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인수 칼럼]

인터넷 신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이하 지금여기)가 3월 26일로 창간 1주년을 맞는다. 꼭 1주년에 맞추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지금까지 얹혀살던(?) 영등포구 당산동의 우중충하고 허름한 우리신학연구소를 떠나 서강대학교 옆 예수회센터에 제법 넓고 환한 사무실 한 칸을 얻어 이전하게 되었다. 뜻밖에 예수회의 배려가 크다.

나는 평신도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우리신학연구소의 초창기 구상 단계부터 창립 멤버들과 함께 해왔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지금여기는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오랜 논의와 준비 끝에 탄생시킨 새로운 인터넷언론(아직은 서툴고 미흡한 점이 많다)이다.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게 무슨 교회의 언론이냐, 차라리 가톨릭이란 말을 떼어라 등, 비판과 우려, 심지어는 비난의 목소리 또한 작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상했던 바다.

지지와 격려야 한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귀에 거슬리는 고까운 소리도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기성 언론매체들이 공히 안고 있는 결정적인 과오가 바로 지금여기에 전이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설립자 사주의 권위주의적인 권력행사와 사원인 편집진이 알아서 기는 행태가 그것이다. 그런 언론이 교회와 사회의 목탁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여기가 매 순간순간마다 성찰에 성찰을 거듭해야 할 부분이다.

한 개인이나 조직이나 스스로 알아서 개과천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역사와 경험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반드시 외부에서 가해지는 정확한 지적과 비판만이 입에 쓴 약이 되어 비로소 회개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외국에 비해서 특히 더 성직자가 모든 걸 틀어쥐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교회에는 이 상식이 잘 안 통한다. 따라서 하느님나라(?)의 비밀에 대한 평범한 일반 신자(국민)의 알 권리는 철저히 묵살된다. 이래서야 ‘죄인들의 집단’인 교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나. 우리신학연구소가 지금여기를 만들게 된 동기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지금여기의 창간을 목표로 그 준비단계인 ‘다음 까페’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몇몇 동료들이 “절대 그럴 리 없지만 혹시나...” 하던 이야기가 얼마 전부터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돌았다. 연구소가 지금여기를 장악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여기를 붙들어두고 딴 살림을 못 차리게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회를 봐서 빠른 시일 내에 독립만세를 부르고 연구소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언론의 편집권은 누구의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돌다니! 이게 될 법이나 한 소린가.

크고 작은 조직이나 기업은 다 나름대로 설립목표나 창업정신이란 게 있다. 그리스도교의 목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하느님나라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설립한 지금여기의 목표는 교회쇄신과 사회복음화다. 지금여기가 언론활동을 통하여 교회지체들의 소통과 건강한 교회문화를 창출해내려면 당연히 어떠한 내,외부의 압력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만일 그것이 안 된다면 지금여기의 존재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다. 이미 지금여기는 우리신학연구소와는 별도의 이사회와 편집위원회를 꾸렸다. 새 사무실로 이전하면 불분명한 의혹들도 사라지겠지. 앞으로는 자주 얼굴도 못 보게 될 게다. 이참에 우리 천주교회의 새로운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사실보도와 감시와 비판의 임무를 다해서 하느님나라 건설에 한 몫을 해주시기를!

호인수 (신부, 인천교구 고강동 성당 주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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