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 봉헌
사제, 신자, 수도자 등 1000여 명 참석
희생자들 이름 부르며 연도 기도

미사 전 참가자들은 10월 29일 최초 신고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오후 6시 34분부터 묵주기도(고통의 신비)를 바치고 분향했다. ⓒ정현진 기자
미사 전 참가자들은 10월 29일 최초 신고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오후 6시 34분부터 묵주기도(고통의 신비)를 바치고 분향했다. ⓒ정현진 기자

“신앙인부터 더 많이, 더 자주, 더 깊이, 그래서 충분히 울도록 합시다. 울고 또 울어야 깨끗한 눈으로 오늘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고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남김없이 울어야 합니다. 끝까지 남아서 울었던 마리아(요한 20,11 참조)가 부활의 최초 목격자요 증언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합시다. 진심으로 통곡할 줄 아는 양심이라야 복음이 주는 기쁨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14일 오후 7시 서울 신문로 거리에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사제 90여 명과 신자, 수도자 9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미사 뒤, 노래와 시, 춤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날 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안동교구)는 강론을 대신해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짧은 연도 기도를 바쳤다.

최근 지역별로 시민분향소가 설치되는 등 추모의 움직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민들은 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이름과 영정조차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가족들이 제대로 조직되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못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사 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제단의 독자적 희생자 명단 공개 여부가 언급됐으며, <시민언론 민들레>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김영식 신부는 명단 공개 논란에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른 것에 대해, “사제단은 독자적으로 명단만을 공개하겠다는 논의를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면 사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교회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며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해 기도 안에서 부른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입당하며 헌화하는 사제단. ⓒ정현진 기자
입당하며 헌화하는 사제단. ⓒ정현진 기자
추모 미사 제대 앞에는 이날까지 희생된 이들의 숫자만큼 촛불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추모 미사 제대 앞에는 이날까지 희생된 이들의 숫자만큼 촛불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추모미사 제대 앞에는 이날까지 희생된 이들의 숫자만큼의 촛불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 참가자들은 미사 내내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정현진 기자

사제단은 이날 젊은이들의 희생 앞에 참회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삶을 다시 참회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진정한 조문이 무엇인지 성찰하자고 요청했다.

“2017년 대한민국을 밝혔던 촛불 또한 같은 뜻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으니 안으로 자기를 태워 밖을 환하게 비추자는 서약이었습니다. 되는 사람만 되고, 사는 사람만 사는 그런 야속한 세상이 아니라 인생이 슬프고 세상이 막막한 사람들도 고루 잘 살게 하자는 맹세였습니다. 각자도생의 최후는 공멸이니 살아도 함께 살고 즐거워도 함께 즐거워하자는 공생공락의 뜨거운 맹세였습니다.”

사제단은 권력자들의 수수방관과 뻔뻔한 책임 회피의 심리, 그 밑바탕에는 각자도생의 파멸적 이기심이 똬리를 틀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더 끔찍한 참사를 예고하는 무서운 현상이라고 경고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더라도 촛불과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어야 한다. 생존의 기로에서 여전히 자기중심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지 정직하게 따져 봐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세상을 치유하는 데 동참할 마음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 그것이 양심과 이성, 무엇보다 신앙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또 전 정권도 현 정권도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아니며, 우리는 치워야 할 것을 치우지 못하고 채울 것을 채우지도 못한 상태로 “깨어 보니 후진국”이라는 비탄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닦아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분명하게 정하자. 잘못 뽑은 결과로 우리 삶이 통째로 뽑혀 버리는 어이없는 실책을 다시는 범하지 않기로 하자. 그래야만 충분히 울어 주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세월호 아이들, 영정도 위패도 없는 기괴한 조문으로 모독당하는 젊은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제단은 진심으로 통곡할 줄 아는 양심이라야 복음이 주는 기쁨을 빼앗기지 않는다며, “아울러 한 번 죽어 크게 사는, 아니 자기를 바쳐야만 영원히 살게 되는 생명의 원칙, 하느님께서는 추락하는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다는 중력의 신비를 생각하며 낙담하거나 체념하지 말자”고 위로했다.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br>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br>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
미사 뒤에는 시와 노래, 춤, 연주 등으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길을 가던 이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br>
이날 미사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길을 가던 이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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