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하느님과 깊은 만남”

“새롭게 상상하는 이냐시오 양심성찰”, 마크 티보도, 심종혁 옮김, 이냐시오영성연구소, 2022

이 책은 하루 15분 양심성찰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느끼도록 하는 안내서다.

양심성찰은 예수회 창시자인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영신수련에서 창안한 기도법이다. 지은이 마크 티보도 신부(예수회)는 이냐시오 성인은 양심성찰을 “한 사람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15분”이라 믿었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전통적 양심성찰 방법에 따르면서도 개별 상황에 따라 기존 틀을 과감히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하며 신앙인이 하느님 안에서 실질적 도움을 얻도록 돕는다. 

지은이는 “번잡한 일상의 현실에서 벗어나 성당에 갔을 때뿐 아니라”, “삶의 가장 자질구레한 세세한 것까지도 그분과 나누고 싶”다면서 “하루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싶다고 밝힌다. 그에게 양심성찰은 “삶의 구체적 현실을 하느님께 가져올 수 있고 또 하느님을 이런 구체적인 현실로 모셔올 수 있”는 “놀랍고 힘 있는 기도”다.

이냐시오식 양심성찰은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에 15분 정도 기도하는 방식이다. 이 기도가 처음이라면 하루 한 번 해도 좋고, 익숙해지면 두 번 행한다. 보통 많은 이가 하루의 가운데인 점심시간,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을 택한다.

이냐시오 성인은 매일의 양심성찰 기도를 위해 다섯 단계로 된 양식을 제안했다.

▲1단계는 음미하기다. 오늘 하루(오전, 오후) 잘 흘러간 순간들, 내가 받은 모든 선물들을 음미하고 감사한다. ▲2단계는 청하기. 성령의 도움을 받아 하루를 잘 돌이켜 볼 수 있도록 은혜를 청한다. ▲3단계 돌아보기는 하루를 돌이켜보는 과정. ▲4단계 뉘우치기는 실수한 것들에 대해 뉘우치며 용서를 청하는 단계다. ▲5단계는 결심하기로 내일은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결심하는 것이다. 하루 두 번 기도한다면 이 과정의 ‘하루’ 부분을 오전, 오후로 여기고 진행한다.

“새롭게 상상하는 이냐시오 양심성찰”, 마크 티보도, (심종혁), 이냐시오영성연구소, 2022. (표지 제공 =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새롭게 상상하는 이냐시오 양심성찰”, 마크 티보도, (심종혁), 이냐시오영성연구소, 2022. (표지 제공 =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책에는 매일 조금씩 새롭게 하루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양심성찰 기도 34개도 담겼다. “오늘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나는 준비되었는가”, “내면의 상처”, “습관들”, “체면(FACE)을 지키려다 보니”, “오늘 하느님의 얼굴을 한 이는 누구인가” 등이다. 기도의 최종 목적은 매일매일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이 기도의 주제나 단계는 꼭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다. 건너뛰거나 마음이 가는 대로, 특정한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기도해도 된다.

티보도 신부는 마음에 끌리지 않는 단계들은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서 와닿는 부분으로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안내한다. 단계마다 힘들여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 요점에 머물되 나아가려는 조바심을 갖지 않고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머문다.”(“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 76)

이 밖에도 지은이는 몇 가지 조언한다. 먼저 기도는 15분이 넘지 않아야 한다. 양심성찰 기도는 꼼꼼하고 깊이 파고드는 기도가 아니라 핵심에 곧장 다가가고, 즉각적인 기도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너무 짧거나 늘어지지 않기 위해 타이머를 설정하면 좋다.

때로는 규칙도 무시할 수 있다. 방금 겪은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어떤 일 등으로 강한 감정이 지배적인 상태라면, 기도의 각 단계를 건너뛰고 그저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그 순간 느끼는 강한 감정에 대해 하느님과 대화하면 된다. 너무 죄에 몰입하지 말고, 기도 앞뒤로 “아주 짧게” 일기를 써 볼 수도 있다. 하루를 평가하는 단순한 사고 훈련이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안타깝게도 이냐시오식 양심성찰이 가끔 재래의 (자신의 잘못을 찾아보는) 양심성찰과 혼동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지향하는 목적은 아주 다릅니다.... 이냐시오식 양심성찰은 죄와 용서에 대해 성찰하지만 이보다 훨씬 넓습니다. 단지 지난 잘못한 부분들뿐 아니라, 내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느님과 더불어 모두 살펴보는 것이 그 주요 목적입니다.... 나의 죄와 덕들, 실패와 성공들, 감사한 것들과 나를 분노하게 만든 것들, 나를 기쁘게 해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들과 내 힘을 소진해 버릴 것들, 절정과 좌절, 악몽과 달콤한 꿈들, 이 모두를 바라볼 것입니다.”(25-26쪽)

마크 티보도 신부(예수회 미국 중남부 관구)는 기도와 식별 분야 전문가로, 관구 수련장을 지냈으며, 2022년 현재 뉴올리언스 로욜라대학과 교내 거룩하신 예수 성명 성당(Holy Name of Jesus Church)에서 사목하고 있다.

옮긴이는 심종혁 신부(예수회, 서강대 총장)로, 미국 보스턴 웨스턴 예수회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로마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신수련과 식별에 대해 여러 논문, 저서, 번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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