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협 정의평화환경위, 동국제강 이동우 씨 기억미사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10일 산재로 숨진 동국제강 하청노동자 이동우 씨를 기억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은 이동우 씨가 숨진 지 82일째이자 유족이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53일째다.

이동우 씨는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장크레인에 올라 보수 작업을 하던 중 당한 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천장크레인의 전원 차단, 신호수 배치 등 안전 관리감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유족의 요구안에 대해 동국제강이 입장 번복을 반복하면서 유족은 사고 8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의 요구사항은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구조적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그 내용 유족에 공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 위반에 대한 철저 수사 및 엄정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따른 제대로 된 배상이다.

동국제강 본사 앞에 마련된 고 이동우 씨 분향소. ⓒ김수나 기자
동국제강 본사 앞에 마련된 고 이동우 씨 분향소. ⓒ김수나 기자
고 이동우 씨(1984-2022) 영정 사진. ⓒ김수나 기자
고 이동우 씨(1984-2022) 영정 사진. ⓒ김수나 기자
고 이동우 씨의 약력. ⓒ김수나 기자
고 이동우 씨의 약력. ⓒ김수나 기자

이날 성가소비녀회 수도자, 신자 등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봉헌된 미사는 김정대 신부(예수회), 박상훈 신부(예수회), 박성재 신부(살레시오회)가 공동 집전했다.

미사에 앞서 김정대 신부는 “상선벌악(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일. 가톨릭교회의 네 가지 기본 교리 가운데 하나.) 차원에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의 존엄성, 서로에 대한 인정과 고마움인데 이것이 없어 재해가 계속된다”면서, “반복되는 재해를 끊어 달라는 마음과 이동우 노동자 산재의 원만한 해결을 미사 중에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진 강론에서 박상훈 신부는 사람을 죽이는 제도와 힘을 깨부수기 위한 연대와 공동선을 향한 교회의 사명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돈의 위력이 너무나 강고해 노동하는 이들의 생명, 안전, 기쁨, 충만함은 모두 희생되지만 자본, 기업가들은 이익을 얻는 현실에 항상 파묻힌다”면서, “노동자를 똑같은 인간, 공동체 일원으로 생각한다면 기업이 왜 여태까지 이런 짓을 하겠나. 산재로 사람을 죽이고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은 자본이 의도적으로 하는 짓이다. 이는 노동과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이동우 노동자가 돌아가시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를 염원하지만 너무나 큰 힘이라 그렇게는 안 된다. 이 힘은 그냥 놔두면 공룡처럼 자라나게 돼 있어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면서, “깨부수는 것이 연대이며, 연대란 남을 돕는 차원을 넘어 하느님을 닮아가는 행동, 모습,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연대의 참뜻을 가슴에 새기고 더 나아가야 한다. 권력과 기업 엘리트들은 우리들의 처지를 절대 이해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자, 산재 피해자, 수많은 저임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과 연대해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없으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 교회가 앞장서 나가며 보여 줘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온전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스러운 권리라고 선포한 노동, 땅, 집에 대한 인간의 권리는 손상돼서는 안 되며, 이를 착취하는 사회 구조를 내버려 두는 것은 반인륜 범죄이자 하느님 뜻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면서 이 권리들이 당당하게 보장되도록 사람을 죽이는 제도와 힘에 맞서는 것이 교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 신자, 유족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 신자, 유족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 신자, 유족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는 수도자, 신자, 유족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나 기자
(왼쪽부터) 박성재 신부(살레시오회), 김정대 신부(예수회), 권금희 씨(고 이동우 씨 부인), 박상훈 신부(예수회). ⓒ김수나 기자&nbsp;<br>
(왼쪽부터) 박성재 신부(살레시오회), 김정대 신부(예수회), 권금희 씨(고 이동우 씨 부인), 박상훈 신부(예수회).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 함께한 이동우 씨의 부인 권금희 씨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권금희 씨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낯설지만 노래와 말씀들에 마음이 무척 편안해진다. 많은 위로를 받고 있고, 자주 뵈었으면 한다”면서,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니까 나 하나쯤은 물러서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곳에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분들이 보내준 위로와 응원의 마음으로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면서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다 받아서 앞으로 저도 그 마음처럼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가 되고, 제가 받은 그 마음의 빚을 갚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권금희 씨는 이번 주 동국제강과 또 한 번 협상 자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측의 태도가) 매번 반복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여러분의 기도를 받아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겠다. 매일 낮 11시 반 손팻말 시위와 화요일마다 열리는 동국제강 포위의 날에도 참석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4월 19일 유족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동국제강 본사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농성을 시작한 뒤로 5월 6일, 17일, 26일 협의가 있었다. 이어진 지난 6월 2일 협의 자리가 최종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유족은 지원모임과 함께 동국제강 본사 로비에서 연좌하며 합의문을 기다렸다. 새벽 1시경까지 이어진 협의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합의문 검토만을 남겨둔 상태였지만, 그 주말 사이 사측이 입장을 바꿔 이전보다 후퇴한 안을 통보하면서 8일 협상은 다시 진행됐지만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상태다.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은 결정 권한을 핑계로 입장 번복을 반복하는 것은 유족의 피를 말리는 일이라며, 최종 결정권자인 장세욱 대표이사가 직접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 동국제강 본사 앞 분향소 모습. 방문자들의 메시지와 이동우 씨 사진이 걸려 있다. (오른쪽) 분향소 앞에 걸린 피켓. ⓒ김수나 기자
(왼쪽) 동국제강 본사 앞 분향소 모습. 방문자들의 메시지와 이동우 씨 사진이 걸려 있다. (오른쪽) 분향소 앞에 걸린 피켓.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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