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반란가톨릭' 두산 본사 앞에서 미사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은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등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확인한 것은 각국 이기심
노동계, 녹색성장 역시 기업 지원 활성화 위한 위장
한국 멸종위기종 267종, 전 세계 생물 가운데 하루 100여 종 멸종

9월 17일 멸종반란가톨릭 회원들이 두산 본사 앞에서 멸종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br>
9월 17일 멸종반란가톨릭 회원들이 두산 본사 앞에서 멸종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멸종반란가톨릭’이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거리 미사를 봉헌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지만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기업들에 대한 항의, 그리고 탐욕과 착취로 사라지는 생물과 자연을 애도하기 위해 미사를 시작했다.

멸종반란(Extinction Rebellion·XR)은 2019년 기후, 생태 위기에 맞서 영국에서 시작된 시민공동체다. 이들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정부와 입법부에 ‘기후, 생태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한다.

한국 지부인 '멸종반란한국'은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기후, 생태 정의운동 공동체다. 2020년 11월에는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국회 앞 울타리에 목을 걸고 '2025 탄소중립'을 외치기도 했다.

‘멸종위기가톨릭’은 “우리는 멸종으로 향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 가톨릭 신앙인들의 모임으로 5월 7일 출범했다. 현재 가톨릭기후행동 회원과 사제, 수도자, 신학생, 멸종반란한국 활동가 가운데 가톨릭 신자, 일반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9월 17일 멸종반란가톨릭 회원들이 두산 본사 앞에서 멸종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br>
9월 17일 멸종반란가톨릭 회원들이 두산 본사 앞에서 멸종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같은 존재로서 다른 존재들과 마주하고 그들의 죽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 모임을 이끌며 이날 미사를 집전한 원동일 신부(의정부교구)는 멸종위기한국에서 먼저 활동하면서 멸종의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 생명들의 죽음을 애도하게 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원 신부는 “멸종의 원인은 규제 없는 자본주의이고, 개인적 노력이나 실천 외에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저항해야 한다”며, “멸종반란의 비폭력주의, 생명 살림, 사랑이라는 정신이 가톨릭 신앙 정신과 맞닿아 있다. 신앙인으로서 동참하기 위해서 함께 멸종반란가톨릭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는 사람의 욕심, 과도한 성장, 자본주의의 폐해가 자초했기 때문에 멈춰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들의 움직임이 불이 되어 다른 이들의 마음에 옮겨 가야 합니다. 함께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망가진 세상을 휩쓴 홍수 속에서 띄운 노아의 방주에는 정작 사람을 태우지 않았고, 탈 수도 없었다면서, “멸종위기종은 우리 인간이다. 지난 대멸종에서 공룡과 같은 최고 단계에 있던 종이 멸종한 것처럼 인류세라는 현세 멸종위기종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원 신부는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그냥 사라져 버리지 않고 왜 멸종하는지 깨닫고 (멸종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라며, “관계성의 파괴로 기후위기가 온 만큼 진지하게 존재들과 마주하고 같은 존재로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북극곰은 멸종의 종착점이 아니다. 그 다음엔.... ⓒ정현진 기자<br>
북극곰은 멸종의 종착점이 아니다. 그 다음엔.... ⓒ정현진 기자

“우리는 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 탄소 배출량 6억 3000만 톤”

멸종반란가톨릭은 이날 미사 뒤 성명서를 내고 “피조물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고 창조질서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며 또 다른 불평등과 위기를 초래하는 기업의 그린워싱에 분노한다”며, “기업의 초월적 탄소 배출이 인간에게 아니 모든 피조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한 것에 조금의 반성도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귀한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마음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동일 신부는 강론에서 두산이라는 기업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기후 재난이 자연이 아닌 자본주의에 의한 것이며, 규제 없는 자본주의에 ‘아니오’라고 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원 신부는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그룹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에 한국전력과 함께 투자, 참여하는 것, 두산의 위장 환경주의를 규탄한 청년 활동가들에게 184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로서 많은 가톨릭 기관에 기부하면서도 정작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두산 기업주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위장 환경주의를 버리고 진정으로 사람이 미래인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미사 뒤, 두산 본사 인근을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참가자들은 미사 뒤, 두산 본사 인근을 행진했다. ⓒ정현진 기자
인간의 착취와 탐욕으로 죽어 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도와 기도의 시간. ⓒ정현진 기자
인간의 착취와 탐욕으로 죽어 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도와 기도의 시간.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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