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2명과 취임 감사미사

(기사 출처 = UCANEWS)

필리핀에서 추기경 2명이 새로 대통령에 뽑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65)의 취임 감사미사를 집전한 것은 가톨릭교회가 새 행정부와 “원칙적 협력”을 하겠다는 뜻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임 마르코스 대통령은 1965년에 집권해 1972년부터 계엄령을 통해 독재를 하던 중 1986년에 교회가 주도한 “2월 혁명”으로 물러난 악명 높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 이멜다 마르코스는 아버지 마르코스의 독재정권 때 직접 장관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구두 수집 등 사치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하원의원이다.

취임식 다음 날인 7월 1일 마닐라에서는 마닐라 대주교 호세 아드빈쿨라 추기경과 코타바토 대교구 은퇴대주교인 올란도 케베도 추기경이 집전한 감사미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마르코스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데 부통령이 각료들과 더불어 참석했다. 사라 두테르테는 직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이다.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사제이자 “사회행동” 의장인 조셉 데레온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우리 추기경들이 참석한 것은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이 새 정부에 내미는 원칙 있는 협력의 일부다. 교황대사도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교황청이 협력할 것을 다짐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추기경들이 참석한 것은 (교회는) 누구든지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환영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케베도 추기경은 필리핀 교회의 사회참여를 주도해 온 성직자다.

이번 선거에서 마르코스의 경쟁자였던 레니 로브레도를 지지한 성직자들을 포함해 여러 교회 단체들은 독재자였던 마르코스 시절 계엄령 통치의 어두운 기억을 잊지 말고 그의 아들인 마르코스를 낙선시키자고 촉구했었다.

하지만 마르코스 2세는 지난해 가을 치러진 선거에서 68퍼센트를 얻어 당선됐다.

데레온 신부는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면, 교회는 늘 지지한다. 우리는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선택을 했으니, 그 뜻은 존중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케베도 추기경,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아빈쿨라 추기경이 함께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br>
(왼쪽부터) 케베도 추기경,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아빈쿨라 추기경이 함께 있다. (사진 출처 = UCA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취임 축하문을 보내왔으며 6월 29일 필리핀 주재 교황대사 찰스 브라운 대주교가 이를 낭독했다. 일부 성직자들은 그 뒤 마르코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축하문에서 자신은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각하께서 지혜와 힘을 늘 지니시기를 제가 기도함을 약속하면서, 저는 전능하신 하느님이 필리핀에 평화와 번영의 축복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필리핀 교회의 사회활동 기구인 카리타스는 일부 성직자들이 신임 대통령에게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그(마르코스 대통령)는 가난한 이들의 현안을 시야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리타스 회장인 호세 콜린 바가포로 주교는 마르코스 2세는 빈곤과 부패와 같은 필리핀의 사회악을 해결해야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 발표를 인용해 “3900만 명의 국민이 빈곤하다. 빈곤율은 2021년 일사분기에 23.7퍼센트로 올랐다. 이는 2610만 명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바가포로 주교는 또한 마르코스 대통령이 직접 농무부 장관이 됐으니 국민 모두가 식량이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필리핀 역사에서 대통령이 농무부 장관을 겸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외국 농산물 수입에 고통받는 농부들의 어려움을 돌봐야 한다. 이 문제는 더 많은 외국산 쌀이 수입될 길을 닦아 준 쌀 관세화 법률 때문에 더 악화돼 왔다”고 말했다. 쌀 관세화법은 쌀 수입에 대한 기존의 비관세 장벽을 관세로 전환하되 세율에 상한선을 둔 법률이다.

“카리타스는 정부에 대한 원칙 있는 협력을 계속 촉진할 것이다. 교회는 필리핀인의 권리와 존엄을 존중하는 정부 사업에 협력할 것이다. 여기에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다.”

마르코스를 지지한 신자들은 신임 대통령에 대한 성직자들의 지지를 환영했다.

마닐라의 신자이며 마르코스 지지자인 케이트 사이손은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우리의 종교 지도자들이 대통령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놓인다. 그도 또한 가톨릭 신자이며 이 나라를 운영하는 데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philippine-church-hints-at-principled-cooperation-with-marcos-jr/97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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