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국왕의 열린 종교관 반영
(기사 출처 = CNS)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가톨릭 추기경과 주교가 공적 역할을 맡았다. 이로 보아 새 국왕인 찰스 3세를 비롯한 왕가가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에 열린 자세인 듯하다. 영국은 공식적으로 성공회가 국교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교구의 빈센트 니컬스 추기경은 이번 장례식에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추기경 또는 가톨릭 주교로서는 처음으로 왕실 장례에서 공식 역할을 맡았다. 니컬스 추기경은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9월 19일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에서 치른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서 여러 비 성공회 그리스도교 지도자들과 더불어 참석자들의 기도를 이끌었다.
그는 여왕이 생전에 “통치 기간 내내 영연방을 위해 헌신”한 데 감사하고, “상호 존경과 존중의 정신”과, 권한을 쥔 이들이 “정의와 공동선을 촉진할 것”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저명한 가톨릭 신자들로는,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리오 커슐리 대주교(세인트앤드루스-에든버러 대교구), 웨일스 지역의 최고위 성직자인 마크 오툴 대주교(카디프 대교구),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리하여 영국 리버풀 출신으로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인 폴 갤러거 대주교가 있다.
성공회 소속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지도신부였다가 2019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개빈 애션든은 1952년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장례식에는 참여한 가톨릭 지도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역자 주: 애션든은 2017년에 성공회를 떠나 북미 중심의 성공회 계열 종파인 그리스도인 감독 교회의 주교로 서품됐으나, 다시 2019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현재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지위는 평신도이며, <가톨릭 헤럴드>의 부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니콜스 추기경이 여왕의 장례식에서 추기경 복장을 하고 제대에 서 있는 것을 보니, 나로서는 환희와 회고가 뒤섞인 묘한 감정”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마지막 가톨릭 신자 국왕은 제임스 2세였다. 그는 1688년 쿠데타(역자 주: 명예혁명)로 폐위됐으며 1701년에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숨졌다.
그의 형으로 선왕이었던 찰스 2세는 1685년에 죽기 직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그전에는 1550년대에 헨리 8세의 맏딸인 메리 1세 여왕이 5년의 재위 기간에 영국을 강제로 가톨릭 국가로 선언했다.
그리고 18세기 이후로 모든 영국 국왕은 즉위 선서로 영국국교회(성공회) 신자가 되었으며 또한 영국국교회 최고 수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녀의 남편인 필립 공은 교회일치운동에 관심이 깊었으며, 교황 요한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의 영국 방문을 환영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장례 기간 중인 9월 16일 버킹엄 궁전에 마련된 종교 지도자들을 위한 리셉션 자리에서, 자신이 이러한 종교간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은 국왕으로서 “우리들의 가슴과 마음이 개인으로서 우리들이 지향하게 하는 각 종교, 문화, 전승과 신앙들을 통한 신심 활동과 종교 그 자체를 위한 공간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다양성을 보호할 의무”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신앙들은 우리의 풍요히 다양한 사회 안에서 번성하고 또 그러한 사회에 기여하는바, 서로 다르다. 신앙들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양심의 자유, 정신에 대한 관대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돌봄 등, 내게는 우리 국가성의 요체인 핵심적 원칙들을 공동으로 명확히 견지함을 통해서만 번성할 수 있다.”
“나는 확실히 말하건대, 왕으로서, 이러한 원칙들을 모든 집단에 대해, 그리고 모든 신앙을 위해 보전하고 촉진할 것을, 나의 온 마음을 다하여, 다짐한다.”
평론가들은 2023년에 있을 찰스 3세의 대관식에는 사상 처음으로 성공회가 아닌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의 신자들, 그리고 아마도 (비 그리스도교) 다른 종교인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 96살. 70년간 국왕으로 군림했다. 여왕의 장례식으로 영국에서의 11일에 걸친 공식 애도 기간은 끝났다.
그녀의 관은 왕실 문장을 새긴 천으로 덮이고 생전에 쓰던 왕관이 놓인 채, 해군 병사들이 이끄는 대포 운반차 위에 실려, 관이 안치돼 있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바로 옆의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으로 옮겨졌으며, 이곳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등 조문객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식을 치렀다.
장례식이 끝난 뒤 여왕의 관은 차로 윈저성으로 옮겨져, 이곳에 있는 세인트 조지 경당에 묻혔다.
기사 원문: https://catholicnews.com/cardinal-prays-at-queens-funeral-signaling-charles-openness-to-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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