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자가 자기가 만드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 집을 지었습니다. 가로와 세로 그리고 높이 1미터의 철 구조물을 만들어 입주했습니다. 그이는 입주하자마자 철판을 용접해 출구를 막았습니다. 스스로 가둬 버린 것입니다. 여섯 명의 노동자들은 화물창 바닥에서 20미터 높이의 고공 난간에 올라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7월 2일 오후 거제 옥포수협 사거리에서 "투쟁승리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열었습니다.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 투쟁은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고 외쳤습니다. ©장영식
민주노총은 7월 2일 오후 거제 옥포수협 사거리에서 "투쟁승리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열었습니다.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3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 투쟁은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고 외쳤습니다. ©장영식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조선 불황기에 가장 먼저 해고당하고, 임금을 깎인 것이 하청노동자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깎인 임금 30퍼센트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하청업체와 임금·단체협약 체결 교섭을 했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우해양조선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옥쇄파업 투쟁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지난 6월 29일 이들이 ‘무노동 무임금’에 의해 임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 1만 명이 1만 원씩 1억 원을 모으자는 ‘10000X10000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200명의 하청노동자들에게 1인 5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지회의 소식에 의하면 29일 하루에만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4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됐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절규를 거제 시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장영식
전국에서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절규를 거제 시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장영식

민주노총은 7월 2일 오후 거제 옥포수협 사거리에서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는 제목으로 "투쟁승리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 달째를 맞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을 연대하기 위해 영남권 금속 노동자들이 이곳에 모여 집회를 벌인 것입니다. 전국에서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이곳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해결하라"라며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승리를 위해 전국적 투쟁의 힘을 모으고, 생존권 사수를 위한 극한 투쟁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승리와 엄호‧연대를 할 것"이라고 결의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들의 옥쇄투쟁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절박해서다. 몸을 펴고 눕지도 두 다리로 설 수도 없는 절박한 옥쇄. 대우조선은 도크마다 배들이 꽉꽉 들어차고, 조립장엔 블록들로 빈틈이 없었다. 55도가 넘는 탱크 안에서 떨어지고 깔려 골병 들어가며 배를 만든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30퍼센트 깎이고 상여금을 모두 반납당했다”라며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합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의&nbsp;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옥쇄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그이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는 말로 투쟁의 의미를 압축했습니다.&nbsp;©장영식<br>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뒤 철판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옥쇄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그이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는 말로 투쟁의 의미를 압축했습니다. ©장영식

한국의 조선업계는 호황기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숙련된 조선 노동자들이 삶의 터였던 공장에서 부지기수로 쫓겨났습니다. 그들이 쫓겨난 자리는 값싼 임금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졌습니다. 조선소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순이 폭발하는 불덩어리와도 같습니다. 최근 조선업은 호황을 맞고 인력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하청과 재하청의 다단계 구조 속에서 20·30년 연차의 숙련된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 등으로 하청노동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해고된 지 37년 만에 복직과 함께 정년 퇴직했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비통한 마음으로&nbsp;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nbsp;©장영식<br>
해고된 지 37년 만에 복직과 함께 정년 퇴직했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비통한 마음으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장영식

지금 대우해양조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옥쇄 파업 투쟁은 정당한 투쟁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인정 및 임금 회복 요구는 인간의 권리입니다. 이들의 투쟁을 하청업체와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그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지금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모두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목숨을 건 투쟁이 아니라 이미 목숨을 던져 투쟁 중입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는 이들의 투쟁을 가로막으려는 모든 행위는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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