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CRUX)

(존 앨런)

완전 순전한 우연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일요일을 이탈리아 남부 지방 마테라에서 보냈다. 이곳은 이탈리아가 1870년에 형식상 통일된 이래 “이탈리아 메리디오날레”, 즉 이탈리아 남부라고 불리는, 가난과 무지의 오랜 상징인 곳이다.

지난 일요일은 또한 이탈리아인들이 새 정부를 뽑는 총선에 나선 날이었다. 따라서 이날 교황이 남부에 머무른 것은 국가 대사에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이 누구인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역자 주: 이탈리아 정치에서는 “교황에 충성하고 교황이 밀어주는 당”, 즉 누가 “교황의 당”이냐가 항상 관심사였다.)

이번 이탈리아 총선 결과를 알리는 국제 언론들을 보자면, 파시스트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와 그녀의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이로써 이탈리아는 유럽 전반에 걸쳐 민족주의 극우 포퓰리즘이 확대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교황청 조직은 신중히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항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기뻐 흥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류의 포퓰리즘이 발흥하는 것을 그는 매번 걱정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선거 전부터 뻔했다. 놀랄 만한 것이 있다면, “오성운동”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해 복귀한 것이다. 오성운동은 지난 2009년에 만들어진 반 기득권 진보 세력으로, 2018년에 정부에 참여했지만 곧 힘을 잃었다. 이 운동은 4년 전에 비해 전국 득표율이 절반이나 줄었으나, 정치란 현실이기도 하지만 느낌이기도 하다.

선거 직전, 오성운동의 지지율은 약 10퍼센트였다. 그런데 결과는 16퍼센트나 돼 전통의 민주당이 거둔 19퍼센트를 바짝 뒤쫓아 제3당의 지위에 올랐다. 지금 오성운동은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이끌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사실상 새 지배 정당으로 떠오른 것이다. 오성운동은 마테라가 속한 바실리카타 주를 포함해 캄파니아, 칼라브리아, 몰리세, 풀리아, 사르디니아, 시실리 등 남부 7개 주 전체에서 최다 득표 정당이 됐다.

이곳은 이탈리아 통일되기 전 이탈리아 남부를 통치했던 “시칠리아 왕국”에 속했던 곳인데, 시칠리아 왕국은 강력한 가톨릭 국가였다. 예를 들어 비오 9세 교황(1846-78)은 1848년에 시민혁명으로 로마에서 잠시 쫓겨났을 때 이곳으로 피난했고, 지금까지도 이곳은 주일 미사 참석률을 포함해 종교적 열정이 세속적인 북부에 비해 상당히 높다.

2017년 10월 25일 수요일 로마 판테온 앞에서 오성운동 운동가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포폴로 소프라노(주권자)라는 단어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 CRUX)<br>
2017년 10월 25일 수요일 로마 판테온 앞에서 오성운동 운동가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포폴로 소프라노(주권자)라는 단어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 CRUX)

누구에게 들어도, 이번에 오성운동이 남부에서 대승을 거둔 이유는 소위 “시민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이라고 하는 일종의 기본소득법 때문이다. 현재, 자녀가 셋 이상인 저소득 가구는 1년에 1만 유로(약 1450만 원)를 받을 수 있는데, 물론 여러 자격 조건을 따진다.

시민소득은 원래 오성운동이 제안해서 그 집권 시기인 2019년에 채택됐다. 콘테는 이번 선거에서 이 기본소득제를 옹호하는 것을 오성운동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남부의 빈곤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 정책이 잘 먹힌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번 선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누구를 지지했느냐”라는 점에서는, 논리적으로 봐서는 오성운동이 그 대상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강력할 것이다.

처음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스로를 “주변부의 교황”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바로 남부 지방이 그런 주변부다. 그는 또한 진보적인 대중운동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오성운동은 바로 그런 운동으로 태어났다. 그는 바로 시민소득제와 같은 가난한 이를 위한 국가의 경제 개입을 지지한다.

게다가, 콘테 본인도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성 비오 신부를 열렬히 공경하는데, 그의 삼촌은 카푸친 작은형제회 수사로서 유명한 신비가이자 치유자인 성 비오 신부가 산조바니 로톤도에서 머물 때(1916-68) 그의 측근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아마도 완전 우연은 아니지만, 산조바니 로톤도는 남부 지방인 아풀리아에 속한다.

아직은 보완 증거가 더 필요하지만, 코미디언이던 베페 그릴로가 오성운동을 창당하던 날이 2009년 10월 4일이었는데, 이날은 또 마침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이다. 그릴로 자신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하느님의 광인”이라 부르는 잘 알려진 별명을 언급하며, 2016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들 가운데 하나”라고 선언한 바 있다.

사실, 그간의 여러 조사를 보면, 신실한 가톨릭 신자, 즉 매주 적어도 한 번은 미사에 가는 신자가 오성운동 당원의 16-2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정당의 평균에 비해 아주 높은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 둘 것은, 오성운동과 이탈리아 가톨릭교회 간의 관계에 관해서는 뭐든 다 달콤하고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성운동 안에는 다른 좌파적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단호한 세속주의자들이 있고 심지어 반 성직주의 분자들도 있다. 또한 이탈리아 정치에서는 안락사에서 동성 혼인에 이르기까지, 오성운동의 공식 입장과 가톨릭 지도부의 입장이 대부분 크게 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총선의 주된 이슈 가운데 하나는, 정파에 상관없이 모든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선거 중에 (전과 달리) 가톨릭 측의 발언이 별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한 저명한 평론가는 이탈리아 정치에서 교회가 “사라졌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오직 시간이 지나 봐야만 그런 평가가 맞는 것인지 아닌지, 이번 선거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장들에 비슷한 그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실제로 보상을 준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성운동이 그 방향으로 몇 걸음 더 내딛는다면, 이탈리아는 아주 흥미로운 시험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news-analysis/2022/09/did-italys-elections-identify-the-countrys-pope-francis-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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