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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환경운동, 신자들보다 교회가 먼저 친환경적으로 변해야,[인터뷰] 4대강 만화를 그린 만화가 박흥렬 바오로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지난 3월 5일 춘계주교회의를 마치면서 4대강 개발에 문제를 제기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뒤로 천주교계의 활동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4대강 관련 만화가 현재 45만부 이상 전국 교구와 본당에 배포되었다. <창조질서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이란 제목의 이 만화책자는 <인천주보>19년 째 '바울로 만평'을 게재하고 있는 박흥렬(바오로, 48세)가 쓰고 그린 것이다.

   
▲ 만화가 박흥렬 씨
박흥렬 씨는 1991년 28살 먹은 청년시절에 <인천일보>에 4단만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인천주보>에 만평을 싣게 되면서 세례도 받았다. 당시 석간신문이던 <인천일보>의 만화는 오전이면 끝낼 수 있었고, 낮에는 인천시 답동 주변을 맴돌던 박흥렬씨는 당시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주로 취급하던 '광야서점'에 자주 들렀다. 이 책방은 인천교구에서 청년운동을 하던 이들의 사랑방이었는데, 여기서 인연을 맺어 '가톨릭환경연대'의 전신인 '가톨릭환경연구소' 활동에 자원봉사자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후로 가톨릭환경연대의 사무국장, 기획실장, 집행위원장 등을 맡게 되면서 더 깊숙이 환경운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1990년 경에는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JPIC) 세계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환경운동이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과 더불어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가톨릭환경연대는 인천 가좌동에 집하장을 마련하고 본당 등지에서 공병과 우유팩을 모으는 등 자원재활용 운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며 박흥렬 씨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의문이 생겼다. 당시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운동이나 헌옷바자회를 많이 열었는데, 교회에서는 신자들에게 개개인의 실천을 강조했다. 레지오 마리에 같은 단체에 환자방문뿐 아니라 환경운동에도 나서라고 독려하고, 자원을 낭비하는 데 대한 죄의식을 자극했다. 본당순회 강연도 많이 했는데, '여러분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식의 계몽적 성격이 강했다. 다른 차원의 '새마을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 교회는 신자들에게 의식과 생활의 변화를 요구하면서, 정작 교회 자체는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2000년에 폐막한 인천교구 시노드에서는 환경사목과 관련해 의미있는 제안을 많이 쏟아냈지만 제대로 실천된 것이 별로 없었다.

문헌에선 교구차원에서 환경신학을 인천가톨릭대학교의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인천교구에 환경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사제를 양성하며, 주교회의에 환경주일을 제정하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본당 차원에서는 사목평의회 산하에 환경(생명) 분과를 신설하고 예산을 배정하며, 본당 내 단체 중 1개 이상은 환경 분과와 연계하여 환경 보전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환경 분과 활동 지침서’도 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구와 본당이 친환경적인 공간이 되도록 건축 지침도 마랸하기로 했다. 게다가 본당의 환경 보전에 관한 노력과 성과(전기, 물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의 증감 추이 파악 등)를 매년 점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본당 담허물기 사업조차 만수3동 등을 빼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001년경에는 박흥렬 씨와 가족들이 아예 강화 화점면 이강리에 들어가 배농사를 시작했다. 아내는 나무 키우기를 좋아해서 즐거운 귀농이었지만, 농사란 게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고백한다. 특히 6월이면 시작되는 김매기의 힘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난한 농민들이 제초제가 나왔을 때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갔다. '우리농'에서는 친환경농산물이나 유기농 채소를 선호하지만 고령화된 농촌에서 노인들이 김매기를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그의 경험이 준 생각이다. 그래서 소비자 중심으로 유기농만 찾는 '우리농'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먼저 그 지역의 농산물을 취급해야 하며, 그 지역 농민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유통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그 다음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이라는 것이다.

박흥렬 씨는 강화에 살면서 강화조력발전소 저지싸움에도 동참했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했는데 시화호와 태안의 가로림만, 강화 등에 세우는 조력발전소가 섬 사이에 댐을 만드는 바람에 환경파괴의 주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여서 4대강을 살린다고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라서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박흥렬 씨는 경인운하 반대활동을 하면서 방수로 공사현장에 나가봤더니, 10미터 이상 강바닥을 판다고 하는데, 유람선이라면 모를까 화물수송이 가능할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동강댐을 제외하곤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한 개발사업은 한 가지도 포기된 적이 없다"며 걱정했다. 정부에서는 달리는 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심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4대강 개발은 토건족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생각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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