징물인 “영의 눈”(eyes of the spirits), 또 나무에 불교의 ‘나무 수계식’(tree ordination)에서 쓰이는 가사를 한 나무에 장식함으로써 상징적인 방식으로 공동 의례를 하기도 한다.

나무 수계식은 1980년 말 태국 불교 승려 프라쿠루 피탁 난탁툰(Phrakhru Pitak Nanthakthun)이 자기 고향인 북부 난(Nan) 지방에서 숲 보호 운동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는 벌목과 삼림 벌채를 막기 위해 이 운동을 벌여나갔는데 이후 다른 마을뿐 아니라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 나라로 확산했다.

차런 난타카우 신부 강의 장면. 그의 좌측 후방에 십자가와 토착 원주민 영 숭배 전통을 상징하는 “영의 눈”(eyes of the spirits)이 걸려 있는 나무가 보인다. ⓒ황경훈
차런 난타카우 신부 강의 장면. 그의 왼쪽 뒤에 십자가와 토착 원주민 영 숭배 전통을 상징하는 “영의 눈”(eyes of the spirits)이 걸려 있는 나무가 보인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와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ALL Forum)은 2023년 3월 25-30일 태국 치앙마이의 ‘국제 청년 수련센터’(IYTC)에서 이동학교를 열었다. “조화 촉진을 위한 여성, 위대한 영, 다문화적 시민성”을 주제로 열린 이동학교에는 청소년, 대학생 및 청년 40여 명이 참가했다.

치앙마이 시내에 살고 있는 두앙펜 욤마랏(Duangpen Yommarat)은 이번 이동학교 프로그램에서 여러 종교의 나무 보호 의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것을 다룬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신생아의 탯줄을 담은 대나무 통을 나무에 올려 두는 행위를 통해 아기의 출생을 나무의 영과 자연에 ‘신고’해 아이가 영의 보호를 받고 또 그 의식의 대상이 된 나무도 신성하게 생각해 보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놀라웠다.” 치앙마이 교구 청년단체 소속인 두앙펜은 종교마다 행하는 의례 방식은 다르지만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은 같기 때문에 이런 연대를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다른 참가자인 아피싯 징탄야포른(Apisit Yingtanyaporn)도 이 의례를 시연한 강의가 가장 흥미로웠다는 데 동의했다. 농촌 출신으로 CLUMP에서 유기농법을 배우고 있는 그는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가 농부가 되면 농사일만이 아니라 이런 종교 전통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담은 대나무 통이 나무에 올려져 있다. 이곳 카렌족은 종교는 다르더라도 이러한 토착 종교의 전통을 존중한다. ⓒ황경훈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담은 대나무 통이 나무에 올려져 있다. 이곳 카렌족은 종교는 다르더라도 이러한 토착 종교의 전통을 존중한다. ⓒ황경훈
이번 이동학교에 참가한 두앙펜 용마랏(왼쪽)과 아피싯 징탄야포 ⓒ황경훈​
이번 이동학교에 참가한 두앙펜 용마랏(왼쪽)과 아피싯 징탄야포 ⓒ황경훈​

이동학교에 참가한 청년들은 행사 첫날 두 그룹으로 나뉘어 치앙마이 촘통(Chomthong) 지구의 카렌족(Karen) 및 몽족(Hmong) 공동체들을 탐방했다. 참가자들은 카렌족이 거주하는 매칼루앙(Maekaluang) 마을을 방문하고 불교 승려, 가톨릭 및 토착 종교 지도자에게서 생태 보호를 위한 공동의 노력 속에서 분쟁보다는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배웠다. 또한 몽족 마을에서 참가자들은 사제부족에 따라 평신도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성당, 몽족 공동체가 운영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과 국립공원 등을 방문했다. 이 두 마을이 속한 촘통 지구는 태국 북부 치앙마이시에 속한다.

현장 탐방 뒤 참가자들은 ‘토착 원주민 종교의 영적 전통과 생태적 감수성’, ‘태국 및 아시아에서의 그리스도교와 토착 원주민 종교문화의 대화’, ‘‘찬미받으소서’의 통합 생태학론과 기후변화,’ ‘태국 그리스도교 청년과 다문화적 시민성’ 등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토착 종교 지도자, CLUMP, 치앙미아 교구 사회사목국, 우리신학연구소 등이 강의를 맡았다.

카렌족 출신으로 매홍손 주 매호 성당(Mae Ho parish in Maehongson Province) 사제이기도 한 차런 신부는 “하느님이 예수님을 통해 이 자연과 세상에 육화했다는 성육화 신학을 나는 굳게 믿는다. 성육화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섬김의 대상이기에 다른 종교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도 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자들과 함께 다른 본당에 가서 숲 보호를 위한 종교간 대화의 의미로 나무 의식을 공동으로 하기도 한다. 사회나 신자들에게나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다른 종교에 열려 있음을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앙마이 교구 사회사목국 차장인 선톤 웡좀포른 박사는 “아시아 상황에서 토착 원주민의 정령숭배 전통은 생태 위기를 맞고 있는 현 문명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쓰레기 분리나 플라스틱 줄이기 등도 필요하겠지만 모든 곳에 영이 있기에 소중히 해야 한다는 종교문화 전통은 우리에게 사물과의 관계 맺는 방식 자체, 곧 세계관의 철저한 전환을 요구하며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착 종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한 그는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만이 아니라 삶의 풍요로움을 되살리는 데서도 토착 원주민의 종교문화 전통은 중요하다. 이런 다종교 문화적 영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아시아적 시민성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청년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생태 위기 문제와 ‘시민성’을 연결하는 이런 프로그램은 의미가 크며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보았다.

이동학교는 우리신학연구소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ALL Forum)이 연례 평신도 지도자 양성프로그램인 ‘아시아청년아카데미(AYA)/아시아신학포럼(ATF)’에 참가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훈련 워크숍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2013년과 2018년에 AYA/ATF를 개최한 바 있는데 이동학교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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