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노년과 생명' 세미나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노년과 생명'을 주제로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19일 오후 수원교구 제2대리구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노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지역사회통합 돌봄 내에서의 노인 돌봄의 역할', '노인 학대와 인권 보호', '노인 빈곤의 현황, 원인 및 대책'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오직 젊음만이 인생의 온전한 의미를 누리고, 늙음은 삶의 박탈이자 삶의 상실을 뜻할까요? 인간의 이상을 구현하기에 합당한 유일한 세대로 젊음을 찬양하고, 나약함과 퇴화 혹은 장애로 간주하는 늙음을 경멸했던 것이 20세기 전체주의의 지배적인 이미지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먼저 ‘노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발표한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가정공동체’, ‘생명의 복음’ 등 교회 문헌, 가톨릭 교리서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년에 대한 교리 교육 등을 살피며, 노년, 노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말했다.

박 신부는 여러 가르침을 통해, 늙음과 늙음의 약함을 숨기게 만들고 소외시키는 것은 결국 인생의 모든 시기, 여러 세대로 구성된 가족 간의 관계, 공존하며 누리는 존엄 등을 함께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은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역량입니다.”(노년에 대한 교리교육 2)

박 신부는 노년은 삶의 모든 단계를 통합시키는 시기이며, 노인은 젊은 세대와의 대화를 통해 동행하고 성숙과 지혜의 선물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면서, “느린 리듬을 요구하는 노년과 장수는 삶의 의미를 확대하며, 세대 간 통합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또 '신앙의 전수' 차원에서도 노인의 경험적이고 친숙한 언어와 신앙에 대한 한결같은 태도는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의 애틋한 사랑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말하고, “노인은 미래와 애틋한 사랑, 지혜의 전령이므로 이러한 시선으로 노인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전했다.

박 신부는 이와 함께 노년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서도 말하며, “노년은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법을 배우고, 타인의 삶에 관여하는 대신 끝까지 주님을 따르며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하는 시기, 욕망을 정화하고,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식별하고 봉사하며,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11월 19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노년과 생명'을 주제로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11월 19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노년과 생명'을 주제로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이어진 발표에서 김현미 센터장(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에서 노인 돌봄의 역할을 소개했다.

현재 한국 사회 노인 재가 복지 돌봄서비스는 크게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로 구분되며 구분 기준은 노인의 기능 수준, 경제 조건, 지원 체계 여부 등이다.

김현미 센터장에 따르면 가족 구조의 변화, 노인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족의 돌봄 기능이 약해졌고, 노인 돌봄 체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2008년 정부 차원의 새로운 돌봄 제도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급격한 노인 인구의 증가와 가족 돌봄의 기능 약화,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 증대로 장기요양보험제도 운영 비용과 시설에 한계 상황이 예측된다. 지역 사회에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가 도입, 추진되는 배경이다.

만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경제적 취약층, 정신적, 신체적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을 정도에 따라 구분해 안전 지원, 사회 참여, 생활 교육, 일상생활 지원, 연계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는 현재 16개 광역 지원기관, 650개 수행기관이 연계해 진행한다. 현재 이용자는 약 48만 명으로 노인 1인 가구 기준 약 30퍼센트가 이용한다.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우수 사례 소개> 

금천 호암노인종합복지관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특화 서비스 우울형) 기관 내부, 외부 자원 연계 서비스를 제공했다. 신체적 병증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대상자는 주변으로부터 생활비를 빌려서 생활할 정도로 경제적, 신체적 위기 상황, 정신적 우울 증세 등을 겪고 있었다. 해당 복지관은 유관기관의 ‘좋은 이웃들 사업’과 연계해 주거비와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이용자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 상태를 개선하도록 했다.

김현미 센터장은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는 시작과 동시에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돌봄 인구 급증,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 문제, 노인들의 가족과 환경 변화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 안에서 지역사회의 물적, 인적 자원이 보다 지속적으로 노인 돌봄 영역에 체계적으로 연계,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기반을 다지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한 제언으로 “지역사회와 민간 영역의 자원 연계와 후원,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관점에서 역량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지원, 변화하는 노인 돌봄 환경에 걸맞은 전문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학대와 인권 보호'를 주제로 발표한 박진리 수녀(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는 '연령차별주의, 사회복지시설과 학대 현황, 학대 예방과 후속 도움'에 대해 말했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단어들
꼰대, 질병, 치매, 주름, 무기력, 고집....

박 수녀는 “에이지즘(연령주의)은 나이를 근거로 자신 또는 타인에게 갖는 고정 관념, 편견, 차별”로 정의되며, 노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함께 있기 싫으며, 제외하고 싶은 존재” 등으로 이러한 인식과 사고는 서로 상호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인 인권의 의미는 좁게는 “노인이 학대받지 않을 권리”, 넓게는 “연령차별 없이 사회에 참여할 권리”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현재 노인복지시설과 입소 현황을 보면 2019년 시설 7만 9382개, 입소자 26만 6325명에서 2021년 시설 8만 5228개, 입소자 32만 1500명으로 늘었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역시 증가 추세로 2008년 시행 첫해 21만 명에서 2021년에는 85만 명으로 늘었고, 2040년에는 210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노인 인구수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이 ‘노인 학대’ 발생 수다.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21년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약 1만 3000건에서 2021년 약 1만 9000건으로 늘었다.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와 아들, 기관이 근소한 차이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학대는 신체 결박 등의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 여러 유형으로 가해진다.

박진리 수녀는 노인 학대 예방과 후속 도움을 위해 “노인복지시설 중심으로는 자기결정권을 고려한 시설의 다양성 마련, 환자 특성을 고려한 돌봄 제공,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배려, 시설의 인권 경영 정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법적, 정책적, 사회적으로는 “노인 부양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 돌봄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 학대 행위자 및 피해 노인에 대한 사후 관리,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 확보 및 노인 쉼터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마지막으로 이소정 교수(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는 '노인 빈곤의 현황과 원인 및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불과 2년 뒤인 2025년,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욜 20퍼센트 이상)에 진입할 예정인데, 각종 지표들은 우리나라 노인 다수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자살률과 빈곤율, 낮은 삶의 만족도가 그러한 지표다.... 인구 중 1/5을 차지하는 인구집단의 다수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이소정 교수는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을 설명했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65살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중위소득 50퍼센트 이하)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58.6퍼센트,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38.9퍼센트다. 이 가운데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증가하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이 감소하는 것은 정책의 효과, 특히 증액된 기초연금의 효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의 확대로는 빈곤율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감소 추세가 곧 빈곤율 정도의 개선은 아니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압도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이 이소정 교수의 의견이다.

또 빈곤의 상황에서 특히 한국 노인 빈곤은 “나이가 들수록 빈곤의 정도가 심해지며, 여성 노인에게 빈곤이 집중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75살을 기준으로 그 이상과 이하 연령층 빈곤율은 20퍼센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또 여성 노인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65.1퍼센트)은 남성 노인 가구주(30.7퍼센트)의 약 두 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왜 가난할까?

이소정 교수는 ‘은퇴’ 이후의 생활을 보전할 수 있는 연금제도가 초기 대기업 근로자 중심이었으며, 이후에 가입하더라도 그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반적 노인복지 수준 역시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으며 발전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 사회 문화와 전통에서 ‘자식’이 곧 노인 복지라는 인식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문화와 전통은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맞은 경제 구조의 변화, 불안정한 사회에서 더욱 격해진 경쟁, 자녀 교육에 전력하면서 부모들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하는 현실로 붕괴했으며, 이런 사회에서 부모들은 더 이상 자식을 복지 대안으로 두기 어려워졌다.

이 교수는 이러한 노인 빈곤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후 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제도를 내실화하고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활성화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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