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공동합의성’(시노달리티) 논의

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BCSM) 소속 청년들은 교회 내 수직적인 성직중심주의적 질서는 바뀌어야 하지만 청년의 참여가 매우 제한돼 있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이멘싱(Mymensingh) 교구에서 온 발비 젱차마는 방글라데시 교회에서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라는 말은 무척 낯설지만 청년을 포함한 모든 성원의 공동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필요하다고 보았다. “방글라데시 본당 사목위원회 대부분에는 청년을 대변할 부서가 없고 또 있다고 해도 청년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다.”

2018년 이동학교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던 발비는 “청년들은 사회의 변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응해 나가기 때문에 지금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안다. 그렇기에 청년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야 할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말 치란(BCSM 사무국장)도 발비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청년들의 의견은 교구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본당 사목회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본당 사제와 사목회장과 임원 몇 명이 본당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니콜라 로자리오(치타공 교구)는 “방글라데시 교회는 매우 권위주의적이어서 합리적인 데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이동학교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러한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도 교황의 뜻을 적극 지지하고 동의하는데, 왜냐하면 우리 교회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제가 왕과 같은 대접을 요구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사제는 하느님의 도구로 오직 우리를 축복하기 위해 여기에 있으며, 그렇기에 이런 관행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동학교에 참가한 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BCSM) 소속 대학생 50여 명의 현장 탐방 직전 단체 사진. (사진 제공 = 황경훈)
2022년 이동학교에 참가한 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BCSM) 소속 대학생 50여 명의 현장 탐방 직전 단체 사진. (사진 제공 =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와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ALL Forum)은 8월 11-16일 방글라데시 마이멘싱 교구에서 제2차 이동학교를 열었다. “종교간 협력 및 공공선 촉진을 위한 공동합의적 교회와 청년”을 주제로 열린 이동학교에는 8개 교구에서 온 BCSM 소속 50명이 참가했다

마이멘싱 교구를 비롯해 8교구의 대학생들은 네 그룹으로 나뉘어 마두푸르(Madhupur)의 토지 분쟁 지역, 날리타바리(Nalitabari)의 토착민 마을, 제나이가티(Jhenaigati)의 벌목 및 코끼리 떼 피해 지역, 칼마칸다(Kalmakanda)의 홍수피해 지역 및 강변 모래채취 마을 등을 탐방했다. 이 네 지역 모두 마이멘싱 교구 관할에 속하며 교구 카리타스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워크숍, 그룹 토론, 문화의 밤 행사, 실천계획 수립 등에 참여했다.

현장 탐방 뒤 참가자들은 ‘방글라데시의 부패와 빈곤의 악순환’, ‘종교적 관용과 종교문화 다원주의 촉진’, ‘공동선을 위한 공동협력적 교회의 중요성과 실현 방안’, ‘아시아 청년과 인권의 중요성’, ‘생태계 파괴와 가난의 문제’ 등에 대해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마이멘싱 교구 카리타스, 떼제 수도공동체 수사, 우리신학연구소, 생태여성활동가 등이 강의를 맡았다.

공동합의성에 관한 강의는 1부 공동합의성의 개념과 방글라데시 시노드 참여 과정에 대한 소개를 담은 ‘공동협력적 과정과 방글라데시 교회’, 2부 ‘성경과 교회사에 나타난 공동협력으로서의 시노드’, 3부 ‘세계 하느님 백성의 시노드 소개’ 등으로 구성됐다. 강의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교회는 다카(Dhaka), 디나즈푸르(Dinajpur), 실렛(Sylhet) 대교구 및 교구와 개별 본당들, 또 청년, 법조인, 수도자, NGO 지도자 등이 모임을 열고 공동협력적 교회상과 그 구현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글라데시 교회 언론인은 8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방글라데시 주교들은 공동합의성(시노달리티) 주제로 열리는 시노드 관련해서 몇몇 행사를 조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실천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교들이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이나 만남들을 기획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방글라데시 주교회의 이름으로 이 시노드 관련해서 나온 사목서한이나 입장문 하나 없는 것은 이상할 정도다. 정말로 관심이 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노드 관련 행사나 모임이 거의 형식적(ceremonial)인 데 치우쳐서 진정한 의미의 평신도 참여나 공동협력적 교회상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방글라데시 교회 주소록에 따르면, 마이멘싱 교구는 1987년 다카 대교구에서 분할됐지만 현재는 교구민 8만여 명으로 면적과 신자 수에서 다카 대교구보다 더 커져 전국에서 가장 큰 교구가 됐다. 마이멘싱 교구의 신도 95퍼센트 이상이 가로(Garo) 족이다.

방글라데시 교회는 대교구 2곳과 8개의 교구로 이뤄져 있고 신자의 절반은 토착부족민이며 나머지 절반은 다수인 벵골인이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 1억 6000만 명 가운데 약 40만 명으로 극소수다.

이동학교는 우리신학연구소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이 연례 평신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트레이닝 워크숍이다. 코로나19로 2년 6개월의 공백 기간을 거쳐 지난 7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8월 방글라데시에서 열렸고, 9월 파키스탄 라호르, 10월 필리핀 마닐라,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릴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8월 15일 국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이 살해된 ‘애도의 날’을 맞아 의례를 행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황경훈)<br>
방글라데시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8월 15일 국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이 살해된 ‘애도의 날’을 맞아 의례를 행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황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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