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가톨릭 에코 포럼

13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식량, 생명인가 산업인가”를 주제로 제43회 가톨릭 에코 포럼이 열렸다.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이 발제자로 참여한 이번 포럼에서, 유기농업은 기후위기의 주요한 대응이며,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가 그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기 씨(농민,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는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이 가능하려면 소비자가 공정하고 정직한 생산자들을 선택해야 유기농업을 하는 농부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따르면  세계 경작지의 64퍼센트가 농약에 오염됐다.

정영기 씨는 친환경 농업은 소비자에게도 좋지만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무엇보다 농민에게 가장 좋다며, 과거 수많은 사람이 DDT(살충제), 고엽제 때문에 병을 얻고 기형아를 낳는 등의 해를 입었던 사례를 들었다. DDT와 고엽제는 전쟁 때 쓰였지만, 이후 이 기술이 농업에 사용됐고, 당시 이런 화학품을 만들던 업체가 지금 GMO(유전자 변형 농수산물)를 연구 개발하는 농업 기업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DDT와 고엽제는 현재 사용 중지됐지만, 우리나라에서 화학 비료, 유기 합성 농약, 생장 조정제, 제초제, 가축 사료 첨가제 등 합성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의 비율은 2.3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농약 사용량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

9월 13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식량, 생명인가 산업인가"를 주제로 가톨릭 에코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정영기 농민(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교육국장), 이동훈 신부(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연합회 담당), 이동현 농민(가톨릭농민회 광주교구연합회 곡성분회). ⓒ배선영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우리나라의 1헥타르(ha) 당 농약 사용량은 2016년 기준 11.8킬로그램이며, 이는 호주(1.1킬로그램), 캐나다(1.6킬로그램)와 비교해 10배 가까이 된다. 미국은 2.6킬로그램, 영국 3.2킬로그램, 프랑스 3.7킬로그램이다. 비료 사용량은 헥타르 당 268킬로그램으로, 캐나다(79킬로그램), 미국(136킬로그램)보다 훨씬 많다. (2019년 우리나라 농약 사용량은 헥타르 당 10.2킬로그램이다.)

유기농업은 단순히 화학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토양, 생태계, 인류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말한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정의에 따르면, 유기농업은 “각 지역적 조건에 합당한 생태적 프로세스와 종 다양성 및 생태순환에 기반하고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배제한다.” 정영기 씨는 그곳의 상황과 조건, 땅에서 가능한 농사 방법으로 하라는 의미라고 부연하며,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식이 지속가능하고 가장 좋은 농사이고, 우리 땅에서는 그것이 벼농사”라고 말했다.

유기농법은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늘릴 수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는 EU(유럽연합)는 2030년까지 전 농지의 25퍼센트를 유기농업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미국, 일본도 유기농업을 늘리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그는 탄소 중립의 키워드는 "정직과 공정"이라며, 기업 중심의 식량 산업을 거부하고, 공정하고 정직한 생산자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벼. 가톨릭 에코 포럼에서는 탄소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논 습지와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 Pixabay)
벼. 가톨릭 에코 포럼에서는 탄소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논 습지와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 Pixabay)

농부과학자로 불리는 이동현 씨(가톨릭농민회 광주교구연합회 곡성분회)도 생태농업은 농민만이 아니라 도시의 소비자가 같이 해야 해며, 탄소저장고로서 ‘논 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농부들이 논농사와 유기농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이 씨는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정책 등”으로 논 습지를 사라지게 하고 있으며, 생태농업 또한 벌레 없고, 모양 좋고, 값싼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인해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농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떠나면 결국 대농이 농지를 흡수하고, 다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써 논의 생명이 소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 농업의 시작과 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쌀이라며, 밥을 먹지 않으면, 배추, 된장 등 식재료도 같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무관심하고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으면 친환경농업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량이 생명인가, 산업인가라는 물음에 관해 “식량은 생명산업”이라며, 산업으로 보지 않으면 우습게 보거나 가난한 농부를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긴다며, 쌀 생산도 엄연히 거대한 생명 산업이라는 가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과 식량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한 이동훈 신부(가톨릭농민회 원주교구연합회 담당)는 “교회의 가르침은 생명은 타협할 수 없고,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생명을 보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편 교회의 확고한 가르침이 확고한데도, 지역 교회까지 잘 전달되고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에서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작지만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소중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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